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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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이든 쉽게 단정 짓는 사람을 경계한다. 어느 한 인생, 어느 한 사회를 한마디 말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나 역시 이러한 오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래 들여다보지 않고,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이 삶의 피로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으니까. 이러한 오류는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바라볼 때도 적용되어 왔다.

 

<한국 요약 금지>의 저자 콜린 마샬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쉽게 정의 내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K-POP의 나라, 자살률 1위의 나라, 초고속 성장의 나라, 출산율 꼴찌의 나라라는 프레임에 가두기에 대한민국은 너무나 다채롭기 때문이다. 한국에 10년째 거주 중인 그는 영화감독 홍상수, 신촌, 82년생 김지영, 우리말 겨루기, 한국식 영어, 기생충, 한국 기행, 노재팬 운동, 건축가 김수근, 소설가 황석영 등의 키워드로 한국을 읽어낸다. 놀랍도록 분명하게 한국 사회의 여러 면모를 꿰뚫어 보는 그이지만, 그 어떤 문장에서도 내가 한국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라는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모든 문장에 한국을 향한 깊은 애정이 서려 놓았을 뿐이다.

 

막연한 긍정과 날선 부정,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채 사려 깊은 태도로 한국을 바라보는 콜린 마샬. 그에게서 한 사회와 국가를 바라볼 때 반드시 지녀야 할 태도를 배운다. <한국 요약 금지>에서 배운 방식으로 편협한 내가 세상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일이지만 어떤 사회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기본적으로 그 사회의 성가시거나 부정적인 면을 알아야 한다.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긍정적인 특징에만 집중한다면 자신에게 좋게 다가오지 않는 부정적인 것들과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비교함으로써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한 사회가 필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불완전함 또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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