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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죄책감 버리기 연습
사이토 사토루 지음, 기즈키 지아키 엮음, 장은주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1월
평점 :
교보문고 갔을 때, 심리학 코너에서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를 발견했다.
홀로그램 창에 앉은 소녀를 바라보는 또다른 나와
책 제목이 아렸다.
어른이 된 나는 조그마한 시절의 나를 바라보는 걸까?
실제 크기보다 더 작게 나를 인식하고 있는걸까?
30대 딱 중반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후로 서점에 가면 꼭 심리학 신간이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 살펴보곤 한다.
그러고 보니 심플라이프에서 나온 책들(자존감 수업 등)을 몇 권 봤네?
저자 사이토 사토루는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자는 그렇게 아픈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서 붕대를 감아주지도, 여러 심리현상들의 원인에 대해 학문적으로 과하게 파고 들어가지도 않지만,
일본 특유의 깔끔하고 드라이한 어조로
단락단락마다 핵심은 짚고 넘어간다.
이 키워드가 문제의 원인이니
당신은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 이런 식으로.
목차가 제법 많은데,
일본의 책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짧막짧막한 호흡의 글들이 이어진다.
글은 재미있게, 글이 실제로 뜻하는 그것의 무게감 보다는 곧잘 읽었는데,
다만 '실천'이 문제다.
이 책을 읽고 그냥 덮어버린다면
또다른 심리학 서적을 읽어도 똑같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잔잔한 호흡을 통해
작은 조각조각의 위로를 느꼈다.
이무석 정신과 의사님의 책과 같은 깊이는 없었지만,
(일본에서 흔히 잘 팔리는 책의 특징 아닐까?)
경제적이나 문화의식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흔히 30년은 더 발달되었다고 하는 나라의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똑같은 문제들로 정신과를 찾는다는 양국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의사 선생님들이 작가로서 이렇게 글쓰기까지 잘 하시면, 정말이지 부럽다!
정신분석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정신과를 찾을 수 없는 독자에게 정신과 의사선생님을 책을 통해 만난다는 것이 기쁘다.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여성을 옥죄어온 역사가 깊은 나라인데, 페미니즘을 의식한 것인지,
여성 중에 '엄마'라는 역할 하나를 더 수행중인 여성들에게 조금의 자유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암, 응당 그래야지.
저자는 엄마라고 다 자녀를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엄마도 사람이고 엄마도 자신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므로,
여성에게 엄마로서의 짐을 너무 과도하게 부여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전통사회에서 시작된 이같은 사회의 시선은 페미니즘의 영향력과 더불어 점점 지워져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엄마와 아빠는 동등하고, 동등한 노동을 할 필요가 있고, 동등한 가치가 있고, 아이에 대해 동등한 책임이 있다.
밖에서 돈 벌어온다고 아이를 안 보려하는 이 집 사람은 그래서 냉정하게 돌아서야하는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구시대 때 우리네 엄마들이 살았던 방식대로 살기 싫다!
나는 돈 버는 여자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절대 그렇게 내 한 번뿐인 인생을 혼자서 희생하고 모든 것을 감내하고 참고 살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