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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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가 얼마나 매력적인 곳이기에 이럴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남은 나날들은 가능한 한 많은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다.

우리나라와 다른 색깔의 감성, 사람, 책, 장소, 문화를 맛보고 싶다.

<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의 저자 아오야마 미나미는 그런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미국 소설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일을 해 온 저자가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미국 소설을 읽다 보면 스페인어가 툭툭 튀어나와 어찌 됏든 좀 배워 두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계기라고 한다.

책은 16세기 초 스페인이 은광을 차지하기 위해 멕시코를 빼앗고,

이어 1846~1848년에 미국이 멕시코 영토의 거의 절반을 빼앗은 아픈 역사에서 출발한다.

인종이 섞이며 '치카노 문학'(미국 문학에서 멕시코계 미국인이 만들어 온 문학. 영어로 쓰였지만 곳곳에 스페인어가 섞여 있음)이 발달했다고 한다.

미국사회에서 영어 속에 스페인어가 섞이는 Spanglish(스팽글리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스페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저자. 멕시코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한다. 60살에. 응? 60살에? 몸 안 아파? 기력 안 떨어져? 그게 가능해?

난 30대 중반에 애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우선 NHK 어학강좌를 통해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 저자.

요건 나랑 비슷하네.

나도 EBS 라디오 어학강좌를 통해 일본어, 영어, 중국어를 공부해 왔었다.

 

책은 스페인어를 배우러 가서 결국은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 배워온 저자의 쏠쏠한 어학여행기가 나온다.

하나의 공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 하나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거구나.

그거 정말 해볼만 하겠구나!

저자가 말해주는 이런저런 밥벌이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멕시코에서 만난 '뛰는 놈 위에 나는' 사람들

어학을 공부하기 위해 떠난 멕시코에서 저자는 스쳐지나가는 여러 사람들과 조우하게 된다.

은퇴 후 혹은 현업이 있는 가운데 휴가를 써서 멕시코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러 온 사람들 이야기는 멋졌다!

교수 은퇴 후, 의사 은퇴 후, 은행장 은퇴 후 등등등.

세상에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경제적 여유가 되어, 나이가 들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행복할까?

물론 그들에게 젊음보다 소중한 것은 없겠지만.

내가 60이 되고, 은퇴를 하고, 갑자기 현업이 없어져 쓸쓸한 때즈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인생 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이건 겪어보지 않아 아무것도 알 수 조차 없지만, 무언가 희미한, 희뿌연 희망, 기쁨으로 느껴졌다.

관심가져 본 적 없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역사, 부흥기, 유명 작가 등 저자는 스페인어에서 출발해 결국은 사람과 문화로 이어지는 무형의 어떤 것까지 설명해낼 줄 아는 분이었다.

김씨의 방황하는 꿈

. 차를 타고 남아메리카를 일주하는 게 꿈인 김씨. 그러나 아내가 좀처럼 마음을 움직여 주지 않아서인지 스페인어 수업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저자는 김씨의 권유로 스페인어 개인 과외를 받게 되고,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한 과외쌤을 만나,

스페인어로 소설과 시를 읽어 보고 싶다는 열망을 느꼈다.

적절한 시기에 나에게 필요한 적절한 사람을 만난다는 일의 중요성이 이런 것이리라.

스페인어를 배워서 스페인 감성을 내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저자의 열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일본어를 배우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어로 읽으며 일본 작가 특유의 그 무엇을 직감으로 느껴보고자 했으니까.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의 매력은 아래와 같은 것일 게다.

피터와 루이스가 스페인어를 배우는 이유

. 두 사람 모두 미국인이었는데 피터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루이스는 텍사스의 샌안토니오에서 왔다. 피터는 은행원이었는데 지금은 퇴직했고 대학에서 가끔 경영학을 가르친다고 했다. 루이스는 비뇨기과 개업의였다.

오전에 스페인어 수업을 받고 오후에 관광을 하는 일정은 나와 같았다. 230쪽

세상엔 대단한 삶의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나는 거대한 종이 인형을 스페인어로 'mono'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데 군데 나오는 스페인어를 내 입으로 따라해가며

저자가 밟았을 그 과정을 나도 간략하게나마 따라 밟아 보았다.

스페인어 수업 시간에 피터가 작문한 예시에 난 웃음이 빵 터졌다.

ser 동사를 활용해 작문한 문장이 아래다.

Donald Trump no es abierto(= Donald Trump is not open.)

너무 웃기지 않은가?

                                                     

이 책에 나오는 디에고 리베라에 관한 책도 읽어보고 싶다.

낯선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의 작가들을 알게 된 것도 승산이다.

 

책 맨 뒷부분에는 이 책에 나오는 스페인어 단어와 그 뜻이 나온다.

책을 읽다 보니 어설프긴해도 스페인어 단어 정도는 대충 발음할 수 있을 것 같다.

신기한 게 하나의 외국어를 배워보면 다른 외국어의 규칙이랄까 특성이 눈에 빨리 익는 장점이 있다.

저자의 홈스테이 수기, 어학학습기, 여행기를 보니,

60이 되었을 때 건강하고 행복하고 경제적 풍요로움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나이에 충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나를 감싸고 있으면 좋겠다.

저자에게 스페인어가 60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킨 그 무엇이었다면,

나의 60에는 어떤 것이 나에게 그런 강한 이끌림을 안겨줄 수 있을까?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니구나.

삶, 그것 참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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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술술 풀리는 말습관의 비밀 - 재미있게 따뜻하게 사려 깊게 나의 언어를 가꾸는 법
노로 에이시로 지음, 신찬 옮김 / 꼼지락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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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알쓸신잡>의 유시민 작가님처럼 대외에서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고 싶다.

내 꿈 중의 하나다.

화술 관련 자기계발서도 한 번쯤 읽을만 하다.

결국엔 실생활에서 내 머리와 내 입이 잘 해내야 하지만 말이다.

2020년. 내 인생이 술술 풀려야 해서 자음과모음의 <인생이 술술 풀리는 말습관의 비밀>을 들었다.

회사 복직하면 비즈니스 상황에서 훌륭하게 써먹어보고 싶다.

이 책은 인간의 심리와도 연결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결국은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 심리를 꿰뚫어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읽으면서 좋은 화술의 예가 구체적으로 나오므로, 회사생활할 때 이렇게 했다면 더 좋았겠네~하는 생각이 부분들이 많았다.

회사 회의 장면, 근황토크 장면 등 회사생활의 구체적인 씬들이 나왔는데,

실제로 써먹어볼만한 기본기들이 한가득이어서 만족스럽다.

핵심문장에는 귤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 귤색만 읽어도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은 이해한 셈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맞춰주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맞춰주는 사람'이 자기와 통하고 이상적인 상대라고 인식한다.

친해지고 싶거나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방을 세심하게 관찰해서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게 '사실'인지 '의견'인지 파악하자.

회사 상사가 그 프로젝트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어올 때, 상대의 의도를 잘 파악하여,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정확히 해주는 것, 요거요거 기본기지.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거나 TV 방송을 녹화해서 화술 연습을 할 수 있다!

내가 말하는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연구하는 사람은 더 똑똑하게 말하는 방법을 깨칠 수 있다고 한다.

녹음이나 녹화기로 자신의 말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보면, 정말 어색할 거다.

눈은 왜 이리 자주 깜빡이며, 표정변화는 왜 이리 잦으며, 말은 왜이리 빠르며, 발음은 왜이리 기어들어가며 등등등..

요건 해볼만한 거다!

기획서에는 형식적인 문구가 많다.

구두로 설명할 때는 대담하게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상대방이 기분좋게 이야기하게 하려면 모른 척해야 한다!

대화는 효율성보다는 상냥함이 중요하다.

말할 때 남들이 기분 상하지 않게 '마법의 키워드'를 활용하자!

 

 

방송계에서 일하는 저자인 만큼, 센스있고 될성 있어보이는 말습관의 비밀을 한가득 배웠다. 48가지씩이나!

사회생활하다보면 곤란한 경우, 어려운 경우, 재밌어야하는 경우, 성격 좋아보여야 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인생이 술술 풀리는 말습관의 비밀>>이 실질적으로 쉽고 간단한 팁들을 많이 줘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마법의 키워드는 외워두고 적절한 때에 쨔잔~하고 써먹으면 환상이겠다.

감사합니다, 사회생활 꿀팁 알려주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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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죄책감 버리기 연습
사이토 사토루 지음, 기즈키 지아키 엮음, 장은주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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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갔을 때, 심리학 코너에서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를 발견했다.

홀로그램 창에 앉은 소녀를 바라보는 또다른 나와

책 제목이 아렸다.

어른이 된 나는 조그마한 시절의 나를 바라보는 걸까?

실제 크기보다 더 작게 나를 인식하고 있는걸까?

30대 딱 중반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후로 서점에 가면 꼭 심리학 신간이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 살펴보곤 한다.

그러고 보니 심플라이프에서 나온 책들(자존감 수업 등)을 몇 권 봤네?

저자 사이토 사토루는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자는 그렇게 아픈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서 붕대를 감아주지도, 여러 심리현상들의 원인에 대해 학문적으로 과하게 파고 들어가지도 않지만,

일본 특유의 깔끔하고 드라이한 어조로

단락단락마다 핵심은 짚고 넘어간다.

이 키워드가 문제의 원인이니

당신은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 이런 식으로.

목차가 제법 많은데,

일본의 책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짧막짧막한 호흡의 글들이 이어진다.

글은 재미있게, 글이 실제로 뜻하는 그것의 무게감 보다는 곧잘 읽었는데,

다만 '실천'이 문제다.

이 책을 읽고 그냥 덮어버린다면

또다른 심리학 서적을 읽어도 똑같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잔잔한 호흡을 통해

작은 조각조각의 위로를 느꼈다.

이무석 정신과 의사님의 책과 같은 깊이는 없었지만,

(일본에서 흔히 잘 팔리는 책의 특징 아닐까?)

경제적이나 문화의식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흔히 30년은 더 발달되었다고 하는 나라의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똑같은 문제들로 정신과를 찾는다는 양국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의사 선생님들이 작가로서 이렇게 글쓰기까지 잘 하시면, 정말이지 부럽다!

정신분석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정신과를 찾을 수 없는 독자에게 정신과 의사선생님을 책을 통해 만난다는 것이 기쁘다.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여성을 옥죄어온 역사가 깊은 나라인데, 페미니즘을 의식한 것인지,

여성 중에 '엄마'라는 역할 하나를 더 수행중인 여성들에게 조금의 자유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암, 응당 그래야지.

저자는 엄마라고 다 자녀를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엄마도 사람이고 엄마도 자신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므로,

여성에게 엄마로서의 짐을 너무 과도하게 부여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전통사회에서 시작된 이같은 사회의 시선은 페미니즘의 영향력과 더불어 점점 지워져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엄마와 아빠는 동등하고, 동등한 노동을 할 필요가 있고, 동등한 가치가 있고, 아이에 대해 동등한 책임이 있다.

밖에서 돈 벌어온다고 아이를 안 보려하는 이 집 사람은 그래서 냉정하게 돌아서야하는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구시대 때 우리네 엄마들이 살았던 방식대로 살기 싫다!

나는 돈 버는 여자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절대 그렇게 내 한 번뿐인 인생을 혼자서 희생하고 모든 것을 감내하고 참고 살기 싫다.

 

 

이 책이 결국 말하고 싶은 바가 이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대로의) 나 자신을 제일 먼저 사랑하자."

이 간단한 문장이 실천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마음 아파하는 것일 게다.

 

 

이런 관계 많지 않은가? 애증의 관계.

어머니와 나의 관계일 수도 있고

부부지간일 수도, 형제자매간일 수도 있다.

자기혐오가 원인이 되어

제 살 후벼파기를 계속 하는 것.

가족심리, 부부심리같은 심리학 책을 읽어보면,

결국 우리가 나고 자란 가정의 분위기, 즉 부모가 자녀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고 부모와 자녀간

정상적인 소통이 있었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평생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에 의존하는 심리, 타인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 가족에게 냉정하고 폭력을 휘두를려는 사람 등, 성장배경에 그림자가 있어 어른이 되었어도 자기 키만큼 자라지 못한 자기긍정감과 자기 키보다 과하게 자란 죄책감으로 고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부모된 나의 뽁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책임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인지하게 된다.

글자로 읽으면 너무 이해가 잘 되고, 쉬운 말들인데,

순간순간 마음을 덮치는 파도가 오면 이 원칙들을 기억하고 곧바로 가동시키기가 힘들다.

원칙이 내 마음의 습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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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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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타인의 세상을 경험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하게 된다지만,

천자오루 님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읽기 전까지는, 그 타인의 정의가 좁았던 것이 확실하다.

부모의 인문학 세계가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된다고 한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세상의 크기만큼

자녀가 볼 수 있는 거라고 했다.

내가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보여줄 수 있는 세계의 크기를 넓히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조금씩 읽어내려간다.

비록 내가 받지 못했어도,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타이완의 천자오루님은 타이완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자유기고가로 활동중이다.

이 책은 장애인의 사랑과 성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과 성이 어떻게 이해되고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나오고 접해본 적 없는 내용이라 조용히 계속 읽어내려갔다.

 

깊은 잠에 빠진 아이

. (즐거운 신 부모) 왜 나는 좀 더 즐거울 수 없는가? 나를 대신해 바닥을 닦아줄 사람이 없어 그것이 오롯이 내 몫이 된다 해도 말이다! 나는 왜 이리도 억울해하는가? 바닥 닦는 즐거움을 만끽할 순 없단 말인가? 33쪽.

=> 고양이울음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아들 위위를 키우는 엄마 황리야 님이 아들 뒷바라지를 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을 때 문득 든 생각.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의 마음과 입장은 얼마나 힘들고 난처할까?

사회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아이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혼자서 고군분투해야 할까?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어쩌면 엄마인 자신이 살기 위해 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을 위위의 어머니가 존경스러웠다.

위위가 사람들의 옷을 잡아당기는 등 돌발행동을 해도 경쾌하고 의연하게 사람들에게 아이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들에, 위위는 정말 행복한 아이구나 싶었다.

아이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위위의 엄마는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

위위의 경우는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가 성교육에 특화된 강의전문가라, 경제적으로 풍족하기에 그나마 다행인 듯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의 현실이란... ...

사랑할 권리

부모가 지적장애인의 출산과 양육의 권리를 대신 결정할 수 있을까?

- 방학을 이용해 후환을 미리 없애고자 지적장애인 딸의 자궁을 적출했다는 이야기

- 1933년 독일 국회의 <유전질환 자녀 출산 금지법> 통과

- 나치의 장애인, 범죄자, 건강한 유대인 등 '가치 없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역사

일반적으로라면 들일 일이 없는 사실들이 나왔다. 충격적인 사실에 당황스러워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예, 아니오로 시원하게 답변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장애인의 의사결정권, 생존권에 관한 논쟁은 어려운 문제다.

한 페이지씩 읽어내려가는데,

자꾸 마음이 아파지려하는 거다.

그래서 힘들었다.

딸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데,

와- 진짜 힘든데, 란 말 자주 한다.

그런데 '내 몸에 맞는 엄마 되기'란 제목의 글 속에서는 내가 상상도 못한 육아의 광경이 펼쳐진다.

아이 옷을 이빨로 물어 보행기에서 아이를 꺼내는 장애를 가진 엄마,

자신의 휠체어와 비슷한 높이에 있는 옷 서랍에 이불을 폭신하게 깔아 아기 침대로 사용하는 엄마, 아이가 창가로 가거나 놀이터에서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휠체어 위에 앉아있으므로 아이에게 당장 달려가 구출해낼 수 없어 발만 동동구르는 엄마.

나와 또 다른 엄마의 육아 이야기를 읽으며,

내 눈으로 보고 있던 세상이 실로 좁디 좁았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냥 육아도 힘든데,

자신에게 맞는 육아법을 하나하나 개발해서 부딪쳐 나가야하는 엄마들, 힘들겠다...

그리고 육아를 하면 반드시 오게 될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함, 우울감, 좌절감을 똑같이 겪는 것에 위로 받았다.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우리 다 힘들구나~

 

 

내 몸에 맞는 엄마 되기(p.209)

아이를 낳고 아기띠로 아이를 매고 가거나 유모차를 끌고 가면서, 내 동네와 주변에 얼마나 유모차를 끌기에, 아이를 안고 걸어가기에 장애가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아마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지 싶다.

계단만 있고 적당한 비탈길이 없어 안그래도 아픈 허리와 무릎, 어깨로 "영차-!" 하며 무거운 유모차를 들어올려야 하고,

계단 마저 없으면 유모차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장소가 예상외로 많았다!

하물며 본인의 휠체어를 끌고 아이까지 데려간다는 것은, 현재 사회 인프라 속에서는 엄마 가 웬간히 강하고 또 강해져서 철심같이 강해지지 않으면 참 어려운 상황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건 개인의 상황일 수 있지만 (공해 등으로 사회환경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개인을 키우고 신경써주는 건 세금 내는 우리들이 응당 누려야 하는 사회여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개인의 상황이라고만 치부하고,

애써 무시하고 모른척 하려던 건 아닌가?

특히, 장애인의 성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복지인가 모욕인가라는 저자의 질문은 너무 어려운 부분이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처음 펼칠 땐 낯선 땅 타이완의 저자가 쓴 이야기이고, 주제가 무거운 만큼, 겸허하게 읽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뭔가 한 줄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읽어내야만 할 것 같은 약간의 압박감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에 눈 뜨게 해준 이 책과 저자, 사계절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내가 애써 보려하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갔을 세상이기 때문이다.

논리정연하게 따져들어가는 지루한 논문 형식의 책도 아니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아픈 시선으로만 보는 책도 아니었으며, 건강한 이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책은 더더욱 아니었다. 저자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라 대화를 제대로 나눠본 적 없는 그들의 속마음, 강한 열정, 불만, 욕구, 희망, 행복에 관한 책이었고, 내 주변에도 사는 이웃, 다른 사람이 매일 겪는 흔한 일상 이야기였다.

다만 그렇게 평평한 시선으로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다 보면 생각에 변화가 생기게 될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생각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낳겠지?

저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신체는 인류가 자아를 장악하는 도구이자 외부와 소통하는 수단이다. 단지 육신이 존재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세계로 진입하는 중요한 통로다.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감하고, 사회의 명과 암을 이해하는 일은 모든 사람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모든 사람의 성이 보장받거나 해방될 필요없이 누구나 다 유일무이한 육체를 통해 사랑과 욕망의 한가운데서 속박이나 족쇄, 죄책감이 아니라 진실한 쾌락을 얻었으면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모든 장애인에게 돌려주자. 이는 인도주의적인 동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펼쳐 보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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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고 뻔뻔하게 내 기분 지키는 법 -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일곱 가지 기분 도둑 퇴치하기
크리스티안 퓌트예르.우베 슈니르다 지음, 박정미 옮김 / 가디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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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회에서는 내 기분 따윈 접어두고 돈만

벌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제일 중요한 게 내 기분일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덜 상처받고 덜 다치면서 사회생활을 할 것인가?

나와 남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늘 내 기분 관리를 해줘야겠다.

'타인은 지옥이다'란 말이 있듯이,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느끼니까.

가디언 출판사에서 <<단호하고 뻔뻔하게 내 기분 지키는 법>>이 출간되었다고 하여 읽어보았다.

'기분 도둑'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은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꼭 갖추어야 할 무기 중 하나니까.

이러한 종류의 처세서는 여럿 읽어보았지만, 외국인 저자의 책은 오랜만에 읽는다.

주로 한국인 저자의 이런 류의 책을 읽곤 했었다.

회사 안에서 우리는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가? 뭐 저런게 다있나 싶은 것들도 만난다.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물론,

회사 내 인간관계에서 자꾸만 스트레스를 받고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고 뻔뻔하게 내 기분 지키는 법>>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답은 책 제목대로, 뻔뻔하게 뻔대같이 살아가면 인간들 사이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조금은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사람을 '기분도둑'이라 정의하고, 이 기분도둑을 7가지 유형(저자는 독자가 창의력을 가지고 더 많은 유형을 찾아내서 리스트를 만든다면, 평생 유용하게 쓸 것이라 했다)으로 나눈다.

참고로, 국제 기분 도둑 연구 협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결국 기분 도둑의 유형과 대처법을 책을 통해 익히는 것도, 내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한다.

. 프로 불만러 : 징징거리고 불평하게 만듬

. 불신 끝판왕 : 사람들이 타인을 믿지 못하게 함.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방어하는 것.

. 잘난 척쟁이 : 반박할 수 없는 객관적인 논거와 부정할 수 없는 실제 사실을 들이대 당신의 기를 꺽음

. 안달복달 바이러스 : 중요한 약속이나 급한 용무, 또는 피해 갈 수 없는 의무를 들먹이며 재촉함

(-> 내가 신입사원 때 이 유형의 팀장을 만났었다. 효율도 없게 아랫 사람을 부리며, 퇴근하려고 하면 지금 당장 보고서를 만들라며 급하지 않은 일을 아주 급한 일인 것 처럼 포장해서 새벽에 퇴근하게 해 나로서는 아주 한심한 작자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기분도둑이었다.)

. 뜬 구름 잡기 달인 : 그가 자신이 세련되게 말한 것을 실천하는 데 극히 소홀함. 현실적이고 자질구레한 노력을 거추장스럽게 느낌. 말하던 것과 달리 현실적인 노력은 귀찮은 것.

(-> 남편이 이 스타일이라 골아픔.)

. 과거에 사는 꼰대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던 대로 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속삭임.

(=> 회사에서 만나는 팀장이나 중간관리자급들중 이런 유형 있음. 멍청함.)

얼마전까지 기분 도둑이란게 있는지도 몰랐다가,

이상하게 내 기분을 잡치고 불행하게 만드는 측근이 있어 책을 읽다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3장 '행복이란 무엇인가?'는 다소 철학적 느낌이 있었다.

. 권위주의적 행복론

. 소비주의적 행복론

. 밤하늘 행복론

특히 '뜬구름 잡기 달인' 관련 내용에 공감이 많이 갔다. 구체적으로 말하길 회피하고 현실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다. 딱 들어맞다. 소름끼친다.

넌 네 세계에 박혀 살아. 난 내 세계에서 내 살길 찾아 해결하러간다~~

속 시원한 사이다 전법.

이러한 자기감정 지켜 행복해지는 법에 관한 책은 몇 권 읽어서 후루룩 잘 넘어갔다.

알고 있던 사실을 한 번 더 정리하는 계기도 되었고.

결국 내가 누구와 무엇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냐인데, 이 감각을 잘 살려야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

나에 대해 탐구하기 평생 과제구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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