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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마스크 - 그래도 난 내가 좋아! ㅣ 작은 곰자리 2
우쓰기 미호 지음, 장지현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3월
평점 :
사람들은 저마다 재능이 담긴 그릇을 가졌다. 하지만 내 그릇은 텅 비었다. 나한테는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왜 나로 태어났을까?
치킨마스크는 이런 글로 시작된다.
나는 왜 나로 태어났을까?
어찌보면 이 물음은 가장 어려운 물음이다. 내가 왜 나로 태어났는지, 과연 나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인지... 그러나 또 곱씹어보면 이 물음은 마음 저 깊숙이에서 들려오는 아픔의 소리이기도 하다.
힘들었던 학창 시절, 나도 수없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왜 나로 태어났을까?"
사춘기의 치기였을까? 재잘재잘 떠들던 그 교실에서 혼자 동그마니 섬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든 적이 종종 있었다. 원하는 바는 많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1등을 차지하는 친구가 너무나 부러웠고, 글을 잘 쓰는 친구가 부러웠고, 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있었던 친구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읽다보니 치킨 마스크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아려왔다.
난 공부를 못한다. 올빼미 마스크처럼 계산을 빨리 하지도 못한다.
글씨도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쓰니까 글씨 쓰기가 싫다.
만들기도 엉망이다. 햄스터 마스크가 멋진 걸 만들어서 따라 해봤더니 이상한 게 나왔다.
뭘 하든 서투른 내가 싫어서 만들기도 늘 하다가 만다.
비교하는 순간부터 무진장 상처받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을 고정하는 순간부터 말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나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그래서 나는 나인데, 그 중요한 사실을 그 시절엔 몰랐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내가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네들이 힘겹게 고군분투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내게 좋은 본이 되어서 힘겨움을 떨쳐버리고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 책을 아이와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책들이 그 시절에도 있었다면 좀더 빠른 시간안에 내 고민을 던져버리고 건강한 마음으로 기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소심함과 여린 마음을 닮은 아이는 이 책을 정말 진지하게 보았다. 치킨 마스크의 심정을 이해한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아이는 엄마인 나를 닮아 운동 신경도 없고, 약지도 못하고, 체구도 작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씨름(?)에서 지고 오고, 달리기 시합에서도 스타트가 느려서 지고 온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너무나 속상해하고, 또 자신보다 힘이 세거나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치킨 마스크도 체육 시간에 서투르고, 달리기도 반에서 가장 느리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편이 되는 것을 싫어할거라고 속상해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이다. 또 씨름도 못한다고 나와 있으니 ..
심각해진 아이의 표정 땜에 잠시 책을 읽는 것을 멈춰야 했다.
"엄마, 나도 달리기도 못하고 씨름도 자꾸 져요. 치킨 마스크처럼..." 울먹 울먹하면서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이 녀석에게 그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어린 마음에 많이 속상해 있었는데 아이의 마음 하나 미처 헤아리지 못한 미련한 엄마구나 싶었다.
"우리 호야는 피아노도 잘 치잖아. 그 친구는 달리기를 잘하지만.
그리고 우리 호야는 작곡도 잘하고.. 그 친구는 달리기를 좋아해서 달리기를 많이 하다보니 잘 하게 된 거야. 하지만 그 친구는 피아노는 못하잖아.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거야. 그리고 달리기를 많이 하면 잘하게 될거야. 우리 내일부터 연습하자."
이렇게 아이를 달래면서 잘하는 부분을 이야기해주었더니 그제사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 치킨 마스크가 어떻게 하는지 볼까?"
계속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나는 뒤처진 아이다. 교실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다. 늘 방해만 되는 나 같은 애는 없는 게 나아
이렇게 생각한 치킨 마스크는 비밀 장소인 동산에 와있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찾아왔던 비밀 장소다.
"내가 없어진 줄도 모르겠지. 이런 나라도 필요하다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내가 나가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
치킨 마스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앉아 있는다. 그런데 저기 무언가가 보이는 것이다. 바로 마스크들이었다. 치킨 마스크는 공부를 잘하는 올빼미 마스크도 써보고, 햄스터 마스크도 써보고, 장수풍뎅이 마스크, 개구리 마스크, 해달 마스크, 토끼 마스크를 써보았다.
여러 마스크를 쓰면서 치킨 마스크는 생각한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 치킨 마스크야, 다른 마스크가 되지 마, 네가 없어지면 누가 우리한테 물을 주겠어. 넌 마음이 참 예뻐. 부탁이니 다른 마스크가 되지마"
치킨 마스크가 항상 물을 주었던 나무 동산 식구들이었다.
"이런 나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치킨마스크는 나무 동산 식구들의 말에 반문을 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바로 "나는 ..................나야!"라고 말이다..
그리고 치킨 마스크를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교실로 돌아간다. 그러나 혼자 동산으로 왔을 때처럼 슬픈 마음을 안고서 돌아가지 않았다. 기쁜 마음으로, 껑충 껑충 뛰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책은 끝난다.
파랗게 갠 하늘이 멋진 날이었다. 내 그릇에 무언가 들어찬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의 정체감을 바로 세울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나야!"라고 느끼는 것은 그래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나무 동산 식구들은 치킨 마스크가 어떤 아이이지, 왜 중요한 아이인지를 말해주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을때, 인정받는 존재가 되었을때,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을 때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서로 성장하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것, 이것은 서로를 세워주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 영호야, 영호는 엄마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고, 형아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야. 그리고 우리 영호는 책도 잘 읽고, 형아랑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동생이고, 또 엄마가 아플 때 이불도 덮어주는 착한 아들이고,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잖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는 우리 영호는 영호라서 좋아. 그리고 하나님께서 엄마 아빠에게 우리 영호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 "
아이가 편안한 얼굴로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아이 손을 잡아본다.
"그래, 아이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장점만 보자. 늘 지지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비밀 장소가 되자. 세상의 잣대로, 경쟁의 잣대 속에서 휩쓸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바라보고 지켜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