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사바나 ㅣ 미래의 고전 8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평점 :
남우는 별명이 "생각하는 소나무"인 아이이다. 아버지는 남우가 일곱 살 때 돌아가시고, 엄마는 남우가 아주 어렸을 때 멀리 미국으로 가셔서 현재 남우는 할머니랑 살고 있다. 늘 마음 한 켠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사는 남우, 사실 남우는 엄마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남우의 마을에 동물원이 들어서고, 그곳에서 남우는 우연히 사바나원숭이를 만나게 된다. 왠지 모르게 사바나원숭이에게 관심이 쏠린 남우. 그렇게 된 까닭은 내면 깊이 있었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자기처럼 사바나원숭이도 아프리카에 있는 엄마 생각에 잠못들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하던 남우는 놀랄만한 소식을 듣는다. 바로 사바나원숭이가 동물원에서 탈출했다는 소식 말이다.
탈출한 원숭이가 걱정되어 잠못 이루는 남우는 원숭이가 잡힐까봐 원숭이 대신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비가 너무 많이 와 먹이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 일부러 오이랑 먹을 만한 것들을 군데군데 산길에 놓고 오기도 한다.
아이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사바나원숭이에게 그대로 감정이입된다. 사바나원숭이를 걱정하는 아이의 초조한 내면은 곧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내면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쓰인 남우에게 원숭이가 찾아온다.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그러나 불행히도 지극한 남우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원숭이는 옆집 할머니의 신고로 잡혀서 다시 동물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남우는 꿈에도 그리던 엄마를 만나게 된다. 비록 하루였지만 말이다.
마와 함께 처음 찾아간 동물원, 거기서 남우는 다시 사바나원숭이를 재회하고 서로 마음의 말로 대화를 나눈다.
"너도 앞으로 살아가려면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비록 나처럼 탈출한 동물원으로 다시 잡혀오더라도 말이야. 너무 힘이 들어서 지치더라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용기의 싹까지 뽑아 버리면 절대 안돼. 힘들면 조금 쉬었다가 그 싹을 키우면 되니까 말이야."
"엄마를 이렇게 봤으니까 괜찮아. 정말 괜찮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네가 말한 용기를 가지고 아픔을 이겨낼거야. ..."
그렇게 그리워하던 엄마를 막상 만났지만, 하루만에 다시 헤어져야 하는 남우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이젠 괜찮아. 울지 말자 소나무"
남우는 원숭이를 만나면서, 친구가 되면서 이젠 엄마와 아빠가 없는 마음의 아픔을 조금씩 털어버린다. 몸도 마음도 커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젠 원숭이한테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이제 네 차례야. 나는 들을 준비가 다 되었으니 너도 이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렴"
시종일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던 것은 남우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서였다. 사바나원숭이에 대한 안타까움은 곧 엄마를 그리워하고,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하는 남우의 아픔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우는 이제 철이 들었다. 본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용기의 싹도 키워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다른 이에게도 그들의 아픔을 들어줄 수 있는 귀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내 안의 아픔을 겪고, 이겨내고, 치유해 낸 이는 다른 이의 아픔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성장하려면 내면의 아픔을 삭혀내는 고통도 치뤄야 하지만, 역시 누군가 마음을 공유할 이가 있어서 눈물과 기쁨을 같이 나누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사바나 원숭이는 남우에게 정말 좋은 친구였다.
생각하는 남우같은 아이들에게, 아니 사람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된다면 이 세상은 좀더 따스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