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공주 귀쫑긋 그림책
에브 마리 로브리오 지음, 오렐리 그랑 그림, 박재연 옮김 / 토끼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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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을 달고 팔짱을 낀 채 당당하게 거울을 바라보고 서 있는 공주!

그 당당함이 멋지게 느껴지는 <콧수염 공주>을 읽고 북토크에 참여했다.

 

만약 남과 다른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콤플렉스로 여기거나 감추기 바쁠 것이다.

사회적인 통념이나 고정관념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에 대해

용감하게 드러내놓고 맞서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여성혐오, 남성혐오라는 말이 자주 이슈가 되는 걸 보게 된다.

남성과 여성에 대해 차별을 넘어 혐오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는 우리 사회가

무척 걱정되고 안타깝기만 하다.

남성과 여성이 적대적 감정을 가진 상대는 아니지 않는가?

서로의 존엄을 지키며 함께 협력해야 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비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경쟁하듯이 쏟아내는 칼 같은 말들이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는데 <콧수염 공주>를 읽으면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와 당당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1학년 아이들과 콧수염 공주라는 제목과 그림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냐는

내 질문에 이상하다는 대답을 한 남자 친구가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여자들은 콧수염이 원래 없는데 제목이 콧수염 공주라서 이상하다고 했다.

아마 이게 보편적인 생각일수도 있겠다 싶어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물었더니

콧수염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을 한 친구도 있는데 자세한 이유는 말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처음 생각과 달라진 친구가 있으면 말해 보자고 했더니

한 친구가 자기만 가지고 있는 콧수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공주가 멋있다는 말을 했다.

내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나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도 부끄러운 존재일 수 있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나일 때 다른 사람들도 나를 당당한 사람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기억하며 내가 나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처럼 소중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친구들을 존중해 주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수업을 맺었다.

 

<콧수염 공주>를 읽고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말하기 전에 남들과 달라도 자신만의 존엄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내가 속한 사회에 기여하며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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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한판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2022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선정작, 볼로냐도서전 어메이징북셀프 선정 글로연 그림책 31
민하 지음 / 글로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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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아이디어가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뒤따르는지 알게 되는 책

<줄타기 한 판>을 받고서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글로연의 제작과정 사전 공개 이벤트를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었지만

실물로 만나 본 책은 더 감탄스러웠다.

 

어릴적 용인민속촌에 가서 보았던 줄타기 공연도 떠오르고,

가랑이 사이로 줄을 타고 앉았다가 반동으로 줄 위에 서는 신기한 동작을 쌍홍잽이’,

줄 위에서 날아올라 방향을 바꾸는 동작을 허궁잽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공연을 보면서 위 두 동작을 하던 줄광대가 줄 위에서 떨어질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조렸던지...

 

<줄타기 한 판>을 읽을 때

큐알코드를 찍어 삼현육각 연주와 김대균 명인의 공연을 곁들이니

어린 시절 보았던 줄타기 공연이 완벽히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삼현육각 연주자들이 가운데 앉아 있고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양 옆에 서서

얼쑤! 줄타기 한 판 놀아보세나~~”로 시작한 공연은

줄타기 한 판 재미나게 잘 놀았구나!”를 외친 후

모든 출연자들이 인사하고 총총히 퇴장하는 그림으로 완벽한 공연 장면을 재현해 내고 있다.

 

책 장을 넘기며 내가 줄을 팽팽히 당길 때

줄광대가 그 줄 위에서 신나게 뛰고 걷고 돌며 움직이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에 내 손에도 힘이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책 속에서 움직이는 빨간 줄은

이야기만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이미 내 마음도 끌어가고 있었나 보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귓가에 쟁쟁거리는 연주소리와

어릿 광대의 힘찬 사설 소리가 계속 들리는 듯한 착각은

다시 큐알코드를 켜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민하 작가님의 아이디어와 구현해 내는 상상력,

글로연의 무대뽀 실험정신(제작과정의 노력을 들어서 앎)의 콜라보가 멋진 책을 탄생시켰다.

독자로서는 그저 즐겁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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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웨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도토리숲 그림책 7
루피타 뇽오 지음, 바시티 해리슨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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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웨>의 작가 루피타 뇽오는 [노예 12] 이라는 영화로 제86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어스]로 뉴욕 영화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배우다.

멕스코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1년 후 케냐가 고향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로 귀국했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첫 그림책으로 <술웨>를 만들었다.

 

술웨는 한밤과 같은 색으로 태어났어요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엄마는 해뜰 무렵 색

아빠는 해 질 녘 어스름한 색

언니는 한낮처럼 환한 색.

유난히 피부색을 자세히, 그리고 감성적으로 표현한 이유가 뭐였을까?

 

그리고 언니처럼 환한 피부색을 갖고 싶어서

지우개로 자신의 몸에 있는 어둠을 지우기도 하고

엄마 화장품도 발라보고

색이 가장 연한 음식들만 먹기도 하는 장면에서

피부색에 대한 술웨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피부색이 곧 많은 친구를 사귀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던 술웨에게는

언니처럼 낮의 햇살 같은 피부색이 얼마나 부러웠겠는가?

 

엄마를 통해 자신의 이름인 <술웨>가 별을 뜻한다는 것과

별똥별이 전해 준 밤과 낮의 이야기를 통해

어둠 속에서도 빛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술웨는

비로소 나는 어둡고 아름다우며, 밝고 강하다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자신이 속과 겉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서 살았던 술웨는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외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했던 루피타와

자기 자신 안에서 빛나고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낸 술웨는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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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토끼
카미유 가로쉬 지음 / 책연어린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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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인천 등지에 소복이 흰 눈이 내린 아침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 한 권은 바로 <눈 토끼>.

카미유 가로쉬 작가는 전작인 [여우의 정원]에서도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담은 글 없는 그림책을 선보였었는데

<눈 토끼>도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눈 토끼>는 좀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만들었는데

그림을 그려 오려내고 디오라마(3차원의 실물 또는 축소 모형)로 세트를 만든 다음

사진으로 찍어서 완성 시킨 책이어서 정말 실물로 봐야 더 멋진 책이다.

채색한 그림을 하나하나 오려 겹겹이 붙인 다음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꼴라주 느낌도 나면서 원근감이 살아나 실제로 숲속에 서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눈 덮힌 숲속에서 거대한 흰 토끼와 두 소녀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장면들은

설명하는 글이 없어 오히려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몸이 불편한 친구에게 자신이 느끼는 눈의 감촉을 전해주고 싶어 만든

작은 눈토끼가 위험한 상황을 만났을 때 이 두 친구를 구해주는

커다란 눈토끼로 변신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준다.

두 소녀와 다른 동물들의 간절한 마음이 눈토끼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고 마법 같은 장면이었다.

숲속의 나무, , 꽃 그리고 각종 동물들이 어우러지고

눈 쌓인 언덕들이 겹쳐지면서 깊은 숲속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고

카메라로 찍는 과정에서 포커스를 맞춘 지점과 흐려진 지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책 한 권이 그대로 예술 작품이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이 책을 통해 겨울의 청량함을 전해주기 위해서

보라색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보라색은 차가우면서 포근한 느낌이었다.

 

이제 눈이 오면 두 소녀는 창가로 달려가 눈토끼를 찾게 되겠지?

그리고 뽀얀 눈토끼는 소녀들의 눈길이 머무는 그 곳에서

빨간 두 눈을 반짝거려 주고 있을 것 같은 멋진 책이었다.

얼른 눈이 오면 좋겠다.

<눈 토끼> 책에게 눈 인사시켜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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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이불장 키다리 그림책 69
양선하 지음 / 키다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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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잔잔한 그림동화를 이금희 아나운서의 나레이션으로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책 <할머니의 이불장>을 만났어요.

 

<할머니의 이불장>!

책 제목에서부터 뭔가 신비하고 신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표지엔 자개장롱 안에 개켜진 이불 더미 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표지를 넘기니 이불과 요를 만들 때 썼던 예쁜 색동 무늬 천이 면지에 그려져 있고

빼꼼히 열린 자개 장롱문 안으로 방금 그 이불 더미가 보이네요.

 

할머니댁에 가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지요.

하물며 빨래를 개는 일도 신이 나는 아이들입니다.

할머니와 준이, 윤이는 차렵이불을 개서 자개 장롱에 넣어요.

장롱 문을 살피던 아이들은 자개로 수 놓아진 공작, , 꽃 등의 무늬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자개 무늬를 살피다가 이불장 안에 쌓인 이불에 다시 눈이 갑니다.

삐죽이 삐져나온 이불의 무늬가 봉황을 닮았거든요.

곽 낀 이불을 빼기 위해 이불귀를 잡고 힘껏 당기자 이불이 와르르 무너져 버립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윤이와 준이는 신나게 이불 놀이를 한판 벌이지요.

베갯잇에 수놓아진 호랑이의 등을 타고, 용을 타고, 장미 꽃밭도 지나자

대나무 무늬 누비이불 속에서는 누군가의 비밀이 들리기도 합니다.

윤이는 오줌싸개~~”

모시 이불은 물고기를 잡는 투망이 되고, 꽃무더기 차렵이불에서는 꽃향기가 납니다.

색동 솜이불은 무지개 다리가 되어주었고,

묵직한 목화솜 이불은 바다코끼리처럼 무겁기도 했지요.

 

한바탕 신나게 놀던 이불 놀이터는 할머니가 오시면서

햇살 좋은 마당으로 햇볕 목욕을 하러 외출합니다.

하지만 목욕을 마친 뽀송뽀송한 이불이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이불 낙하산으로 변신하는 건 비밀이예요.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안방에 있던 엄마의 자개장롱이 떠오르게 해주는 타임머신이 되어주고,

아이들에게는 할머니의 자개장롱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게 하면서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펴고 모험의 시간 속으로 데려다주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 같은 책이 되어줄 것 같네요.

그리고 작가님이 이 책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수집한 자개 장롱과 문갑등의 자료를 수집하셨다니 정말 대단하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이불 놀이터 한 번 만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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