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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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초능력'이라 하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처럼, 하늘을 난다거나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초자연적이고 초감각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말할터.

이 책의 주인공 '병삼'과 '보라'가 가진 초능력은 그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하다.


병삼인 그에게 따귀를 맞으면 자신의 속내를 줄줄 털어놓게 하는 능력이 있다.
떠돌다 지금은 동네 작은 교회의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40대후반 평범한 아저씨일 뿐이다.

보라는 자신의 땀냄새를 맡은 성인 남자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어린시절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대인기피, 공항장애를 경험했다. 아버지조차 자신의 땀냄새를 맡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상처가 많다.
미국에서 살았으나 자신으로 부모님의 재결합을 위해 홀로 한국행을 택한다.

보라는 한국에서 운동강사로 일하다 틈틈이 자신의 땀냄새를 이용해 나쁜 남자들을 자극해, 합의금을 뜯어낸다. 정의 구현을 핑계로한 보라에게 그동안 상처준 남자들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그날도 신라호텔에서 40대 초반의 남자가 보라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에게 폭압적인 행동을 보고 겨느랑이 냄새를 손가락에 찍어 나비처럼 날아간다.

벌처럼 쏘아대려 했지만 남자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남자의 정체는 강남의 유명한 재일교회 목사, '재일'이었다.
서로의 정당방위를 주장한채 옥신각신하다 결국 경찰서에 가게 된다.

경찰서에 가자 재일에게 여러모로 불리했다. 보라는 이미 경찰서에게 의로운 시민으로 정평이 나 있었고 나쁜 남자들을 진압해 데려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경찰서에 우연히 방문한 '병삼'은 꽥꽥거리며 욕을 하는 '보라'를 보자 화가나 '병삼'은 '보라'의 따귀를 후려친다.
그러자 상황은 이내 역전된다.
보라는 일어나 재일에게 사과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참회한다.
그동안 합의금을 받아냈던 것, 먼저 폭행을 행사한 것 등을 모두 시인한다.

'재일'은 무사히 경찰서에게 풀려나고 자신을 구해준 '병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사건이 산뜻하게 마무리될 줄 알았던 순진한 병삼과 달리 재일은 진흙탕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보라를 고소하고 그녀가 일하는 운동센터에 게시란에 사기꾼, 꽃뱀이라는 글을 올려 그녀를 해직당하게 한다. 병삼을 자신의 교회에 데려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병삼이 원래 다니던 교회의 목사인 '바울'도 재일과는 해외선교를 통해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병삼을 찾아온 보라의 딱한 사정을 듣고 바울은 취직을 알아봐주고 재일을 찾아가 선처를 구한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라 읽기전부터 상당히 기대했던 소설이었다.
역시 내용, 전개, 등장인물의 진득했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찌질하고 절대 나쁘기만한 인물은 없었다.
주인공인 병삼, 재일, 보라, 바울. 모두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혹독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부터 배워야 했다. 그래서 언행이 거칠었지만 마음은 말랑말랑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로 충분히 설득해주고 있어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또 '우진'이라는 인물은 작가 자신을 작품 안에 투영시킨 점도 제법 신선했다.


다정하고 따뜻한 일상 판타지 난투극.
오늘은 무료한 일상에서 꽤 괜찮은 찌질한 초능력자 소설 한편을 만난 날.
겨울밤이 길어 좋다.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일상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드리는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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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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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쾌한 소설,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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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의 거울 (리에디션)
정무 지음 / 메트릭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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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 MZ세대 이야기, 나와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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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의 거울 (리에디션)
정무 지음 / 메트릭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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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단번에 떠오른 단어인 N포세대.

N포 세대는 N가지 것들을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 청년실업 등 여러 문제에 시달리는 20~30대인 한국 젊은이들의 처한 암울한 현실을 일컫는 단어라 한다.

책의 주인공인 '영백' 역시 서른 두살, 기업 P사의 5년차 대리.

약혼자 여자친구에게 500만원이 넘는 다이아몬드반지로 프러포즈를 했지만 당장 서울에 집 한칸 마련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을 매일 몸소리치게 경험하고 있다.

최고 명문대를 졸업했으나 지금은 월급 외에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불안한 청춘일뿐.

경제 유튜브, 주식 정보, 비트코인 등 여러 정보에 혹하고 기웃거리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좋지 않다.

SNS를 보며 다른 사람의 경제적 자유, 허영를 부러워하고 자신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울해한다.

MZ세대에게는 휴대폰은 한몸이다. 일심몸체이자 생명줄이요 동아줄같은 역할. 주인공 '영백'도 그러하다. 잠을 잘때외에는 한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유유상종이라설까. 영백의 친구들역시 다르지 않다.

SNS를 즐겨하며 자신을 치장하고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지만 실상은 빛좋은 개살구.

보고 싶은 것만 보기에 친구라 할지라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 함정.

그 어렵다는 공무원이 되어 주위에 부러움을 사는 영백의 친구, '인영'.

안정된 만큼 쥐꼬리 월급으로는 결혼은 커녕 연애도 어려운 신세, 번번이 소개팅에 나가 물만 먹고 있다.

결국 영백은 억대 연봉 여자친구 정윤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인영도 한껏 꾸미고 나간 소개팅에서 상대 여자와 거친 언쟁을 하고 만이유는 슬프게도 가진 게 없어서, 집이 없고 차가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굉장히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녹록치 않은 직장문화가 잘 녹아있었고 회사내 조직생활, 그 안에서 섞일 듯 섞이지 못하는 MZ세대의 고충도 잘 나타나는 책.

영백은 실연의 아픔을 슬기롭게 이겨낸다.

물론 다 죽어가는 얼굴로 회사에 지각을 하고 연차를 내고 여행을 다녀오지만 결론적으로 더 여물어졌다.


누구나 경험하는 서른 고개.

서른 고개는 생각보다 치열하다.

그 모든게 막연했고 초조하게 만드는 환경들.

나 또한 그랬다. 주변에 하나 둘씩 들려오는 결혼, 성공, 경제적 여유에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고 또 쟀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잣대로 더없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기를 부지시수였더랬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는데.

隨處作主 (수처작주) : '어디에 있건 스스로 주인이 되라는 뜻'

책에서 '영백'이 실연의 아픔으로 여행을 간 곳 액자에 적혀 있던 말.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말이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과연, 나는 지금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


좋은 책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체가 상당히 아름다운 책이었다.

또 전개가 빠르고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인물들의 성격, 서사, 갈등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가 직유, 은유 표현들로 가득찬 문장에서 반짝 반짝 빛났다.

과연 부러울 필력이다.

서른을 지나 마흔, 쉰고개에서도 주인공 영백과 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나에게

잔잔한 가르침을 준 책. 퍽 고맙다.

작가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 ‘

내가 처해있는 곳 주인되면 내가 서있는 모든 곳 진실될 것' 마음에 새기며 살게요.

그러면 지금처럼 맹인의 거울이 아닐테지요.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MZ세대 직장인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N포세대 문화가 궁금하신 분께

추천드리는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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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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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적인 느낌 & 생각

단순생활자,

활자가 주는 단순명료함이 좋았다.

저자인 황보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생각많고 우유부단하며 정직하고 성실한 내향인,

서울 근교에 집이자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글을 쓰는데 골몰하는 40대 싱글 여성.



글의 운율, 리듬이 좋았다.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문장 없이 노래하듯 감각적인 문장도 좋았고. 섬세하고 사려깊은 글이 좋아 책을 다 읽고 그녀의 행적을 쫓고 있다.

이미 책을 4권이나 낸 중견작가인 그녀.

글만큼이나 차분하고 단아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언젠가는 그녀가 하는 북토크에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책이 좋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작가로서 글쓰는 루틴, 40대 1인 가구로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배운 적 없어도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 수 있으며 청소는 윤이 나게 반들반들 하는 사람.

걷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사람.

글을 쓰는데 골몰한 나머지 여기저기 가지가지 아픈 사람.


막연히 작가의 삶은 고독을 즐기며 살짝은 방탕할 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은 긴 문장을 국수뽑듯 기계처럼 쭉쭉 뽑아내고 어느 날은 베짱이처럼, 한량처럼 배나 두드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작가의 삶은 빡~~쎘다.


매일 읽고 쓰는 거외에 산책하고 음식, 운동하는거 외에는 개인적인 시간이 별로 없어보였다.

사교, 친교를 즐기는 편도 아니었지만 주변 지인에게 하는 것을 보니 꽤 재미있고 다정다감한 사람같아 보였다.


천성이 모질거나 약지 못한 사람 같아 좋았다.

그동안 에세이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책을 통해 작가와 퍽 교감을 나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은 처음이다.

친근한 느낌, 막연한 호감과 친밀감이 몰려와서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깨방정을 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글을 쓰기위해서, 하루에 한 문장, 혹은 두 문장을 쓰고도 흡족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깊고 느리고 천천히, 그래서 타박타박 사람 냄새 나는 글이라 좋았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연깔끔하고 작가 특유의 인장처럼 묻어나는 연한 글이 좋았다.

노래하는 것같은 단문. 마침표가 예쁜 글. 정말 좋다.


오늘도 글을 쓰기 위해 아둥바둥 종종거리는 내향인 개미 작가샘!

명랑한 집순이 글쟁이의 일상에 초대합니다.

단순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경험하시게 될 거예요.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전업 작가의 글쓰기 루틴이 궁금하신 분

작가의 일상을 엿보고 싶으신 분

황보름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드리는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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