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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의 희망 노래 ㅣ 미래의 고전 16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우토로의 존재를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토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어찌보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일제강점기나 조선의 독립 등은 역사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야기이지, 실제 피부에 와닿는 현실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직도 역사는 현실 속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자리한 우토로는 1940년 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만든 무허가 숙소로 형성된 마을이다. 당시 조선인들은 가족과 함께 조선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비행장이 채 만들어지기 전에 일본은 패전을 하고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을 우토로에 남겨 둔 채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조국으로 돌아올 여비조차 없어, 갈 곳 없던 조선 사람들은 버려진 땅을 눈물로 일구고, 집을 짓고, 우토로를 고향으로 여기며 지내왔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우토로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들은 일본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삶의 터전인 우토로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이런 우토로를 배경으로 우토로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할머니와 보라의 이야기를 가슴이 먹먹해지게 풀어내고 있다. 보라가 소학교에서 보내는 고통의 시간들이 그대로 전해져 안타깝기도 하고, 부르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였다. 어린 아이가 감내하기에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단지 우토로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지 조센징이라는 이유 만으로...
어찌할바를 모르고 억압적인 사회적 폭력에 무방비로 내쳐진 보라에게 희망을 주고 다시 당당하게 일어서게 한 것은 숙모였고, 우토로가 생겨나게 된 배경이었다. 자신들의 힘으로 일군 우토로, 그래서 사람이 살게 된 우토로. 일본인들은 사실상 조선인들의 노력과 땀으로 일군 우토로에 어부지리로 살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 사실 고맙다고 해야 할 사람은 일본인이었다. 보라는 우토로를 일군 조선인들의 눈물을 알게 되고, 그 눈물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당당히 학교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폭력에 대항하여, 오히려 마쓰다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고, 그후 할머니를 도와 여러 방면으로 우토로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멋진 우토로인이 되었다.
지금도 일본 정부에 대항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이들 우토로 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우토로에 살고 있는 150여 명의 조선인들을 위해 모금운동이 벌어졌고 10억 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3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 우토로 마을을 사려고 했지만, 엔화가 치솟는 바람에 그 모든 수고가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제 이런 우토로 마을의 이야기가, 저 먼 타국에서도 조선인으로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또한 우토로의 노래에 담긴 희망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 우리 아이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토로에서 희망찬 노래가 불려지기를 소망해본다.
오늘은 가난한 우토로
내일은 웃게 될 우토로
놀다 가세 놀다 가요
우토로에 와서 놀다 가세
얼싸절싸 얼씨구 좋다
우토로에 와서 놀다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