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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노래 ㅣ 반달 그림책
신유미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2년 6월
평점 :
신유미 작가님의 책을 떠올리면 음악이 함께 한다.
철새들의 여행을 수많은 소리와 몸짓으로 표현한 <너는 소리>,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아 떠난 여정을 그림<알바트로스의 꿈>도 피아노 연주로 작품을 소개하는데 이번에 출간한 <산의 노래>는 대놓고 표지부터 어떤 소리의 파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차례도 1악장-봄-시작, 2악장-여름-꿈, 3악장-가을-사랑, 4악장-겨울-이별로 이루어져 있다.
책 아래쪽으로 지나가는 배를 따라가다 보면 산과 그 산을 비추는 강물을 표현하는 방법이 계절에 따라 색과 노래의 파동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 표현기법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봄에 들려주는 산의 노래는 노랑과 연두, 분홍빛으로 서서히 물들이며 향기를 전한다. 그리고 초록이 싱그러운 여름이 오면 하늘까지 닿을 듯한 산의 꿈이 강렬한 초록빛 파동으로 지면을 꽉 채우다가, 서서히 노랗고 빨간 단풍으로 짙어진 산은 서서히 사라지는 가을을 노래한다. 그리고 점점 색이 옅어지는 겨울로 돌아오며 그동안 보았던 모든 색과 모든 소리를 품은 산을 하얗게 감싸 안는다.
이렇듯 무수히 반복되는 계절의 시간을 산과 산의 반영인 강물을 통해 소리의 파동과 색감으로 표현해 마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소리가 들려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정말 산이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작가가 산의 노래 속에 숨겨 둔 재미있는 장치는 소리의 파동 속에 여러 가지 악기들의 모습을 숨겨두고 있어 그 악기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산의 노래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숨겨 둔 작가의 의도도 무척 치밀하게 느껴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마치 우리의 삶의 시간과도 같다고 느껴진 이유는 책의 차례에 담긴 시작과 꿈, 사랑과 이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변화가 인생의 모습을 닮아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싹이 나고 꽃이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사라져가는 과정들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듯이 우리네 삶도 봄의 노래, 여름의 노래, 가을의 노래, 겨울의 노래를 부르며 더 단단해지고 실하게 여물어 가는게 아닐까? 싶다.
반복되는 계절을 기억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산의 노래!
나의 삶의 노래는 어떤 파동으로 연주 될까?
또 나는 어느 계절을 기다리고 있나?
내 안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 기울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