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열쇠공 - 올해의 동화 1 미래의 고전 6
푸른아동문학회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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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올해의 동화 시리즈 중 1권으로 지난 일 년간 발표한 푸른아동문학회 회원들의 동화 중 좋은 작품들만 골라 엮었다는 출판사 소개처럼 동화 종합선물세트였다. 그전에 알고 있었던 작가분의 작품들(이금이, 강숙인, 오미경)뿐만아니라 잘 모르는 분들의 작품들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다 재미있는 동화였다.  또 동화의 스타일도 다 달랐는데, 어떤 것은 생활동화였고, 어떤 것은 옛이야기였고, 어떤 것은 의인화를 시킨 동화였다. 그래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책 뷔페였다^^ 

삼촌과 조카 부분을 읽다보니 내 어린시절 생각이 나와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그 시절 나랑 한 살차이의 삼촌이랑 무던히도 싸웠다. 같은 학년이었는데 꼭 삼촌으로 불러야 한다고 우겨서 싸우다가 할머니에게 혼났던 일은 지금도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혼자 밥 먹는 아이에게 식판이 친구가 되어주는 이야기 <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는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식판이 해찬이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준 이후에는  더이상 해찬이는 식판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식판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말고, 새로 사귄 친구에게 가지라고 그렇게 한 거 겠지. 이 착한 식판은 해찬이에게서, 다시 혼자 밥을 먹는 다른 아이에게로 가고 있었다. 
 <돌덩이>을 읽으면서 무심코 민수가 내뱉은 말이 내가 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환경이나 경제적인 것으로 인해 그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되는데, 은연중 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나 돌아보게 된 책이다. 엄마가 도망가버렸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현우를 이상한 아이 취급하고 같이 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도 이상한 아이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말이다. 비록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지만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창기는 불끈 주먹이 쥐어지고 화가 나서 한 대 날린다. 민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창기는 선생님께 혼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는 말을 듣지만, "엄마가 없어요"라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그때 민수는 왜 창기가 자기를 때렸는지 알게 된다. 비록 엄마에게는 자신이 왜 맞았는지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중에 민수가 현우에게 찾아가 다시 친하게 지내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흐뭇했다. 비록 창기랑 친구가 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느질하는 아이>나 <두 권의 일기장> 모두 섬세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해놓은 이야기였다.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승하의 이야기나, 똑같은 대상인 할아버지를 두고 벌어지는 두 아이의 생각의 차이를 보면서 참 마음이 씁쓸했다. 내 아이는 이중 어느 아이에 속할까? 공부에 대해 중압감을 가지고, 사람들을 보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기보다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에 더 영향받고 있는 준호와 열린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할아버지를 대하면서 함께 관심도 공유하고 자연의 즐거움도 같이 누리는 응현이 중에서 어느 쪽일까? 하고 반문해보았다.  아이들에게는 공부라는 중압감보다는 실컷 자연을 즐기고, 즐거움을 누리고, 좀더 열린 세상에서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데 말이다.
이외에도 옛이야기와 비슷하나 다른 결말을 보이는 <두꺼비 사랑> <피리 부는 소년> <공주와 열쇠공>도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특히 <공주와 열쇠공>에서 공주와 열쇠공 청년을 왕이 불러 재산을 물려주며 큰 집으로 이사해서 살아라고 이야기했지만, 청년과 공주는 거절했다는 것, 그네들에게는 자물쇠를 연구하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웠으며, 열쇠 가게가 그들의 행복과 즐거움의 공간으로 충분했다는 결말은 기존 동화 스타일에서 벗어난 설정이었고 아주 유쾌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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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마스크 - 그래도 난 내가 좋아! 작은 곰자리 2
우쓰기 미호 지음, 장지현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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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재능이 담긴 그릇을 가졌다. 하지만 내 그릇은 텅 비었다. 나한테는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왜 나로 태어났을까?

치킨마스크는 이런 글로 시작된다.

나는 왜 나로 태어났을까? 

어찌보면 이 물음은 가장 어려운 물음이다. 내가 왜 나로 태어났는지, 과연 나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인지...  그러나 또 곱씹어보면 이 물음은 마음 저 깊숙이에서 들려오는 아픔의 소리이기도 하다.

힘들었던 학창 시절, 나도 수없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왜 나로 태어났을까?"
사춘기의 치기였을까?  재잘재잘 떠들던 그 교실에서 혼자 동그마니 섬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든 적이 종종 있었다.  원하는 바는 많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1등을 차지하는 친구가 너무나 부러웠고, 글을 잘 쓰는 친구가 부러웠고, 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있었던 친구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읽다보니 치킨 마스크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아려왔다. 

난 공부를 못한다. 올빼미 마스크처럼 계산을 빨리 하지도 못한다.
글씨도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쓰니까 글씨 쓰기가 싫다.
만들기도 엉망이다. 햄스터 마스크가 멋진 걸 만들어서 따라 해봤더니 이상한 게 나왔다.
뭘 하든 서투른 내가 싫어서 만들기도 늘 하다가 만다.

비교하는 순간부터 무진장 상처받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을 고정하는 순간부터 말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나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그래서 나는 나인데, 그 중요한 사실을 그 시절엔 몰랐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내가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네들이 힘겹게 고군분투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내게 좋은 본이 되어서 힘겨움을 떨쳐버리고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 책을 아이와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책들이 그 시절에도 있었다면 좀더 빠른 시간안에 내 고민을 던져버리고 건강한 마음으로 기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소심함과 여린 마음을 닮은 아이는 이 책을 정말 진지하게 보았다. 치킨 마스크의 심정을 이해한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아이는 엄마인 나를 닮아 운동 신경도 없고, 약지도 못하고, 체구도 작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씨름(?)에서 지고 오고, 달리기 시합에서도 스타트가 느려서 지고 온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너무나 속상해하고, 또 자신보다  힘이 세거나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치킨 마스크도 체육 시간에 서투르고, 달리기도 반에서 가장 느리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편이 되는 것을 싫어할거라고 속상해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이다. 또 씨름도 못한다고 나와 있으니  ..

심각해진 아이의 표정 땜에 잠시 책을 읽는 것을 멈춰야 했다. 
"엄마, 나도 달리기도 못하고 씨름도 자꾸 져요. 치킨 마스크처럼..." 울먹 울먹하면서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이 녀석에게 그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어린 마음에 많이 속상해 있었는데 아이의 마음 하나  미처 헤아리지 못한 미련한 엄마구나 싶었다.  

"우리 호야는 피아노도 잘 치잖아. 그 친구는 달리기를 잘하지만.
그리고 우리 호야는 작곡도 잘하고.. 그 친구는 달리기를 좋아해서 달리기를 많이 하다보니 잘 하게 된 거야.  하지만 그 친구는 피아노는 못하잖아.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거야.  그리고 달리기를 많이 하면 잘하게 될거야. 우리 내일부터 연습하자."
이렇게 아이를 달래면서 잘하는 부분을 이야기해주었더니 그제사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 치킨 마스크가 어떻게 하는지 볼까?"
계속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나는 뒤처진 아이다. 교실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다. 늘 방해만 되는 나 같은 애는 없는 게 나아

이렇게 생각한 치킨 마스크는 비밀 장소인 동산에 와있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찾아왔던 비밀 장소다. 

"내가 없어진 줄도 모르겠지. 이런 나라도 필요하다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내가 나가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
치킨 마스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앉아 있는다. 그런데 저기 무언가가 보이는 것이다. 바로 마스크들이었다. 치킨 마스크는 공부를 잘하는 올빼미 마스크도 써보고, 햄스터 마스크도 써보고, 장수풍뎅이 마스크, 개구리 마스크, 해달 마스크, 토끼 마스크를 써보았다. 

여러 마스크를 쓰면서 치킨 마스크는 생각한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 치킨 마스크야, 다른 마스크가 되지 마, 네가 없어지면 누가 우리한테 물을 주겠어. 넌 마음이 참 예뻐. 부탁이니 다른 마스크가 되지마"

치킨 마스크가 항상 물을 주었던 나무 동산 식구들이었다. 

"이런 나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치킨마스크는 나무 동산 식구들의 말에 반문을 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바로 "나는 ..................나야!"라고 말이다..

그리고 치킨 마스크를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교실로 돌아간다. 그러나 혼자 동산으로 왔을 때처럼 슬픈 마음을 안고서 돌아가지 않았다.  기쁜 마음으로,  껑충 껑충 뛰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책은 끝난다.
파랗게 갠 하늘이 멋진 날이었다. 내 그릇에 무언가 들어찬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의 정체감을 바로 세울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나야!"라고 느끼는 것은 그래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나무 동산 식구들은 치킨 마스크가 어떤 아이이지, 왜 중요한 아이인지를 말해주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을때, 인정받는 존재가 되었을때,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을 때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서로 성장하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것, 이것은 서로를 세워주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 영호야, 영호는 엄마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고, 형아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야.  그리고 우리 영호는 책도 잘 읽고, 형아랑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동생이고, 또 엄마가 아플 때 이불도 덮어주는 착한 아들이고,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잖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는 우리 영호는 영호라서 좋아. 그리고 하나님께서 엄마 아빠에게 우리 영호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  "

아이가 편안한 얼굴로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아이 손을 잡아본다.

"그래, 아이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장점만 보자. 늘 지지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비밀 장소가 되자.  세상의 잣대로, 경쟁의 잣대 속에서 휩쓸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바라보고 지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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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5
남경완 지음, 정성화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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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하이 서울(Hi Seoul!)이란 문구를 보면서 남편과 집중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 왜 우리글을 놔두고 저렇게 쓰는 거야. 명색이 서울은 우리나라 수도이기도 한데. 굳이 영어로 써야 하나?"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쪽이었고, 남편은 "국제화 시대에 좀이라도 서울에 대해서 더 알리는 것이 필요하지. 무엇인가를 고수한다는 것도 융통성을 발휘해서 하는 거야" 이렇게 반박하는 쪽이었다. 

물론, 세계 전역에 알리려면 영어로 쓴 문구 Hi Seoul !  이 더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왠지 그 문구를 볼 때마다 나는 씁쓸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책이 참 반가웠다.  <우리말을 담는 그릇 한글>은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한글에 대해서 잘 나타내준 말이 아닌가! 온고지신 시리즈라는 시리즈명도 그랬다.^^  옛 것에서 우리는 배울 것을 배우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옛 조상의 슬기를 오늘날에 잘 조화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작업 중의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각설하고, 이 책은 한글에 대해서 쉽고도 자세하게, 아이들 눈높이에서 풀어서 쓴 그림책이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중국 글자인 한자를 빌려다 썼어.
하지만 우리말은 중국말과 달라서 한자로 옮겨 적기가 쉽지 않았어. 
가장 답답한 건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없다는 거야
게다가 한자는 낱낱의 글자가 정해진 뜻을 가진 뜻글자라 새로운 뜻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해

여기까진 아이가 읽으면서도 조금 피상적인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아이는 확실하게 한글이 왜 필요한 지를 알게 되었다.

장쇠는 머슴 살면서 열심히 모아 땅을 사기로 했는데, 땅 주인은 장쇠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는 파는 것이 아니라 몇 해 빌려주는 것으로 문서를 꾸며서 주었고, 결국 글을 몰랐던 장쇠는 땅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것과 나라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고 한자로 방을 써서 붙여서 까막눈인 막둥이는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나중에 그 법을 어겨 곤장을 백대나 맞게 되었다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이외에도 옷감 물들이는 법을 배웠지만 기록해두지 않아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른 간난이의 이야기와 바다 건너 뭍으로 시집와서 부모님께 안부 편지 하나 드릴 수 없었던 꽃네의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왜 우리글이 필요한지를 잘 깨닫게 해주었다.

이어서 이어지는 세종 대왕의 한글 창제 이야기는 화면 가득 열심히 공부하고 한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왕과 신하들의 마음이 가득 느껴졌다. 

"우리나라 말과 소리가 중국과 달라서 한자를 가지고는 서로 통할 수 없으므로 백성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일이 많다. 나는 그것을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들어 백성들이 쉽게 배워 날마다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이 부분만 보았다면 무슨 소리인지 아이들이 잘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앞의 예들을 통해 아이들은 이 부분을 잘 이해했다. 그래, 바로 이것이 애민정신이다. 모름지기 왕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먼저야 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더욱 마음에 든 것은 그림으로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잘 보여준 것이다. 우리글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우수한 문자인지 아이들 모두 다 알아야 한다. 그래서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글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되어야 한다.

한때는 우리글의 창제원리로 창살을 보고 만들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진 적도 있다고 한다. 세종 대왕이 새 글자 때문에 고민하던 중 창문에 비친 창살 모양을 보고 "바로 이거야"하면서 만들게 되었다고 말이다. 

다행히 1940년에 안동에서 훈민정음이 발견되면서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그 책에서는 한글의 창제 원리를 아주 자세하게 밝혀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닿소리는 혀나 입술, 이, 목구멍이 소리를 낼 때 어떤 모양인지 생각해서 만든 것이고, 홀소리는 천 지 인을 뜻하는 세 가지 ".  ㅡ ㅣ " 이 밑글자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닿소리 열네 자와 홀소리 열 자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글자 수가 무려 11,172가지나 된다고 한다. 

한글은 한 글자 한 글자를 과학적인 틀에 따라 만들었고, 사람과 우주가 어우려져 살아가는 이치까지 담은 멋진 글자라는 것, 이것을 아이들에게 힘주어 이야기해주었다^^

한글이 생겨나자 이제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바람 소리도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었고, 슬기로운 사람은 한나절에도 능히 깨칠 수 있게 되었다. 

제 이름 석자를 글자로 썼을 때, 그리고 멀리 있는 식구들에게 편지를 썼을 때 그들은 얼마나 기뻤을까.

인선 왕비가 결혼한 딸 숙휘 공주에게 보낸 편지나 빙허각 이씨 부인이 쓴 "규합총서" 그리고 홍길동전 이야기는 다 한글로 쓴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 경험을 담은 문학작품들이 만들어지고, 백성들이 책을 읽으며 웃고 웃을 수 잇게 된 것도 한글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글로 된 홍길동전을 읽어주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도란도란 재미있게 듣고 있는 식구들의 모습이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지배하면서 다시 우리의 한글은 고난을 겪었다. 일본이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글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로 인해 한글은 꿋꿋이 살아남았고, 해방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글자로 자리잡게 되었다. 

낭랑한 목소리로 국어 책을 읽고 있는 교실 창문 너머로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는 세종 대왕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고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하루는 큰아이가 심각한 얼굴로 와서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나라 글자가 얼마나 우수한지 모른다고, 세종대왕 상도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이다. 또 한글이 얼마나 멋진 글자인데, 최고로 과학적인 글자인데 왜 한글을 사용하지 영어를 배워야 하냐고 나름 심각하게 와서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있잖아. 네가 이 다음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자가 되어서 네가 관심있는 분야에 최고가 된다면 네가 쓴 책을 공부하기 위해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려고 할거야. 마치 우리가 공부하고자 하는 것들 중에는 영어로 쓰여진 것이 많이 있어서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영어도 배워야 하는 거야. 영어도 배우고, 좋은 것들을 잘 배워서 실력을 쌓아야지. 그래야 우리 한글도 더 잘 알릴 수 있는거야 "

우리말을 잘 담은 그릇, 한글.
앞으로 이 그릇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 지는 날마다 한글을 읽고 쓰면서 살아가는 우리한테 달려있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아이에게 강조해주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사실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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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진에 박히다 -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
이경민 지음 / 산책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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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진에 박히다>는 이런 부제가 붙어있다.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
그리고 이어서 "안중근 사진에서 에로 사진까지, 사진과 사건의 재구성 "이라는
설명이 표지에서 강조되고 있었다. 

일단 프롤로그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인용해본다. 아마도 이 책을 사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것이다.

"근대 신문기사 속에서 발견되는 사진문화는 다종다기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피식민 조선인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의 수단으로, 신분 증명의 도구로, 정보 독점의 기술로 사진이 행사되기도 하고, 사진관을 통한 초상 이미지의 대중화가 진전되면서 전통적 재현 방식에서 근대적 재현 방식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각종 사진 관련 이슈와 범죄가 발생했으며, 한인 이민사회에서 비롯된 사진 결혼 제도가 성행하고 근대적 성풍속의 단면을 보여주는 성 에로 사진이 출현하기도 한다. 시간적 거리 때문에 생소하거나 낯선 풍경들도 잇지만 안중근 사진 소지자에 대한 단속 사건은 1980년대 숱한 공안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며, 자살 전날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을 신문사에 보내고 죽은 한 학생의 사연에는 2007년 세계를 놀라게 한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한인 학생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그 시절에 대해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참으로 피상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아니 일제 강점기 시절의 경성의 삶에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의아하게 다가왔던 것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 , 으레히 식민지 기간동안 그네들이 맞닦뜨렸을 암울하고 비참한 현실만 생각했기 때문일까?

사진에 박힌 경성은 그야말로 모자이크같이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독립 운동가들의 수감 모습이 사진에 아프게 박혀 있다. 표표히 박혀있는 그네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독립 운동의 좌절이 나의 마음도 아프게 한다.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의 수형 기록표에서, 그리고 치안 유지법 위반으로 감금된 한용운의 수형 기록표에서 보여지는 쓸쓸한 옆모습은 그래서 더 아팠다. 마치 마음 속 가득한 울분들이 미처 터트려지지 못하고 작은 사진 속에 박제된 느낌이랄까? 처연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이 아픈 사진도 있었지만, 놀랄만한 사진들도 여럿 들어있다.
안창남의 비행기 사진도 그렇지만, 1923년 동아일보에 실린 몽타쥬 사진 <어린이 천 사람, 동아일보 1천 호 기념.도 그렇다. 1000명의 어린이 사진을 모집하여 실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때 가정에서의 사진 촬영이 보편화되었었다는 것인데...  
지금도 새해 벽두에 보여지는 신문의 첫 일면에서의 사진 모자이크, 이것이 1923년에도 있었구나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사진사 이홍경의 이야기도, 그녀가 근화여학교 사진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것도 정말 신기했다. 아직도 여자가 사진 촬영을 하면 생경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때부터 여성 사진사가 있고, 그녀가 또다른 후배들을 길러냈다는 것도 정말 놀랍고, 그때의 경성이나 지금의 서울이나 모습은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오버랩된다고 말한 것처럼, 하와이 사진 신부의 모습도 현재 결혼정보회사같은 곳을 통해 이루어지는 국제 결혼과 다를바가 없고, 사진결혼으로 이한 중매인들의 사기와 횡포가 엄청 났다고 한 것이나  자살 직전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품고 자살하거나, 혹은 사진을 찍은 후 다음날 자살을 했다는 것 또한 현대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 

신문에 경쟁적으로 실리던 성 관련 서적과 에로 사진의 광고나 1935년 1월 경기도 안성에 사는 여섯 청년들이 목욕하러 온 여성의 나체를 훔쳐 보고 촬영한 사건들도 생경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경하지 않다. 심지어 그시절에도 동성연애로 인한 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예전에 갖고 있던 어떤 막연한 상상 - 일제 강점기하에 조선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이 여지없이 부서진 측면도 없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삶이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색채를 띨 수 밖에 없다는 것, 경성 시절의 그네들이나 현대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나 살아가고 있다는 것, 삶을 산다는 것에는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책을 읽으며 생각된 것이고, 무엇보다 읽는 내내 전도서의 말씀이 떠오른 것은 역시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바가 진리라는 것이다.  "  이미 있었던 것이 앞으로 있을 것이며 이미 된 것이 앞으로도 될 것이니, 해 아래 새 것이 없도다"(전도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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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도망갈 거야 (보드북) 보물창고 보드북 1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하면 딱 떠오르는 유명한 책, 바로 잘자요 달님! 이지요. 포근하면서도 평온해서 편안해지는..  이 책을 쓰신 분이 바로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무척 반가웠고, 또 기대도 되었습니다.
이 책 역시 뒷표지의 말처럼 1942년 나온 후 지금까지 70년 세월 동안 전세계 아이들의 머리맡에 변함없이 놓여 있는 그림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흑백과 컬러 그림이 적절히 조화되면서 아이와 엄마의 주고받는 대화가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아기토끼는 “엄마, 난 도망갈 거야.”라고 말합니다.
엄마토끼는 말하지요. “그럼, 난 쫓아갈 거야.”
그러자 아기토끼는 시냇물로 가서 물고기가 될 거라고 해요.
그럼 엄마토끼는 낚시꾼이 되어 아기토끼를 잡을 거라고 말합니다.
아기토끼는 산으로 올라가 바위가 된다고 하고, 엄마토끼는 등산가가 되어 아기토끼가 있는 곳까지 기어올라간다고 하지요.
아기토끼는 다시 아무도 몰래 크로커스로 피어난다고 말해요.
그럼 엄마토끼는 정원사가 되어 찾아낸다고 하지요.
아기토끼가 새가 되고 돛단배가 되어도, 엄마토끼는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어 언제나 아기토끼를 다시 엄마토끼에게로 돌아오게 한다고 합니다.
결국 아기토끼는 포기하고 마네요. “치, 난 그냥 이대로 있는 게 낫겠어. 엄마네 작은 아기로 그냥 남아 있을래.”
그리고 엄마가 주는 당근을 아주 맛있게 먹습니다.

아이가 부리는 투정, 약간의 일탈(?) 과 그것을 받아치는 엄마의 대답이 재미나게 진행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대화에 맞춰 바뀌는 그림들이 따스하면서도 웃음이 저절로 나게 합니다.
아이는 계속 계속 엄마로부터 도망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언제든지 아이를 찾아 떠난다고 합니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말이지요. 새가 되어 멀리 멀리 날아가면 나무가 되어 아이 토끼가 날아들게 할 거라는 엄마. 돛단배가 되면 바람이 되어서 돛단배를 밀 것이라고 대답하는 엄마.

왜 엄마는 이렇게 아이 곁을 맴돌고, 끝까지 찾아다닐까요?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이 엄마의 마음이지요. 아이를 옆에서 지켜주고, 멀리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위험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엄마,그리고 아이가 멀리 멀리 갔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엄마.

나도 이렇게 넉넉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아이의 일탈(?)도 받아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네요. 현재 저의 상태는 뭐랄까?  아이들에게 엄포만 놓고, 스트레스만 팍팍 주고, 마음의 약간의 치기도 받아주지 못하는 빡빡한 엄마거든요. 좀더 아이를 안아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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