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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사전 ㅣ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평점 :
고사성어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있다.
인물을 고르는 표준으로 삼던 네 가지 조건으로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듯 사람이 쓰는 말씨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고, 언어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나쁜 말 사전!’
제목부터 뭔가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았다. 속어, 은어, 줄임말, 욕설, 신조어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책일 거라고 미리 짐작하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나쁜 말만 쓰며 살던 ‘나쁜말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염라대왕 앞에 가고, 세상 나쁜 말을 잡아 오면 불지옥을 면하게 해 준다는 염라대왕의 명을 받는다. 나쁜 말 사전을 받아 들고 세상의 나쁜 말들을 잡아 적기 위해 출발한 나쁜말씨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쁜말씨가 찾아낸 나쁜 말들을 보니 우리가 부지불식간 일상 생활 속에서 쓰고 있는 나쁜 말들이였는데 내가 생각했던 욕설이나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성차별적 발언,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 등 차별과 혐오가 드러난 표현들로 작가가 생각하는 나쁜 말의 개념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아, 그럴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되는 말들이 의외로 많아서 나의 언어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특히 전혀 나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유모차, 미망인,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애완동물, 단일민족, 몰래카메라 등은 책을 읽고서야 그 단어들이 왜 나쁜 말 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사용할 단어들을 책에 제시해 준 점은 매우 훌륭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많은 말 중에 어떤 말들이 나쁜 말인지를 설명해주고, 왜 쓰면 안되는지와 사용 가능한 좋은 말을 제시해 줌으로써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언어 사용 수준을 높여준 박효미 작가의 아이디어가 뛰어난 책이였고 김재희 작가의 코믹하면서도 친근한 그림이 더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이 책은 아이들과 인권주제 수업 뿐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 생활을 돌아보기 위한 수업 자료로 활용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차별과 혐오를 포함한 나쁜 말들을 더 찾아보고 좋은 말 사전을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하면 친구를 존중하고 배려와 사랑이 담긴 따뜻한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되지 않을까?
물론 어른들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좋은 책이다. 나에게도 그랬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