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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평점 :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넌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냐옹?"
요즘 행복론 관련 신간도 시중에 많이 나오고 있고,
웨인 다이어의 책도 구미를 당기면서,
행복에 관해 생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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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30대 초반만 하더라도 "난 언제쯤 행복해 질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30 중반이 되니, "내가 아무리 불행한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난 이미 행복한 지점이 분명히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관점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일어설 힘도 조금씩 커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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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작가님의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분명 장편소설물임을 알고 접근했는데,
곳곳에 마음에 왕창
들어오는 글이 많은 생각지 못한 보물같은 작품이었다.
다산북스에서 나온 외국 작가들의 신간 소설, 쉬이 잘 읽었다.
이 책도 외롭고 힘든 신입사원들, 청춘들, 취업준비생들, 육아에 지친 어머니, 아버지, 1인 가구, 그 누가 되었든 위로받을 것이다.
고양이가 웃긴데 신박하게 인간들을 잘 맞춰. ㅋㅋㅋㅋ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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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저지레를 하고 옹알이를 하고 소리를 질러대고 무슨 말을 하고 떼를 쓰고 장난감을 이리 저리 옮기고 다니고,
막 뛰어다니고 막 걸어다니고 쿵쿵쿵쿵 발소리 크게 내며 걸어다니고,
왼손에 든 비닐 봉투에서 오른손에 든 비닐 봉투로 장난감을 꺼내어 옮기고 또 바닥에 붓는 우리 아기를 보면서,
"넌 대체 뭘 하고 있느냐?"
"그게 도대체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행동일까?"
"그걸 해서 대체 무얼 얻는단 말이냐?"와 같은 생각이 드는데,
마찬가지로 우리 아기도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본인이 저지레를 한 것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말리고, 빨래를 걷고, 빨래를 개고, 식사준비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먼지를 닦고, 날이 더워 아기 본인 샤워를 하루에도 몇 번씩 씻겨주고, 물을 주고, 간식을 주는 모습을 보며,
"이 아줌마 대체 하루 종일 뭘 하고 있는거냐?"
"울 엄마 왜 이리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지?"
"당신 대체 뭘 하길래 나에게 관심을 안 줘?"
"엄마가 그렇게 바빠서 도대체 얻는 게 뭐에요?"
"왜 그리 쓸데없는 저지레를 해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단 걸 깨달았다.
드디어 아기 마음을 넘겨짚어 볼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아기의 저지레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상대편의 입장에 서서 보니 드디어..
고양이가 보는 인간의 모습도,
인간이 보는 고양이의 모습도 다 그러하리라.
인간이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실제로 행하지 않는, 행하지 않을, 즉 상상만으로 그치는 현상이 한편으론 얼마나 다행인지.
머릿속으로 하고싶다고 생각한 그 모든 일들을 다 해버리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시빌이 뭐라고 했더라? 우리 인간들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작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걸 보지 못한다고 했었지. 언제나 과거를 곱씹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무수한 가능성과 망상, 꿈과 악몽을 생각한다고. 그렇게 우리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동안에도 인생은 상관없이 흘러가는데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지도 못한다고 말이다.
난 그렇게 홀로 남아 홀로 울었다. 분노에 차서, 공포에 차서, 고통과 불신과 수치심에 차서. 그 순간, 호아킨과 그... 그 여자애, 걔가 누구든 당장 가서 둘 다 목을 졸라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수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에 빠진 채.
그래도 나같이 이 나이를 먹도록 파트너 하나 없는 한심한 사람들을 위해 생긴 새로운 웹사이트에 들어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름하여 '자포자기한 싱글들 닷컴'이었다. 곧 눈물이 나서 다시 크리넥스 휴지를 찾지 않을 수 없었지만.
신기하다. 내가 오늘 위의 생각을 했다.
나이 들어도 비혼, 미혼주의로 싱글로 사는게 좋을까,
젊어서 결혼 한 번 해봤다가 서로 안 맞으면 이혼하는게 좋을까.
정답은 각자에게 달렸지뭐~ ㅋㅋ
내가 한 생각이 책 속 구절에 나오니 신기하다. 이런 게 동시성인가? 나 동시성 경험한겨?
나 책 읽다가 시빌이 한국욕처럼 보여서 눈 부비고 다시 읽고. ㅋㅋㅋㅋ
네가 하는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 과일 하나하나의 껍질 감촉과 무게를 느껴봐. 그리고 그 향을 맡아. 그렇지. 그걸 들이켜서 네 폐를 꽉 채우라고. 표면의 미묘한 색감의 변화를 살펴봐. 지금 보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그래, 맞다.
스마트폰, 전자기기 쳐다보느라,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허락하는 풍요로운 대지, 음식을 오롯이 느끼는 일을
이상하거나 '바쁜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쯤으로 여겼구나.
여기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쁜데 굳이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면,
내 삶은 얼마나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까?
난 오랫동안 이 하늘에 나 있는 창 너머로 무한을 응시했다. 그러자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이런 밤하늘을 참 좋아했는데! 엄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얘들아, 이걸 마음에 새겨두렴. 너희 눈을 아름다움으로 채워봐."
그러고는 여왕처럼 당당하게 간의 의자에 기대앉아 담배를 피우곤 했다. 가끔은 캠핑카에서 시집을 꺼내서 월터 휘트먼이나 미구엘 에르난데스의 시로 우리를 홀리기도 했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알아보고, 그들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내가 나의 딸에게 위의 엄마와 같은 시적인 엄마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뽁아, 너의 눈을 아름다움으로 채워볼래? 엄마랑 함께?"
그럼 뽁이는 이러겠지.
"네!"
요즘 네 대답을 얼마나 잘하는지 ㅋㅋ
나도 호아킨을 용서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이바나는 자기 민족과 남편과 딸을 살해한 이들을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네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열어봐. 널 성가시게 하는 이웃집 여자한테도, 무책임한 네 동생에게도, 심지어 호아킨에게도 열어봐."
진정한 용서는 그러한 자신을 용서하는 것일까?
이러한 모습의 나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끌어안아주는 것, 용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