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들 웃기지 않니? 자기들끼리만 이러쿵저러쿵한다는 거."
나는 여전히 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다시 서운함이 밀려왔다. 좀 알아듣게 말해주면 안 되는 거야?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새삼 서러웠다. 그때 민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러곤 설명해줬다. 우리다 똑같지 않냐고.
"뭐가?"
"여기를 떠나고 싶은 건, 우리 모두 똑같잖아."
"그렇지?"
"하지만 떠나지 않지."
"맞지?"
"한번은 다른 마음을 가져봐도 좋지 않을까?"
"어때?"
그게 바로 지금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 P56

모두 한 편씩 글을 쓰고, 서로의 이야기를 읽는것. 그중 가장 좋은 작품을 뽑는 것. 그렇게 뽑힌 사람이 대회에 나가는 것.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러니까 너도 할래?"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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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그를 좋아했다. 물론 평생 그러지는 않았다. 결국 남편은 자기편은 아내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였으니까. 그리고 선아는 결혼한 다른 친구들을 통해, 남자들이 그 사실을 아주 늦게 깨닫는다는 걸 알았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생을 함께 살아가기 위해 결혼한 것인데, 그렇게 오랜 시간 남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니 말이다. 선아는 남편의 깨달음이 전혀 고맙지 않았다. 반갑지도 않았다. 그때 그녀는 마흔세 살이었고, 꽤 많이 지쳐 있었다. 사는 일에? 그렇다. 사는 일에, 그러니까 감정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의사는 그것을 우울증이라고말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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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지고 있던 삶의 빚을 말이다. 어떻게?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는 것으로, 읍내 은행과 보건소 직원이 되는 것으로, 일찍 결혼하는 것으로, 작은 슈퍼마켓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집안의 입을 덜고 스스로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갚았다. 한 세대? 두 세대? 거듭해서 계속, 계속. - P10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헛된길을 걸어간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술, 담배, 학업중단, 가출. 그러니까 엇나간 아이들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모든 것. 해인 마을 아이들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부모가 고생한다는 것을알았고,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적당히 성실하게 십대를 보냈고, 어느 시기가 오면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그렇게 그들 중 일부는, 아니 대부분은 부모에게 빚을 갚았다. - P9

이건 진짜다. 진짜 소설이다. 이후 『이명』은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여기서부터 균열이 일어났던 것 같다. 김지우는 폭력을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감당할 수 없는 관심과 기대, 실망과 비난이 스물세 살의 여성에게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연히 고통스러워했는데, 그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김지우가 어떤 사람인지 확언하는‘ 평가들이었다. 사람들은 김지우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읽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그녀의 인성과 사고, 삶을 파악하려 들었다. 그녀는 마조히스트였고, 사디스트였고, 집착이 강한 인간이었고, 거짓말쟁이였고, 나약한 여자였고, 사연 있는 사람이었고, 폭력적인 인간이었고……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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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너가 무슨 자격으로? 왜 그딴 걸 조사하고 돌아다녀!"
진구는 증인석을 떠나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해미를 건드렸으니까요."
방청석에는 시름을 던 해미가 활짝 웃고 있었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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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날이 저주를 받았어야 했는데, 어머니가 나를 낳은 날이 복된 날이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의 아버지에게 ‘아들입니다, 아들!‘ 하고 소식을 전하여, 아버지를 기쁘게 한 그 사람도 저주를 받았어야 했는데, 바로 그 사람은 주님께서 사정없이 뒤엎어 놓으신 성읍들처럼 되어서, 아침에는 울부짖는 고통 소리를 듣고, 대낮에는 전쟁의 함성을 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모태에서 죽어, 어머니가 나의 무덤이 되었어야 했는데, 내가 영원히 모태 속에 있었어야 했는데. 어찌하여 이 몸이 모태에서 나와서, 이처럼 고난과 고통을 겪고, 나의 생애를 마치는 날까지 이러한 수모를 받는가!

예레미아 20 :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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