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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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여 내게 오라. / p.40


이 책은 제이콥이라는 남자와 레이첼이라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표지부터 추천 문구까지 전부 사랑을 향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로맨스 소설로 알고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 중에 인상 깊었던 작품들이 있는데 전부 한국 소설이다. 해외 로맨스 소설에는 크게 흥미를 못 붙이는 편이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제이콥은 수천 명의 팬을 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런 그에게는 형의 죽음과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의 학대라는 어두운 과거가 있다. 청소년기 어느 날에 어머니께서 그를 내쫓았고, 그 길로 집을 나왔다. 과거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해 주었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로맨스 소설 집필과 꿈에 나오는 이름 모를 여인이었다. 특히, 이름 모를 여인은 늘 어린 제이콥을 안아주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그 여인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당시 근무하던 회사의 직원에게 보여준 첫 소설이 에이전트 사를 거쳐 출판되었으며, 큰 인기를 누려 이후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어느 날, 한 변호사로부터 어머니께서 2주 전에 돌아가셨고,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집에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정신병 증세를 알게 되었고, 집을 치우기 위해 당분간 그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하나의 다이어리를 얻게 되고, 집에 살았던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찾아온 레이첼과 마주한다.

레이첼 역시도 엄격한 양부모님 밑에서 억압받으며 살아왔고, 현재는 자신을 억압하는 남자와 약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항상 친어머니를 찾고자 노력해왔는데, 남자 친구를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종교적 관념에 얽매여 그 환경을 놓지 못했다. 제이콥과 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정을 떠나면서 제이콥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제이콥 역시도 레이첼에게 이끌림을 얻는다.

처음에 집을 나간 이후 고향 근처에 가지도 않으며, 부모님과 연락을 끊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제이콥이 회피하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아마 과거의 아픈 상처로 인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머니의 부고 소식에 고향을 다시 밟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마 나였다면 슬픔보다는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살고 있던 곳으로 갔을 때 마주했을 형의 죽음과 어머니의 학대 등 온갖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다시 마주할 때의 고통이 그렇게 반가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제이콥이 외부 업체에 맡겨 처리해도 될 문제를 혼자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정을 정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집을 스스로 정리하고자 했다. 거기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찾고자 했고, 일부 물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가지고 가기 위해 업체를 불렀다. 그런 면에서 나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과거의 상처들을 로맨스 소설 집필을 통해 이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글쓰기가 주는 순기능으로 치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제이콥을 통해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

레이첼은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보수적인 면을 가진 양부모님 밑에서 하고 싶은 것조차 눈치를 보거나 자신을 아끼지 않는 남자와 약혼을 하겠다는 것까지도 하나부터 열까지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또한 세뇌이지 않을까. 종교적인 이유가 주는 죄악이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입장이기에 더욱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매체에 나오는 종교적인 신념과 차별에 대한 가치들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가치 판단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종교적인 면을 더 우위에 둘 수 있을까. 과연 종교가 사람이 가진 개인적 특성과 가치관을 무시할 정도의 우위에 있을까.

서론에 적었던 것처럼 로맨스 소설로 알고 읽었다. 전체적으로 표지부터 추천사, 출판사 소개까지 전부 사랑의 감정을 중요하게 강조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으면서 과거에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로부터 느꼈던 원망을 가진 제이콥과 자신의 뜻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레이첼이 서로를 만나 같이 여정을 떠나는 게 크게 보면 로맨스일지도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성장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누구나 아픔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의 말씀에도 사연 없는 집이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사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에 따라 좋은 어른이 될 수도, 나쁜 어른이 될 수도 있다. 각자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으나, 단단한 내면과 틀을 깰 수 있는 용기를 무기로 이를 승화시켰다. 결국 서로의 아픔을 품을 수 있었으며, 사랑까지 쟁취하게 되었다. 결말까지 완벽한 소설이어서 보는 내내 흐뭇했다. 곧 영상화가 된다는데, 이 소설이 나에게 몽글한 마음과 교훈을 주었던 것처럼 영화는 나에게 어떤 종류의 색다른 감동으로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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