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의 거울 (리에디션)
정무 지음 / 메트릭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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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단번에 떠오른 단어인 N포세대.

N포 세대는 N가지 것들을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 청년실업 등 여러 문제에 시달리는 20~30대인 한국 젊은이들의 처한 암울한 현실을 일컫는 단어라 한다.

책의 주인공인 '영백' 역시 서른 두살, 기업 P사의 5년차 대리.

약혼자 여자친구에게 500만원이 넘는 다이아몬드반지로 프러포즈를 했지만 당장 서울에 집 한칸 마련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을 매일 몸소리치게 경험하고 있다.

최고 명문대를 졸업했으나 지금은 월급 외에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불안한 청춘일뿐.

경제 유튜브, 주식 정보, 비트코인 등 여러 정보에 혹하고 기웃거리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좋지 않다.

SNS를 보며 다른 사람의 경제적 자유, 허영를 부러워하고 자신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울해한다.

MZ세대에게는 휴대폰은 한몸이다. 일심몸체이자 생명줄이요 동아줄같은 역할. 주인공 '영백'도 그러하다. 잠을 잘때외에는 한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유유상종이라설까. 영백의 친구들역시 다르지 않다.

SNS를 즐겨하며 자신을 치장하고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지만 실상은 빛좋은 개살구.

보고 싶은 것만 보기에 친구라 할지라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 함정.

그 어렵다는 공무원이 되어 주위에 부러움을 사는 영백의 친구, '인영'.

안정된 만큼 쥐꼬리 월급으로는 결혼은 커녕 연애도 어려운 신세, 번번이 소개팅에 나가 물만 먹고 있다.

결국 영백은 억대 연봉 여자친구 정윤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인영도 한껏 꾸미고 나간 소개팅에서 상대 여자와 거친 언쟁을 하고 만이유는 슬프게도 가진 게 없어서, 집이 없고 차가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굉장히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녹록치 않은 직장문화가 잘 녹아있었고 회사내 조직생활, 그 안에서 섞일 듯 섞이지 못하는 MZ세대의 고충도 잘 나타나는 책.

영백은 실연의 아픔을 슬기롭게 이겨낸다.

물론 다 죽어가는 얼굴로 회사에 지각을 하고 연차를 내고 여행을 다녀오지만 결론적으로 더 여물어졌다.


누구나 경험하는 서른 고개.

서른 고개는 생각보다 치열하다.

그 모든게 막연했고 초조하게 만드는 환경들.

나 또한 그랬다. 주변에 하나 둘씩 들려오는 결혼, 성공, 경제적 여유에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고 또 쟀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잣대로 더없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기를 부지시수였더랬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는데.

隨處作主 (수처작주) : '어디에 있건 스스로 주인이 되라는 뜻'

책에서 '영백'이 실연의 아픔으로 여행을 간 곳 액자에 적혀 있던 말.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말이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과연, 나는 지금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


좋은 책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체가 상당히 아름다운 책이었다.

또 전개가 빠르고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인물들의 성격, 서사, 갈등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가 직유, 은유 표현들로 가득찬 문장에서 반짝 반짝 빛났다.

과연 부러울 필력이다.

서른을 지나 마흔, 쉰고개에서도 주인공 영백과 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나에게

잔잔한 가르침을 준 책. 퍽 고맙다.

작가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 ‘

내가 처해있는 곳 주인되면 내가 서있는 모든 곳 진실될 것' 마음에 새기며 살게요.

그러면 지금처럼 맹인의 거울이 아닐테지요.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MZ세대 직장인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N포세대 문화가 궁금하신 분께

추천드리는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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