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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의 진료실 - 소년원에서 만난 경계선 지능 장애 아이들의 진실
미야구치 코지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평점 :
소년원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저자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소년범들의 사례를 소설로 각색한 책이다. 전작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 경계선 지능을 가진 소년범들의 세상이 어떻게 왜곡되어 보이는지 이론과 예시를 통해 설명하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책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그들의 환경, 퇴소 후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 그들의 성장을 돕는 보호관과 의사, 간호사의 노고를 소설 속에서 종합적으로 다룬다. 서사를 통해서 소년범과 피해자, 사회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책의 장점인 것 같다. 처음에는 소년범이 아니라 의사의 가족부터 소개되어서 너무 장황하지 않나 싶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인물과 상황들이 연결되어 소설로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범죄에 이용되기 쉽고,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는 인식을 갖기도 어렵다. 많은 소년범들이 자신의 장점을 ‘착하다‘고 말하는 점이 그렇다. 소년원을 나와서도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입소하거나 성인이 되어 징역을 살기도 한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해 남의 말에 의존하고,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못하니 그들의 인생 그래프는 출생 이후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는 일이 잦다. 학교에서도 그런 학생들을 종종 본다. 받아쓰기 점수가 늘 낮아서 처음에는 공부를 안 해오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며칠 동안 연습했다는 아이, 방학이 지나고 오면 한글을 까먹었다는 아이,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이용당하고 나쁜 일을 혼자 덤터기 쓰는 아이. 도움을 주고 싶어도 교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적으로 이런 학생들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보호자들은 학교의 제안에 협조해야 한다. 보호자들이 자녀의 상황을 부정하거나 방관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많은 기회를 놓친다. 해가 갈수록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급격히 늘어감을 체감하고 있다. 학교의 담임교사, 특수교사가 보호자를 설득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좀더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
종종 학생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냐는 질문을 받으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고 답해왔다. 범죄자가 되어 교정시설에 들어가면 세금을 쓰는 사람이 된다. 그들이 성인이 되어 정당한 일로 얻은 수입으로 납세의 의무를 다해 내 노후를 책임져주길 바라는 것이 (조금 웃기게 들리지만) 솔직한 마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에게는 이런 어른이 되는 것이 정말 어렵겠다는 것을 계속 생각했다. 그들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제도와 지원이 늘어나길 바란다.
📍우리가 어렸을 적을 떠올려 보면 그가 마주하게 될 다양한 어려움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유를 모른 채 혼나며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누군가의 꾐에 쉽게 넘어가거나 거금을 잃고도 알아채지 못한다. 무엇보다, 곁에서 이를 도와줄 어른도 없다. (115쪽)
📍이 소녀는 스스로 생각해 본다는 습관이 없었다. 보호관은 바로 소녀의 종이를 보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그러한 행동이 오히려 그녀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 하다. (138쪽)
📍죄를 짓고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가 어떻게 자기를 ‘착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원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자기 인식의 불균형이 교화 작업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면 굳이 자신을 고치려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211쪽)
📍소년원에서 지내는 많은 소년들은 이곳 생활이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발달 장애나 지적 장애를 앓고 있으면 소년원에 들어오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이들의 갱생을 한층 더 방해하고 있다. (226쪽)
📚그늘 @geuneul_book 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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