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와 문제아 - 제6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7
김정신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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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동시하면 그냥 예쁜 말로 된 예쁜 시를 떠올렸다면, 요즘 동시집에는 그야말로 솔직담백하고 정겨운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이 느껴진다.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이 동시집 <도둑 고양이와 문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시집을 읽다가 때로는 미소짓고 때로는 마음이 아파왔던 것은 바로 이 시집에서 솔직하고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이 저절로 느껴졌기 때문이엇다.

나만 미워하는 엄마

길을 가다 동생이 
"엄마, 개미!"하면
"개미가 우리 미소랑 친구하고 싶은가 보네."
하며 동생 옆에 나란히 앉는 엄마

길을 가다 내가
"엄마, 지렁이!"하면
"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하며 눈 흘기는 엄마
(중략)

복수 

어느 날,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난 아이를 혼내지 않을 거야.
공부하라는 말도 안 하고
반성문 쓰라고 하지도 않을 거야
심부름도 시키지 않고
소리도 지르지 않을거야
나 같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어른들께 칭찬을 받으면
엄마가 나에게 물어 보겠지?
"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웠어요?"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할 거야.
"민수 엄마 반대로 키웠죠."

이 대목에서 정말 뜨끔해진다. 우리 아이도 이렇게 생각할까?  다시 한 번 엄마로서의 나를 돌아보게도 되고...^^

놀이터

집에 가도 
불 꺼진 우리 집
엄마도 아빠도 아직 안 계셔
어둠이 덮어오지만
정말 집에 가기 싫어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조금만 더 놀아줬으면
조금만 더 말동무 돼 줬으면...


놀이터에 혼자 앉아있는 아이의 마음이 내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런 시를 쓰신 분들은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이리도 잘 알고 쓰셨을까? 동심의 시선으로 쓰인 시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싸아해지기도 하고,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많은 시들이 나의 마음에 콱 와서 꽂히기도 하고 저절로 미소가 나오게끔 하기도 했다.
<붕어빵 아저씨 결석하다> 시집도 무척 아이가 좋아했던 시집인데, 이 시집도 역시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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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와 글쓰기 탐정단 - 명탐정 셜록 홈스에게 배우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
임사라 지음, 남궁선하 그림 / 비룡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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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때는 아이들 동화인 줄 알았다. 제목이 < 셜록 홈스와 글쓰기 탐정단>이니까 "어린이들이 보는 탐정소설?" 이렇게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내 생각이 틀렸음을 바로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글쓰기와 관련된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책장을 넘기면서 "우와, 이거 재미있는데.."를 연발하게 되었다. 동화책은 아니었지만 동화책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인 임사라 선생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창대, 은혜, 주혜라는 세 아이와 함께 실제로 글쓰기 탐정이 되어서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을 쓴 책이다.  동화와 유사한 형식으로 글을 이끌어나가기때문에 글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 책은 무난하게 읽게 된다. 무엇보다도 강점은 아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쉽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창대와 은혜와 주혜의 행동과 그 아이들의 생각, 그리고 글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즉 "나도 이렇게 글쓰기에 자신없는데.." "나도 이런 건 힘든데.."하면서 글의 주인공과 생각을 공유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서 의도하고 있는 "글쓰기의 원리"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적용하게 될 것이다.  


이전에 글쓰기 지도에 관련된 여러 책을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그런 책들과 이 책을 비교하자면,  이 책의 장점은  아이들에게 쉽게 핵심을 짚어주면서 재미있게 글쓰기의 원리를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일단 주어진 텍스트도 흥미롭다. 영국의 유명한 전설적인 탐정인 셜록 홈즈의 이야기 속에서, 그 이야기를 분석하면서 아이들은 논리적 사고력을 어떻게 키우는지, 텍스트를 뒤집어보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전체 윤곽을 파악하고, 원인과 결과를 따져보며, 어떻게 핵심을 파악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설득의 근거를 충분히 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점, 독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상상력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짝짓기 독서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중심내용과 세부내용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된다. 물론 퇴고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극중 아이들처럼 서서히 글쓰기의 원리를 깨우쳐가며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주인공 아이들은 선생님이 제시한  셜록 홈스의 사건 파일을 읽으면서 그 사건에 관하여 홈스가 했던 범인 추정의 근거를 따져보고, 오류는 없는지 살펴보고, 사건의 변론도 맡아보고, 또는 청원서도 작성해보면서  글쓰기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극중 아이들처럼  스스로 생각도 해보고,  아이들이 쓴 글을 자신도 써보고, 책에 나온 아이들의 글과 비교도 해보면서 읽는다면 아주 좋은 글쓰기 훈련이 될 것이다.


평소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글쓰기에 대해 가르쳐줄것인가 고민했는데,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모험과 탐험을 좋아하고, 이런 탐정과 관계된 소설들을 좋아하는 우리 큰아이에게 정말 딱인 글쓰기 책이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이 책은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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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교육학자 박옥춘 박사의 미래형 자녀교육법
박옥춘 지음 / 예담Friend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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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교육학자 박옥춘 박사의 <미래형 자녀교육법>은 일단 이 책의 저자가 미국 교육부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라는 사실에서 더 호감을 끈다. 이 땅에 사는 학부모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미국 교육, 바로 그 중심부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맡은 책임자라는 사실에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현실을 알까? 혹은 너무 이론적인 것만 잇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저자의 솔직한 서문을 보며서 접었다. 저자 또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실수를 저질렀고 후회를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서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이론적인 지식보다 사려깊은 지혜가 훨신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교육학자로서의 견해보다는 부모로서의 경험과 지혜로운 사람들의 교훈을 토대로 집필했다고 한다. 이런 서문을 읽고 있으니 이 사람의 글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감이 들었고, 빨리 읽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졌다.

목차를 훑어보니 목차부터 맘에 드는 제목들이다.

1부 현명한 부모는 자기 역할을 안다

2부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를 존중한다

3부 영리한 부모는 진정한 공부를 가르친다

 

먼저 저자는 자신이 어떤 부모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부모인지를 알아야 앞으로 자녀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지,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초반부에 간단하게 어떤 유형의 부모인지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가 실려 있다. 그리고 각각의 스타일에 대해서 설명한다. 방목형, 허용형 부모 밑에서 자라면 어떤 아이로 자라는지, 그리고 권위주의형 부모밑에서는 어떤 아이가 자라는지를 이야기한 이후에 적극 추천하는 부모 유형은 민주원칙형 부모이다. 즉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은 반드시 지키게 하는 교육 유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이다. 특히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일시적인 기분, 잠깐 동안의 사정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며, 또 부모가 다같이 일관되게 행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의 또하나의 강점은 교육학적인 기반 위에서 풍부한 사례들을 통한 교육의 지혜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아주 다양하고 실제적인 사례들을 들고 있어서 더 현실감이 있으며, 나 자신의 생활과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연결지어보면서 반성도 하게 된다. 그래서 막연히 이론만을 접할 때와는 다른, 구체적인 교육 방침을 생각해보게 된다. 권위형 부모로서 아이들을 양육했던 사례들이나 잔소리형 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했던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실수를 많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가 아이들과 대화할 때 꼭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과보다는 그 결과를 얻기 위한 아이들의 노력에 관심과 대화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보여준 결과가 최선의 노력을 통해 얻은 것이라면 부모가 그 결과를 부족해도 받아들이고 아이와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 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고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이렇게 말한다."나도 교육학을 공부했고, 일생 동안 교육연구에 관한 일을 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부모로서 아이들을 훌륭히 교육하는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계속 부모가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이 말이 정답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어떻게 획일적으로 적용되어질 수 있는가! 인간은 각자가 개성을 가진 존재이며 특별한 존재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자신의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실 아무리 많은 육아나 교육에 관련된 책을 읽어도 막상 내 아이에게 적용할 때는 책대로 되지 않거나 다른 식으로 반응이 나와서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부모의 가장 큰 책임은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발적 동기를 가지도록 해주는 것,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스러운 지원, 결과보다 아이들의 노력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칭찬해주는 부모의 마음과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아이에게서 내적인 동기를 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충격적인 사례는 하버드대에서 수학과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던 저자의 딸 친구 로버트가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다시 법대 대학원에 가는 결정을 내린 사례였다. 그래서 저자는 로버트를 보면서 무엇을 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즐길 수 있느냐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도 무척 공감이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인생이 풍요롭지만, 원치 않고 즐겁지도 않은 데 그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우울한 인생이 될 것이다. 이번에 본 EBS 스페셜 - 아이의 사생활 - 중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었다. 원치 않는 대학에 입학해 자신의 적성이나 좋아하는 것과는 관련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나 다 부러워하는 대학을 나왔고, 번듯한 직장을 가졌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이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반대되는, 전혀 관련이 없는 학과를 택한 이면에는 부모의 무언중의 기대나 권유등이 압박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어찌보면 부모는 그것이 최상이라 여기고 아이에게 권유를 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의 인생을 황폐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아이를 부모의 자존심으로 좌지우지하지 않고, 또 부모가 권위적으로 모든 일에 있어서 진두지휘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같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가치를 알고 긍지를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가 모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저자의 사례 중 준욱이와 준욱이 아버지의 이야기는 정말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마지막 3부에서는 어떻게 공부를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독서에 관한 시사, 디베이트에 관한 그와 그의 아들의 경험, 그리고 토론 챔피언을 만든 아버지의 비결, 제시카가 글을 잘 쓰게 되기까지 할머니가 제시카에게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 등등 많은 사례들을 통해 좀더 실제적인 공부 능력에 대해서 저자는 짚어주고 있으며, 이 부분들은 핵심 중의 핵심을 뽑아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좋은 방법들이었다.

나는 이 책을 자녀 교육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단순히 세상적인 성공이 아닌, 풍요로움 속에서 아이가 행복하고 가치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부모라면, 좀더 좋은 부모, 아니 최고의 부모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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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빌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166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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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걱정이 너무나 많은 아이다. 모자 때문에, 신발 때문에, 구름 때문에, 심지어는 비가 와서 자신의 침대가 넘치지 않을까? 커다란 새가 자신을 물고 가지 않을까 온갖 걱정을 한다. 엄마도 아빠도 빌리를 위로하시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빌리의 걱정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단다. 다 네 상상일뿐이야”라고 아빠가 말해도, “걱정마라, 아가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엄마 아빠가 널 지켜줄거야”라고 엄마가 다짐해도 여전히 빌리는 걱정이 많았다. 급기야 할머니집에 가서 잘 때도 빌리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엄마와 아빠랑은 다른 처방을 내려주신다. “참 재미있는 상상이로구나. 그건 네가 바보 같아서 그런 게 아니란다. 아가야. 나도 너만 했을 때는 너처럼 걱정을 많이 했지. 마침 네게 줄 것이 있구나." 할머니의 말씀은 어느 교육심리학자 못지않은 대단한 말씀이다. 아이의 상상을 인정해주고(아빠처럼 묵살하지도 않고), 또 그 상상은 재미있다고 북돋워주며 결코 바보가 아니란 것을 말해준다. 사실 아이는 자신이 이런 걱정을 달고 살기에 바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빠의 말처럼 단지 상상이고 일어날 수 없는 일 때문에 걱정을 달고 사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마저도 할머니는 일격에 없애버리신다. 또 위로도 해주신다. 엄마처럼 ”너를 지켜줄게“가 아닌, 그래서 계속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존재라는 나약한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너만 했을때는 그랬단다“하면서 인정해주고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할머니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대단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너무나 재미있는 제안을 하신다. 걱정인형을 주시며, 그 인형에다 걱정거리를 하나씩 말한 다음 자라고 말이다. 빌리는 그대로 했고, 너무나 편안하게 잠을 잤다. 그러나 또 걱정거리가 생겼다. 걱정인형들이 몇 개 안되는데, 어떻게 그 많은 걱정을 다 들을 수 있겠는가. 걱정인형이 너무 불쌍해서 걱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빌리는 이제 성숙했다. 걱정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빌리는 걱정인형들을 만들었다. 하루종일 말이다. 너무 어려운 일이어서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빌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흔쾌히, 잘 참으면서 걱정인형들을 만들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걱정인형들의 걱정을 나눠 가질 수 잇도록 아주 많이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빌리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모두 다 나눠가졌으니까..

잠들지 못하는 빌리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걱정이 가득한 모습은 흑백의 모노톤으로 처리되어서, 아이의 우울한 얼굴과 함께 그림도 그런 아이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반면 걱정거리를 다 맡긴 아이의 얼굴은 너무나 평온하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노랑과 주황의 색깔 속에서 아이의 편안한 잠은 아이의 평온한 얼굴과 더불어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앤서니 브라운의 책에서 주는 느낌인 것 같다. 그림과 글이 너무나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 그래서 그림이 없으면 밋밋한 느낌!

우리 아이도 좀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나는 엄마처럼, 때로는 아빠처럼 아이의 상상을 제한하거나 묵살하거나 일방적인 도움을 주려고만 했지, 할머니처럼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지는 못한 것 같다. 언제쯤 나도 엄마로서 철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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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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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한 아이의 모습이 담긴 표지가 아주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니 주인공들의 면면이 더 인상적인 책이었다.

<꽃신>에서는 역모죄로 몰려 하루아침에 몰락한 판서집 딸인 선예 아가씨와 역병으로 고아가 된 달이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 약간의 긴장과 대립을 가지고 만난 같은 나이의 두 여자아이는 그러나 서로의 처지와 생각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 꽃신외에는 신지 않겠다는 선예 아씨나 도망갈 때 필요한 옷가지를 구해주는 대신 꽃신을 달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던 달이였지만, 서로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화해하게 된다. 민들레꽃을 넣어서 열심히 꽃짚신을 삼은 달이.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보물이자 아버지의 유물인 꽃신을 기꺼이 달이에게 내주는 선예, 마지막에 나오는 두 아이의 모습은 그래서 아름답다.

< 방물고리>에서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덕님이와 그리고 그런 덕님을 딸처럼 옆에서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김행수와 그리고 덕님이가 좋아하는 흥석이라는 주인공들을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엄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열심히 돼지를 키우는 덕님이, 과년한 처녀지만 구정물을 구하러 다니며 억척스럽게 사는 덕님이를 흥석이는 마땅치않게 생각하지만, 후에 흥석이는 덕님이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오라버니 역활을 하게 된다. 그나마 있는 친척들이 어머니의 죽음을 틈타서 집도 빼앗고 돼지도 빼앗으려고 하자 흥석은 덕님이를 도와 돼지를 팔게 해주고, 그 돈으로 덕님은 장삿길에 나서게 된다. 어서 돈을 벌어서 남의 땅에 묻힌 아버지, 어머니를 이장시켜드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방물고리는 덕님이의 희망이고, 소중한 보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덕님이를 말없이 도와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김행수도 사실 이 시대에서 정말 필요한 그런 사람이다.

<다홍치마>는 귀양 온 양반과 큰돌이의 사연이다. 큰돌이의 부모님은 못된 양반 때문에 쫓겨사는 처지이다. 그러나 귀양 온 양반은 큰돌이를 도와주고, 글을 깨우치게 해준다.  상놈이라 홀대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똑같이 대해주며, 큰돌이의 동생이 마마에 걸리자 위험을 무릎쓰고 막골로 들어가 동생의 병을 고쳐준다. 그 일로 인해 더 큰 죄목이 생겨서 섬으로 유배되지만 말이다. 그분이 가장 귀하게 여기던 다홍치마를 들고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마을을 벗어난 큰돌이는 그분에게 다홍치마를  드리려고 갔다가 딸을 위해 다홍치마에 시화를 그린 그분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분을 대신하여 황해도 해주에 사는 딸에게 다홍치마를 전해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 여기서도 천민이지만 동일하게 인간으로 대해주는 양반의 올곧은 개혁정신과 마음뿐만이 아니라 그런 분을 위해 어려운 길도 마다하지 않고 두려움에 맞서 길을 떠나는 큰돌이와 그런 큰돌이를 응원해주며 사람은 도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금순이의 말이 서로 맞물려서 훈훈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서로를 도와주고 이해해주는 배려의 마음, 서로 정이 통하고 도리를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는 읽고 나서도 뭉클하다.

더군다나 곳곳에 등장하는 그림 또한 돋보인다. 엄마 마중의 그림으로 유명하신 김동성님의 그림은 푸근하면서도 어딘가 모를 깊이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글과 그림이 어우려져 더 여운이 남는 그런 책이 바로 <꽃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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