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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 - 난감하고 화나도 멈출 수 없는 운전의 맛
손화신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평점 :
삼십대 후반에 운전을 시작했으니 조금 늦게 운전을 시작한 편이다. 첫차는 소나타였다. 아는분이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시고 다 알아서 해주시고 집앞까지 가져다 주셨었다 차값만 생각하고 덜컹 구입했다가 이후에 보험 취득세 등등 나가는 비용이 많아 애를 먹었던거같다. 차를 받아 놓고도 운전 엄두가 안나서 두달쯤 세워두었던거 같다. 그리고 운전으로 첫 출근때 30분 거리를 혹시 몰라 두시간 전에 출발했었다. 속도를 못내 뒤에서 빵빵 거리는 소리에 겁을 먹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직장에 도착해 30분쯤 차안에서 못내렸었던거 같다.
초보시절 고속도로에 선 적도 있다. 너무 당황해 원인이 뭔지도 몰랐는데 어이없게 기름이 떨어졌던거다.
고속도로에 서 있는데 위험하다고 트럭이 뒤에서 서주셨었고 렉카차에 실려갈때까지 함께 해주셨다. 그때 고맙다고 인사도 못한거 같다.
첫차를 6년 정도 타고 사고로 폐차했다. 그리고 동생이 타던 차를 받아 지금까지 타고 다닌다.
책을 읽으며 지난 운전하며 겪은 많은 일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많은 에피소드들에 공감하며 내 안락한 공간이 되어주는 차에 대해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도로 위에서 다른 이들의 배려 속에 안전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또한 앞으로 배려하는 운전자가 되도록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억울해서 많이 화가 났던 기억들도 희미해졌음도 알게되었다.
책속에서ㆍㆍㆍ
처음에 운전을 배울 때 나는 신호를 받고 차가 정차할 때마다 내비게이션을 골똘히 쳐다보며 지도 보는 법을 익히려 했다. 운전도 이런데, 하물며 내 삶의 내비게이션을 읽는 일은 어떻게나.
ㆍㆍㆍ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안다는 것, 이건 너무도 어렵고 또 중요한 일이란 걸 알기에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의 길을 안내해주는 내면의 목소리, 그 내비게이션을 좀 더 잘 읽는 내가 되고 싶다고.
차는 이토록, 완벽한 자기만의 방이다.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바로 그것, 자기만의 방, 혼자 운전을 할 때 비로소 자기 안의 자기와 만나는 독대의 시간이 지작되고, 자신과의 대화는 핸들을 잡은 채로 도로만큼이나 넖게 확장된다.
"If you don't look back at your car after you park it, you own the wrong car! (만일 주차를 한 후에 당신의 차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차를 잘못 산 것이다!"
운전한 지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은 적어도 무법자 신분에선탈피한 것 같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위협하는 운전을 하고,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는 운전을 했을 수도 있다. 행여나 그럴까봐 내가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깜박이 켜기다. 도로 위의 깜밖이 요정이 되는거다.
도로 위에서 승자는 빨리 가는 사람도, 신호를 덜 받는 사람도, 비싼 차를 탄 사람도, 조수석에 대단한 인물을 태운 사람도, 멋진 여행지로 향하는 사람도 아니다. 마음 평온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다.
운전은 풍경을 극대화한다. 걸으면서 풍경을 바라볼 때는 그 경치가 내면에 서서히 스며들며 머무는 느낌이라면, 차를 타고 달리면서 풍경을 바라볼 때는 장면 장면들이 마음에 확확 와서 꽃히는, 마치 각인되는 듯한 느낌이다. 풍경에 공겹당하는 것 같달까.
여행의 묘미는 길 잘못 들기에 있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차가 나를 인도한다. 어떨 땐 자발적 의지로도 핸들을 꺾는다. 계획에 없던 곳으로 나아갈 때면 난생처음 일탈하는 학생처럼 불안하다가 이내 묘한 쾌감이 올라온다.
정글같은도로는누구에게나짜증을유발하지만,절반의 선의로 돌아가는 도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호의의 주고받음 위로 몸을 맡길때 우린 진정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것이다. 그럼 내 차 안에는 짜증도 없고, 옆 사람의 불안도 없고, 타인을 향한 미움도 없겠지. 나는 달리는 자동차처럼 자유로워질 것이다. 운전이 명상이 되는 것, 내가 추구하는 최고의 드라이빙이다.
손화신님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를 읽었었다. 첫책을 읽고 다음에 이 작가님의 책 찾아 읽어야지 했었는데 이책을 읽게 되어 무척 반갑다. 글의 내용 문체들이 때로 내가 표현할 수 없는 내마음을 옮겨놓은거 같다. 다음 책들도 기대된다.
ㅡ도서협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