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닐곱살 때였다. 그날 크리스마스란 것도 태어나서 처음 알았고,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즐거운 잔치를 하는 것도 처음 알았고, 예수님의 존재도 당연히 처음 알았다. 어린 나이에도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이런 걸 즐겼구나‘ 하는 생각에 섭섭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데 글쎄, 두 살 많은 친언니가 앞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충격이었다. 저 인간은 언제부터 교회란 곳에 다닌 걸까. 나를 따돌리고 저 혼자 다녔구나. 태어날 때부터 우리 집 천덕꾸러기여서(아들인 줄 알고 낳았는데 네 번째 딸이라) 소외감에 익숙했지만, 새삼 더 진한 소외감을 느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언니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 P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