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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해, 미켈레 ㅣ 날개달린 그림책방 48
엘레나 레비 지음, 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이현경 옮김 / 여유당 / 2022년 3월
평점 :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독특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가끔 만났다.
도시의 과밀학급에서 그런 아이들을 만났을 땐 참 힘들다고 생각하며 일 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나의 관심을 더 많이 그 친구에게 쏟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땐 나의 경험도 많지 않았고, 그런 아이들을 잘 보듬어줄 만큼 내 마음의 크기가 크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만났던 그 아이들이 지금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하고 궁금해졌던 “천천히 해, 미켈레‘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미켈레는 나무늘보다.
조용하고 느릿느릿! 밤낮없이 틈만 나면 잠자기에 바쁘고,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하품 한 번 하는 데 3분이 걸린다는 나무늘보들 사이에서 독특한 아이가 바로 미켈레다.
미켈레는 갈색이 아닌 초록색 눈을 가졌고, 낮잠은 절대로 자지 않았다.
원숭이처럼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고, 몸 색깔을 바꾸는 케멜레온이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이구아나의 사냥을 피해 탈출한 나비를 보며 나무늘보도 원숭이처럼 나뭇가지로 뛰어 아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 미켈레는 더 이상 느릿느릿한 나무늘보가 아니다.
9시 30분에 일어나기도 하고
머리에 앉은 파리도 재빨리 쫓아내며
하품도 3초면 끝낼 수 있는 미켈레.
미켈레를 본 어린 나무늘보들은 미켈레를 다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어린 나무늘보들의 아빠들은 불만이 쌓이고 결국은 미켈레 아빠를 찾아와 주의를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미켈레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아빠께 미켈레는 이렇게 대답한다.
”죄송해요, 아빠.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나중에는 저를 자랑스러워할 테니까요. 두고 보세요“
이처럼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미켈레에게서 주눅 든 모습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남과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당당하고 소신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삶을 살아가는 미켈레가 어떤 사건을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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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원하는 삶의 테두리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살라고 했던 나의 모습이 미켈레의 아빠 모습은 아니였는지...
다름을 인정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삶을 응원하지 못했던 나도 차츰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천천히 해, 미켈레’ 는 내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했다.
“천천히 해, 영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