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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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북한 관련 뉴스가 흘러나올 때마다 할아버지는 혀를 차며 말씀하셨다. “저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걸 축복으로 여기며 살아라.” 그 때문인지 내게 북한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어왔으며, 북한 사람들은 개성과 감정이 배제된 무채색의 존재로 여겨져 왔다.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의 저자 김성경 교수는 인터뷰와 문헌을 통해 만난 북한 여성들을 여성주의의 안경, 상상력의 안경, 동일시와 연대의 안경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안경 너머 존재하는 북한 여성의 삶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북한 여성들의 삶이 무채색의 그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대의 거친 풍파를 묵묵히 견디는 모습, 적극적인 경제 활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스스로를 가꾸는 모습,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모습... 한 마디 말로는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빛깔의 삶의 모양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건실, 만자, 혜원, 수련, 희경, 순영, 정희, 옥경, 미영...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책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이름들을 곱씹어 본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의 얼굴을 가만히 상상해 본다. 그러자 꿋꿋하고 아름다운 그녀들의 삶에 온기가 깃들길 바라는 간절함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북조선 여성들의 삶과 꿈을 본다. 그녀들의 일상 속 작은 실천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균열을 마주한다. 식민, 해방, 전쟁, 분단이라는 역사적 경로에서 발현된 북조선 여성들의 다양한 행위주체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각한다.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강건한 구조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만들어낸 북조선 여성들의 분투기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철옹성 같아 보이는 권력과 이데올로기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해방적 실천을 통해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북조선 여성들이라는 존재가 증명하고 있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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