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人)분 뱅글이 파스텔 계열 색인 걸 보니까 착하셨을 것 같은데, 이런 변을 당하셔서 안타깝네요."
안류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역시 컬러 뱅글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 그들이 퍼뜨리는 말을 그대로 뒀다. 사세를 키우는 데 필요한 거품을 굳이 걷어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컬러 필드가 매칭 성공률, 커플 만족도 예상 수치를 ‘뱅글 단위‘로나타내는 BG 서비스를 제공하는 까닭도 마찬가지였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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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와 달리 엄마에게 노동은 소비를 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삶을 영위해가는 일종의 버릇이었다. 그것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쁜 버릇. - P40

"방송인지 유튜번지 하더니 말발만 세졌어. 너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마. 미움받어."
미움받는 건 전문 분야였으므로 재희는 잘하고 있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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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당신은 죽어서까지 나를 멋대로 조종하려고 그래? 거울은 왜 하필 거기에 세워 둬서 내가 나를 보게 하냐고? 식탁 위에 있던은 촛대를 집어 거울을 향해 던졌다. 쨍그랑. 거울은 산산조각 나지 않았다. 홀로그램이 파문을 일으켰고 "기다렸어요, 다미 씨.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시겠습니까?"라는 기계음이 나왔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석영이 이 거울을 스마트 미러로 교체한 것이 뒤늦게 생각났다.
"절대 깨지지 않아. 마치 우리처럼."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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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아 부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려면 빼앗긴 상대가 슬퍼해야 마땅하다. - P26

내 인생은 멍청하고 힘만 센 아이가 강제로 끼워맞춘 레고 블록 같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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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닐곱살 때였다. 그날 크리스마스란 것도 태어나서 처음 알았고,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즐거운 잔치를 하는 것도 처음 알았고, 예수님의 존재도 당연히 처음 알았다. 어린 나이에도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이런 걸 즐겼구나‘ 하는 생각에 섭섭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데 글쎄, 두 살 많은 친언니가 앞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충격이었다. 저 인간은 언제부터 교회란 곳에 다닌 걸까. 나를 따돌리고 저 혼자 다녔구나. 태어날 때부터 우리 집 천덕꾸러기여서(아들인 줄 알고 낳았는데 네 번째 딸이라) 소외감에 익숙했지만, 새삼 더 진한 소외감을 느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언니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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