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서 재미있는 게시물을 본적이 있다. "여러분은 어떤 말을 들으면 속상한가요?"라는질문에 어린이들이 답을 써서 붙인 것이다. 한 어린이의 메모가 눈에 띄었다. "엄마가 자꾸 모기버섯 먹으라고 할 때." 생긴 것도 시커떻고 쭈글쭈글한 데다 미끌미끌하고 맛이나 향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 목이버섯, 그런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라면 도무지 손이 가지 않을 텐데 이름마제 ‘모기버섯 이니 얼마나 싫었을까. 그걸 자꾸만 먹으라고 하는 엄마도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는 정말 공습이 놀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무섭지만, 아버지를 믿고 기꺼이오해하기로 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어린이는 아버지의 사랑만은 조금도 오해하지 않을것이다. 그러고 보니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세상에는 어린이를 울리는 어른과 어린이를 웃게 하는 어른이 있다. 어느쪽이 좋은 어른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든 어린이가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뜻으로하는 축복의 말이겠지만, 어떤 어린이에게는 큰 상처를 줄수도 있는 말이다. 어른들은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어린이 여러분, 어린이날을 축하합니다." "어린이 여러분, 불편한 일은 ○○○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하루 어린이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른들은 주변의 어린이를 살피고 돕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어린이를 보호합시다." 이런 말이 좋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이니 뭐니하는 말도 자제하면 좋겠다.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 살아 있다. 나라의 앞날은 둘째치고 나라의 오늘부터 어른들이 잘 짚어집시다. 어린이날, 가정 바깥에서도 축하해 주자. 모든 어린이에게 특별한 날이 되도록 해 주자. 이날만은 어린이가 보호자대신 다른 어린이의 손을 잡게 해 주자. 어쩌면 어린이날보다 어린이들‘의 날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어린이날 보다 발음은 덜 부드럽지만 그쪽이 훨씬 좋다. 오월은푸르고 어린이는 자란다. 나무처럼 자란다. 숲을 이루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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