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 순간의 감정부터 일생의 변화까지, 내 삶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모든 것
막스 니우도르프 지음, 배명자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탄생은 배 속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한다.' 

태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호르몬이 인간의 몸과 정신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책. 중학생 이후 생리 주기에 따라 일상이 좌우되어 왔던 나는, 일찍부터 호르몬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임신을 결심한 이후, 호르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바로 그런 이유.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호르몬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움직이는지 알지 못했고, 그래서 내 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는 여러 사례를 통해 호르몬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움직이는지 잘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플라스틱을 비롯한 환경 유해 물질이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 내용. 결국 인간은 쌓아둔 업보를 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유기체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나를 둘러싼 환경, 일상적으로 사용해 온 물건 하나가 새삼 두렵게 다가오기도.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해, 더 나아가 잘 죽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호르몬에 관심을 가져보기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출된 독재자’


생각할수록 간담이 서늘해지는 말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두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제주의가 더 이상 쿠데타의 모습으로만 출현하지 않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현대의 독재자는 대부분 합법적 정치 시스템 내에서 국민의 선택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정당,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인 ‘규범(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을 경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트럼프를 축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답답해진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미국의 상황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또한 미국의 전철을 밟는 중이며, 어렵게 되찾은 민주주의를 잃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상호 관용'에 관한 설명이었다. 상호 관용이란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그들이 존재하고, 권력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개념]이며, [정치 경쟁자가 적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한 사회가 상호 관용을 잃을 때, 극단적 정치 양극화가 활개 친다. 


이렇게 상호 관용의 의미를 곱씹다 보니, 특정 인물들이 떠오른다. 나와 다른 주장은 절대 악으로 규정하며, 다른 진영이 권력을 쥐면 나라가 망할 거라 주장하는 사람들. 상호 관용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그들을 향해 비난의 칼날을 겨누려는 순간,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들을 비난하기엔 나 또한 무고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만 정의롭다 여기는 편협한 태도 역시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는 주범일 수 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두려움이 몰려온다.


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 관점으로 독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 믿는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2024년 대한민국을,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다가올 4월, 투표장으로 향할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무엇이든 쉽게 단정 짓는 사람을 경계한다. 어느 한 인생, 어느 한 사회를 한마디 말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나 역시 이러한 오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래 들여다보지 않고,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이 삶의 피로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으니까. 이러한 오류는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바라볼 때도 적용되어 왔다.

 

<한국 요약 금지>의 저자 콜린 마샬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쉽게 정의 내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K-POP의 나라, 자살률 1위의 나라, 초고속 성장의 나라, 출산율 꼴찌의 나라라는 프레임에 가두기에 대한민국은 너무나 다채롭기 때문이다. 한국에 10년째 거주 중인 그는 영화감독 홍상수, 신촌, 82년생 김지영, 우리말 겨루기, 한국식 영어, 기생충, 한국 기행, 노재팬 운동, 건축가 김수근, 소설가 황석영 등의 키워드로 한국을 읽어낸다. 놀랍도록 분명하게 한국 사회의 여러 면모를 꿰뚫어 보는 그이지만, 그 어떤 문장에서도 내가 한국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라는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모든 문장에 한국을 향한 깊은 애정이 서려 놓았을 뿐이다.

 

막연한 긍정과 날선 부정,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채 사려 깊은 태도로 한국을 바라보는 콜린 마샬. 그에게서 한 사회와 국가를 바라볼 때 반드시 지녀야 할 태도를 배운다. <한국 요약 금지>에서 배운 방식으로 편협한 내가 세상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일이지만 어떤 사회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기본적으로 그 사회의 성가시거나 부정적인 면을 알아야 한다.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긍정적인 특징에만 집중한다면 자신에게 좋게 다가오지 않는 부정적인 것들과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비교함으로써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한 사회가 필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불완전함 또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 - 도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이언 골딘.톰 리-데블린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의 기원과 명암을 살핀 책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불현듯 도시가 거대한 악의 축처럼 느껴진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도시가 불평등, 분열, 전염병, 기후 변화를 초래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가 각기 다른 계층의 운명을 어떻게 갈랐는지 보여 주는 대목,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져온 비극을 다룬 대목을 읽으면서는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도시가 인류의 희망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 희망의 단초를 ‘도시가 가진 연결의 힘’에서 발견한다. 그렇다. 도시가 분열과 불평등의 장이 아닌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되고, 각기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며 진화할 때 변화의 싹이 움튼다. 그럴 때 비로소 도시는 기후 위기, 새로운 전염병 등 인류가 겪게 될 거대한 위협에 맞설 든든한 요새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도시의 진화를 위해 공정한 교육, 공정한 주택, 공정한 대중교통을 기둥으로 한 ‘공정한 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정 계층만의 도시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경험을 공유하는 ‘모두의 도시’가 될 때 인류가  하나로 연결되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제시된 오스트리아 빈의 주거 정책, 파리의 ‘슈퍼 이웃 공화국’은 기억해 둘 만한 사례였다.


책장을 덮고 나니 책에 등장한 수많은 도시와 내가 연결된 기분이 든다. 그 도시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온 인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구를 하나의 도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현대 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시 곱씹는다. 도시는 미래를 위한 희망이다.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만들 수 있다. 



#어크로스 #번영하는도시몰락하는도시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 동물이고, 공동 번영은 우리 사이의 강한 유대에 달려 있다. 5000년 전 처음 출현한 이래 도시는 궁극적으로 이런 유대의 표현이었다. 오늘날 우리 세계는 일련의 위험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그 중심에 도시가 있다. 현재 도시에 살고 있는 40억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여기에 합류할 또 다른 수십 억 명의 사람들에게 도시의 번영은 매우 중요하다. 도시는 인류의 집단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주할 이유는 없다. 변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우리가 진로를 조정하는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여기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변화는 우리의 행동, 다시 말해 먹는 것부터 이동하는 방법,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까지 모든 것에서 시작된다. - P2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에서 북한 관련 뉴스가 흘러나올 때마다 할아버지는 혀를 차며 말씀하셨다. “저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걸 축복으로 여기며 살아라.” 그 때문인지 내게 북한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어왔으며, 북한 사람들은 개성과 감정이 배제된 무채색의 존재로 여겨져 왔다.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의 저자 김성경 교수는 인터뷰와 문헌을 통해 만난 북한 여성들을 여성주의의 안경, 상상력의 안경, 동일시와 연대의 안경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안경 너머 존재하는 북한 여성의 삶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북한 여성들의 삶이 무채색의 그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대의 거친 풍파를 묵묵히 견디는 모습, 적극적인 경제 활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스스로를 가꾸는 모습,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모습... 한 마디 말로는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빛깔의 삶의 모양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건실, 만자, 혜원, 수련, 희경, 순영, 정희, 옥경, 미영...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책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이름들을 곱씹어 본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의 얼굴을 가만히 상상해 본다. 그러자 꿋꿋하고 아름다운 그녀들의 삶에 온기가 깃들길 바라는 간절함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북조선 여성들의 삶과 꿈을 본다. 그녀들의 일상 속 작은 실천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균열을 마주한다. 식민, 해방, 전쟁, 분단이라는 역사적 경로에서 발현된 북조선 여성들의 다양한 행위주체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각한다.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강건한 구조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만들어낸 북조선 여성들의 분투기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철옹성 같아 보이는 권력과 이데올로기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해방적 실천을 통해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북조선 여성들이라는 존재가 증명하고 있다.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