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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평점 :
‘선출된 독재자’
생각할수록 간담이 서늘해지는 말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두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제주의가 더 이상 쿠데타의 모습으로만 출현하지 않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현대의 독재자는 대부분 합법적 정치 시스템 내에서 국민의 선택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정당,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인 ‘규범(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을 경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트럼프를 축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답답해진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미국의 상황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또한 미국의 전철을 밟는 중이며, 어렵게 되찾은 민주주의를 잃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상호 관용'에 관한 설명이었다. 상호 관용이란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그들이 존재하고, 권력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개념]이며, [정치 경쟁자가 적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한 사회가 상호 관용을 잃을 때, 극단적 정치 양극화가 활개 친다.
이렇게 상호 관용의 의미를 곱씹다 보니, 특정 인물들이 떠오른다. 나와 다른 주장은 절대 악으로 규정하며, 다른 진영이 권력을 쥐면 나라가 망할 거라 주장하는 사람들. 상호 관용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그들을 향해 비난의 칼날을 겨누려는 순간,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들을 비난하기엔 나 또한 무고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만 정의롭다 여기는 편협한 태도 역시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는 주범일 수 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두려움이 몰려온다.
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 관점으로 독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 믿는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2024년 대한민국을,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다가올 4월, 투표장으로 향할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