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퇴근 길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 퍼진 치킨 냄새는 고문이다, 내겐.

그 냄새를 맡은 날은 나도 주문할까?를 몇 번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고.

 

<사라진 저녁>을 통해 권정민 작가의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만났고,

그 시선에 이성적인 동의를 마구 보내지만 현실은 아쉬움 가득한 나의 현실도 돌아보게 되었다.

삼시세끼 내 손으로 밥을 지어내 가족들을 먹였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지금 우리집에 오신다면 놀람과 부러움의 연속이지 않을까 싶다.

전화 한 통이면 삼겹살까지 구워 바로 쌈 싸먹을 수 있게 된 이 현실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하실까? 상상해 본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아도 돼.

원하는 건 무엇이나 가능하고.

빠르긴 또 얼마나 빠른데?

설거지는 걱정도 하지마!

 

이런 매력적인 이끌림에 오늘도 전화번호를 누르는 우리들의 현실을 탓할 수는 없다.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집에서 다시 식탁에 오를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의 삶을 강요할 수도 없고, 가족이 먹을 것이니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시어머니 말씀 같은 말로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사라진 저녁>이 지금의 우리 현실인데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족발, 감자탕, 돈가스, 보쌈, 김치찌개를 주문하는 우리의 식탁에

원재료인 돼지 한 마리가 문 앞에 와 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아마 아무도 주문한 음식을 받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가 돼지를 잡아 손질하고 음식으로 만들어 우리의 식탁에 배달해 주었음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이 책과 권정민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권정민 작가의 책은 현시대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뭔가 불편한 꺼리를 찾아내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시선을 담은 책들이다. 교훈하지 않아도 책을 통해 돌아보기와 실천하기를 찾아내게 하는 작가가 권정민 작가이다.

 

조금은 힘들고 불편한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우리의 저녁 식탁이 가족간의 소통과 사랑이 흐르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떠올리며 준비하는 시간까지 행복할 수 있는 식탁이 그리워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