헨치 1 - 악당 기지로 출근하는 여자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하다는 거야. / p.304




이 책은 히어로에게 복수하는 빌런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슈퍼맨 영화에서 볼법한 색감 넘치는 책의 표지부터 선하지 않은 히어로와 악하지 않은 빌런의 대결이라는 말까지 전부 관심이 갔던 책이다. 히어로와 빌런이 대결 구도를 펼쳤던 것은 예전부터 너무 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대체 역할이 바뀐 둘의 대결은 어떻게 될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주인공인 애나는 인력 중개 업체에서 의뢰를 받아 빌런의 일을 수행하는 헨치이다. 프리랜서로서 일을 단기성으로 받아서 업무를 하는데, 사무직 위주로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조금 따분하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고용주의 특별한 제안에 따라 현장에서 히어로인 슈퍼콜라이더와 상대하는 일을 하다 큰 부상을 당한다. 신체적인 부상뿐만 아니라 일까지 할 수 없게 된 애나는 친구인 준의 집에서 히어로들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정보를 조사해 수집한다. 친구인 준은 이를 말렸지만 히어로에게 분노하고 있던 애나는 이를 멈추지 않았고, 애나의 데이터를 본 빌런의 회사에 파격적으로 취업하게 된다.

표지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 읽었다. 처음에는 악한 일을 저지른 히어로와 착한 일을 하는 빌런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히어로의 이면을 내용이었다는 게 새로우면서도 좋았다. 평소 1 권과 2 권을 나눈 책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기피하고 있었는데 그 두 권을 대략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모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매체나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히어로들의 선한 영향력과 나의 편견이 깨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기에 소설 자체에 큰 매력을 느꼈다. 사실 히어로는 세상을 구하면서 사람을 지키는 일을 한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는 그렇다. 그러나 애나는 이것을 역으로 생각했다.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선한 영향력을 얻는 동안 희생되는 것들과 사람들의 믿음을 생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히어로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닌 인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단지 히어로는 세상을 구하는 선한 존재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 내 주변에 있는 인간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 이기심과 질투, 정치질과 갈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나는 것처럼 그들도 똑같았다. 자신의 무언가가 훼손된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주변에 있는 사람을 버리기도,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고 이미지를 관리했다.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세상을 구하려고 이미지 관리를 하는 나에 심취한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배신감이 들었다. 솔직히 초능력 가지고 있는 유명인사들과 뭐가 다르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보면서 맹목적으로 연예인을 따르는 소수의 팬들이 떠오르는 순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죄를 저지르는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팬들을 말이다. 분명히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히어로는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를 옹호하고, 빌런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소설에서 나오는 히어로들의 세상과 인간 세계는 별 다른 것이 없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악하지 않은 빌런이라고는 했으나 애나를 포함한 빌런들이 착한 일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히어로와 빌런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었다. 어차피 사람들의 목숨을 가지고 흔들 수 있으며, 초능력을 가지는 것 또한 둘 다 다르지 않다. 단지 차이점은 이미지 메이킹의 차이다. 이 소설을 보는 내내 둘 다 별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굳이 애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빌런이라고 칭하는 게 맞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애나가 히어로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도 히어로가 행한 일에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빌런도 행한 일에 도움을 받는 자가 있다면 히어로보다 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애나가 빌런으로 일하는 것이 하나의 정당성이 있다고 보여졌다. 히어로에게 악감정이 들었고, 애나에게 더욱 감정적으로 치우쳐져서 보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슈퍼콜라이더의 경우에는 세상을 구할 선한 의도로 무언가를 행하지도 않아서 히어로라고 하기에도 의문스러웠다. 이름만 히어로일 뿐 자기가 만든 사람들의 믿음에 심취한 빌런인 것 같았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이겨내는 애나를 응원했다. 물론, 분노는 부정적인 마음을 키우고 마음을 갉아 먹는 것이라고는 하나,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애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심지어 능력이 히어로들보다 더 출중했고, 두뇌도 명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큰 빌런의 아래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결말까지도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해피 엔딩이어서 만족스러웠다.

히어로와 빌런의 피 튀기는 싸움보다는 빌런인 애나가 벗겨준 히어로에 대한 편견들이 더 재미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박진감이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나의 편견 속에 있는 히어로와 빌런이 우당탕탕 싸우는 흐름으로 가게 만들어 주었던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