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비밀 친구
경혜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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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싱지 위에 그린 듯한 그림과

한 소녀와 공룡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경혜원 작가님의 <커다란 비밀 친구>.

제목과 표지 그림으로 커다란 비밀 친구가 공룡임을 짐작할 수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배경그림)

우리 엄마는 아프다, 아빠는 바쁘다.(문장)

 

여기까지 읽고 쿵!하고 놀란 가슴에 한참 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대체 이 아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혼자 상상하며 마음 아팠던 순간이 지나고 이야기는 이어졌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주말엔 병실에 앉아 엄마에게 공룡책을 읽어 주는 아이.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주는 공룡 두리를 만났다.

정말 다행이다. 작가님 고마워요~~를 마음 속으로 외쳤다.

 

하고 싶은 말 모두 나에게 들려줘. 내가 들어 줄게.”

그럴 수 있어. 그래도 괜찮아.”

소녀가 조잘거릴 때 두리가 들려준 말들이다.

이런 든든한 친구라니....

그래서 소녀에게 두리는 숲이 되고, 놀이터가 되고, 세상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찾아 온 이별.

 

하지만 충분했다.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을 아이를 믿는다.

소년 곁에는 커다란 비밀 친구가 있었고 또 생겼으니까.

 

글이 많지 않아도 충분한 그림책,

마음이 온전히 전달된 이 책이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다가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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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업고 레디, 액션! - 한 편의 영화로 남은 한국 첫 여성 감독 박남옥 바위를 뚫는 물방울 15
김주경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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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이라는 한 편의 영화를 남긴 한국 첫 여성 감독 박남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아기 업고 레디, 액션!>을 만나면서 박남옥 감독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됐다.

1950년대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존여비의 사상이 팽배했을 테고

남성들도 하기 어려웠던 영화작업을 여성으로서 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 많았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책제목만 보고서도 말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과 예술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았던 소녀, 남옥은 늘 재미있는 일을 찾아 다녔다. 몰래 언니네 교실도 숨어 들어가고 투포환을 던지기도 하고 헌책방에서 미술책과 영화잡지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최승희 무용수의 공연을 처음 보던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었고 미술 공부를 위해 일본 유학을 꿈꿨지만 좌절되고 이화여자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한국 전쟁 이후에는 전쟁으로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지만 끝까지 하진 못했다.

 

아이를 낳은 후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여성 감독으로 미망인들의 삶을 담은 영화를 촬영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새해 초부터 여자 작품을 녹음하면 재수없다는 이유로 녹음 작업이 한참이나 미뤄졌었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작된 영화 [미망인]1997년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고 하니 참 감격적이었을 것 같다.

 

<아기 업고 레디, 액션!>은 한 여성의 꿈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의 역사이고

거의 70여년 전의 우리나라의 시대적 사상, 문화, 관습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박남옥 감독을 새로 알게 되어서 좋았던 책이다.

[미망인] 영화를 볼 수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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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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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 퍼진 치킨 냄새는 고문이다, 내겐.

그 냄새를 맡은 날은 나도 주문할까?를 몇 번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고.

 

<사라진 저녁>을 통해 권정민 작가의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만났고,

그 시선에 이성적인 동의를 마구 보내지만 현실은 아쉬움 가득한 나의 현실도 돌아보게 되었다.

삼시세끼 내 손으로 밥을 지어내 가족들을 먹였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지금 우리집에 오신다면 놀람과 부러움의 연속이지 않을까 싶다.

전화 한 통이면 삼겹살까지 구워 바로 쌈 싸먹을 수 있게 된 이 현실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하실까? 상상해 본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아도 돼.

원하는 건 무엇이나 가능하고.

빠르긴 또 얼마나 빠른데?

설거지는 걱정도 하지마!

 

이런 매력적인 이끌림에 오늘도 전화번호를 누르는 우리들의 현실을 탓할 수는 없다.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집에서 다시 식탁에 오를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의 삶을 강요할 수도 없고, 가족이 먹을 것이니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시어머니 말씀 같은 말로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사라진 저녁>이 지금의 우리 현실인데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족발, 감자탕, 돈가스, 보쌈, 김치찌개를 주문하는 우리의 식탁에

원재료인 돼지 한 마리가 문 앞에 와 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아마 아무도 주문한 음식을 받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가 돼지를 잡아 손질하고 음식으로 만들어 우리의 식탁에 배달해 주었음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이 책과 권정민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권정민 작가의 책은 현시대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뭔가 불편한 꺼리를 찾아내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시선을 담은 책들이다. 교훈하지 않아도 책을 통해 돌아보기와 실천하기를 찾아내게 하는 작가가 권정민 작가이다.

 

조금은 힘들고 불편한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우리의 저녁 식탁이 가족간의 소통과 사랑이 흐르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떠올리며 준비하는 시간까지 행복할 수 있는 식탁이 그리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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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는 올빼미 동화는 내 친구 68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이승숙 옮김, 김은주 그림 / 논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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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교 현관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 왔다.

3층까지 층고가 터진 현관이라 비둘기도 놀라 아이들 머리 위로 날아다니니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느라 난리법석이 났다.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려고 공도 던져 보고 미니 드론도 날려 보았지만 비둘기는 절대로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옆으로만 이동해서 결국 하룻밤을 지내고 119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내보냈다.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나면 이렇게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 자연에서 살아야 할 올빼미가 집안 목욕탕 욕조에서 샤워하는 그림이 표지에 나와있는 <샤워하는 올빼미>는 제목부터 궁금하고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동화책이다.

 

보든의 아빠는 원시림의 나무를 베어 내는 벌목꾼이다.

그런데 원시림을 개발하며 너무 많은 나무들을 베어 내다 보니 점박이올빼미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고 보든의 아빠도 일자리를 잃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올빼미를 보호하는 입장과 올빼미보다 사람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자연의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늘 첨예하게 대립된 의견들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어느 날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올빼미 새끼 바디를 집으로 데려오자 아빠는 화를 내며 쏴버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바디를 재판에서 유리하게 이용할 목적으로 생각을 바꾼 아버지는 바디에게 먹이를 구해다 먹이며 바디를 살리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사건이 생겼다. <샤워하는 올빼미>처럼 정말 아빠가 샤워하는 욕실에 들어간 바디가 날개를 적시고 자신의 가슴털을 적시며 샤워를 하는 일이 생기면서 바디를 향한 아빠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올빼미는 날아 오르기 전 맨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몸에 물을 적시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난 아빠는 바디의 날기 연습을 시킨다.

올빼미 바디는 숲으로 다시 날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평생 자연과 함께 생활해온 작가의 자연과 인간, 환경 생태계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파괴되어져 가는 생태계는 또다시 인간을 어떻게 위협하게 되는지, 그 순환을 생각하게 한다. 책 속에서 환경론자들과 적대시하던 아빠의 생각이 점차 바뀌듯이 사람과 자연의 공존과 공생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동식물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걸 기억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게 한다. 경제 발전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연의 동식물들을 이용했던 사람들 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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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완벽한 방법 나무자람새 그림책 14
가브리엘라 발린 지음,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그림, 김여진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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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은

누군가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싫어하는 일을 안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완벽한 방법>을 번역한 김여진 선생님이

이 책을 소개하는 말미에 던져준 말이다.

이 책의 제목과 완전히 상반된 표현이지만 진심은 통하고 있다고 본다.

 

제목은 물론 온통 빨강으로 채워진 앞,뒤 표지와 분노 단계 측정표를 잘라서 사용하라는

멘트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급상승하는 느낌이다.

<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완벽한 방법>이라니...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빛과는 대조적으로

얼굴도 없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며 서 있는 부모님의 그림이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첫 장면의 파랑색이 갈수록 붉은 기운으로 바뀌는 것은

아래에 나와 있는 분노 단계와 무관하지 않다.

12단계까지 설정된 <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완벽한 방법>

단계가 올라갈수록 화가 나는 상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 경우엔 11단계가 제일 화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차가 출발하자마자 오줌 마렵다고 해 버려.

그러곤 도착할 때까지 5분에 한 번씩 물어보는 거야.

아직 멀었어요?”]

그 상황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머릿속에서 그려져서 내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12단계의 미션을 클리어 한 후, 아이들의 얄미운 제안에는 헛웃음마저 나왔다.

엄마 아빠를 진정시키는 최고의 방법을 읽는 거라고?

제발 그 책을 먼저 읽으면 안되겠니?

아이들 입장에서 읽으면 너무 재미있을 이 책이 결국은

이런 행동에 엄마 아빠는 화가 나니 너희가 자제 좀 해주겠니?” 라는 언어로

해석되어 진다면 후속책은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부모님들은 과연 몇 단계가 폭발지점일까?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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