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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동 -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 지음, 김승진 옮김 / 반비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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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중에서ㅡㅡ
우리 모두는 타인의 돌봄에 의해 형성된 존재다.
돌봄노동의 방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문화적 가림막이 존재한다. 인간의 후생을 지탱해주는 노동의 가치를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뿌리 깊은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돌봄의 중요성, 돌봄노동의 정도, 돌봄노동에 필요한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 등 가려져 있는 방대한 돌봄의 조직과 연결망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책의 목표다.
돌봄에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기술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상적이고 되풀이 되는 일과들이다.
돌봄의 뿌리는 연대와 윤리다.
나는 돌봄이 취약성, 의존성, 고통을 다루는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유통되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아주 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삶은 이미 돌봄의 문화에 의존하고 있다.
돌봄은 친밀성과 의존성을 다루는 행동이기 때문에 학대로 변질되기 쉽다.
의료 시스템과 복지국가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기며 마땅히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것이 세대를 이어 지속되려면 사회적 인정, 자금 지원, 합당한 존중과 가치 부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돌봄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신체에 체화되는 지식(느낌, 감촉, 맛) 을 부모를 통해 처음 축척하며, 이러한 기초지식은 이후 살면서 맺는 관계들을 반영한다.
돌봄이 친생모나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삶을 양육하고 지탱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군의 습관을 의미한다.
저는 많은 환자들의 뒤를 닦아주었는데, 그러한 친밀함은 인간의 조건이 얼마나 바스라지기 쉽고 약한 것인지, 인간 조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등을 상기시켜 줍니다. ㆍㆍㆍ극히 취약한 상태의 사람을 돌보는 것은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경험입니다. ㆍㆍㆍ 누군가를 만나면 20년 뒤의 그를 상상할 수 있어요. 몸을 씻고 용변을 보는 것 같은 가장 기초적인 일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지리라는 것을요
다른 이들의 친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이 베풀 친절도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른 이들의 친절이 우리의 친절을 지탱해준다.
간호 영역에서 돌봄은 받는 자와 주는 자 모두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ㆍㆍ 다른 모든 이들과 공유하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다 ㆍㆍ그런데 지금 이 귀하고 강력한 통찰이 위기에 처한 듯 보인다.
'상처 입은 치유자' 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치유하는 사람 본인이 상처를 입었거나 손상을 입은 사람이라면 치유 과정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로 산다는 건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고통과 괴로움에 깊이 연관시키면서 살기로 선택한 것과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의사 자신의 필요도 충족해줍니다. 제가 계속 일에 밀도 있게 관여하도록 지탱해주는 상당 부분은 감정적인 동일시 입니다.
결국에는 그만두었어요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었거든요. 때로는 고객이 간병인을 학대합니다. ㆍㆍㆍ돈을 적게 받고 장시간 일하지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전문직이라는 지위도 없습니다. ㆍㆍ 그만둔 지 6개월이나 되었는데도 아직 자아를 다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돌봄의 영역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통된 역량이 있다. 바로 인간성, 공감, 창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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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 매들린 번팅은 간병인 간호사 의사 연구자 활동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부모를 돌보는 자녀 등 수많은 돌봄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경험, 상호작용을 현장에서 참관하고 그들을 인터뷰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돌봄을 받았고 돌봄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책이다.
돌봄의 현장에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따라가보며 때로 숙연해지며 먹먹해지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마음을 소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어린아이들을 키워야 하던 혼란스럽던 시기에 돌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돌봄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다시 돌봄의 의미를 되새기고 돌봄을 위한 역량을 키워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