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소피 유니버스 - 29인 여성 철학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
수키 핀 지음, 전혜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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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멈추지 않는 과거의,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우리 여성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 p.375

이 책은 29 인의 여성 철학자들의 질문이 담긴 인터뷰집이다. 즐겨 보는 유튜버의 강력 추천이라는 말이 가장 눈에 들어왔고,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철학 도서와 다른 교훈과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같은 성별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나에게 맞는 철학적인 교훈과 깨달음을 던져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동물의 지위와 욕설, 신뢰에 대한 파트가 가장 인상 깊었다. 동물의 지위에 관해 이야기한 크리스틴 M 코스가드 교수는 동물을 보호할 방법으로 법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으로서 공감이 되기는 했지만, 동물의 지위라는 말 자체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보통 동물은 인간의 이로움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물 존재 자체의 목적을 생각할 일이 없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동물복지가 아닌 동물의 권리 개념으로서 접근해야 하며, 인간이 동물의 지위와 권리를 행사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통해 동물의 보호권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리베카 로치 교수는 욕설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이 재미있으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보통 욕이라고 하면 언어적인 폭력의 일부라고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자제해왔다. 그러나 리베카 로치 교수는 스티븐스의 실험을 예시로 들며,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욕을 하면 고통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욕은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나에게 가장 흥미를 주었던 지점은 아이들에게 바르고 고운 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과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리베카 로치 교수의 물음이었다. 나 역시도 고운 말을 배워야 한다고 자라오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학창시절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욕을 배웠다. 욕이 무엇인지 알려 주면서 욕을 사용해도 되는 상황을 가르치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말이 큰 공감이 되었다.

신뢰는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 깨부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캐서린 홀리 교수는 신뢰라는 게 꼭 미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절이 오히려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조건적인 신뢰의 단점으로 관대한 이미지를 통해 신뢰를 쌓고자 무리하게 일을 수락해서 진행했고, 정작 내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의도를 떠나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예시를 들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며, 진실이라는 게 무조건 좋지는 않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끝났다.

처음에는 여성으로서의 차별과 페미니즘 관점에서 시작되었으나, 동물보호권, 신경생물학, 언어학, 다문화주의, 종교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내용이 나왔다. 또한,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아프리카 철학이라는 생소한 부분의 이야기까지 나와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철학에서도 언어철학, 과학철학 등 전문적인 분야의 교수님들의 이야기이다보니 내 부족한 상식으로 따라가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시간이 될 때 조금씩 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여성 철학자들을 통해 듣는 철학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물론, 여성으로 살고 있기에 그들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파트에서도 큰 괴리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사람에 따라 조금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별을 떠나 현 세대에서 다시 생각해야 될 동물복지나 다문화주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 사람들에게 의문을 던졌다는 점과 이를 철학적인 시각으로서 풀어냈다는 점들만 보고도 이 책 자체의 존재에 큰 의미가 있으며,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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