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뒷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남들과 다른 만남을 꿈꾸는 그녀.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갈망하는 그.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라고 생각하는 그녀.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의 힘을 믿는 그.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할까 궁리하는 그녀와 그에게 권하는 책"
그렇다. 이 책을 권할 때는 이런 말이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 건 책을 읽고 난 뒤였다. 특히 여행이 소비가 아니라 관계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그 사람에게는 이 책이 필요하리라.
이 책에는 여행이 소비가 아님을 지적한다. 여행이 소비일 때는 볼 수 없는 것들, 외면하는 것들에 대해 눈여겨볼 것을 주장한다.
일례로 드는 건 바로 포터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트레킹을 즐기러 안나푸르나로 온다. 그러나 그들은 안나푸르나의 풍광을 즐기느라 자신들의 몸무게보다 더 많은 짐을 들고 뒤를 따르는 포터들을 미처 보질 못한다. "사람들은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포터들은 보통 사람과 달리 무거운 짐을 가볍게 나를 수 있고, 높은 고도에서도 고산증 따윈 상관없고, 영하의 날씨 속에서 슬리퍼에 면바지만 입어도 감기에 걸리지도 동상에 걸리지도 않는 슈퍼맨 같은 존재라는 이상한 믿음을. 하지만 히말라야에 오르는 많은 포터들은 낮은 구릉지대에서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 이겨 산에 오르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을요." 안나푸르나에서 포터들을 치료하는 의사 레이첼 비숍의 말이다.
자연을 즐기러 오면서 자신들의 즐거움을 쳐다보느라 옆 사람의 처참함을 보지 못하는 여행, 그것을 어떻게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행이란 참으로 어떤 이에게는 소비적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생산적이 될 수 있는 동전의 양면이다.
여행객 중 많은 이들은 포터를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낱 짐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포터들이 고산증에 걸려도 적절한 조치조차 받지 못해서 죽음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공정여행가들은 트레킹 전 여행사들에게 반드시 포터에게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는 지,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지, 장비와 숙소가 제공되는 지를 확인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포터들에게 지우는 짐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하며, 방한, 방수장비가 제공되어야 하고,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라고 말이다. 서로를 도와가며 그렇게 올라가는 산행이야말로 진정한 산행이 아닐까 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더불어 여행객 한 명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려면 세 그루의 나무가 베어져야 하고, 한 사람이 여행 후 남기는 플라스틱 물병이 무려 72개나 되며 이것들이 고스란히 안나푸르나에 쓰레기로 남게 된다는 사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행의 이면이다. 그래서 공정여행 가이드들은 개인 물병을 사용할 것과 가급적 샤워는 간단히, 나무 연료가 아닌 전기로 하는 샤워 시설을 찾을 것을 당부한다.
여행이란 현지의 삶을 이해하고, 체험하고, 나누는 것이라고 당부하는 저자의 말에 백배 공감이 간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함께 하면서 함께 자연을 나누고, 함께 미래를 나누고, 정을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이제 소비적인 여행에서 벗어나서 함께 가는, 생산적인 여행의 길로 많은 이들이 들어서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실천은 지금, 나부터 해야 한다!
새롭게 여행을 보는 시각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