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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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속에서 너와 나는 다른 시간을 보냈다.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동화의 상투어로 끝나지 않아도

이 이야기는 분명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인 내가 최고의 행복을 손에 넣었으니.

주인공인 리나는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인 쇼타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배드엔딩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라스트 신이 어떻건 말건

중요한 것은 마지막이 아니라

진한 감동을 주는 멋진 장면이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리나는 '보석병'을 앓고 있습니다.

심장에 종양이 생기는 병인데

그 종양이 마치 보석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보석병'이라 불립니다.

종양은 사후 꺼내져 그야말로 '보석'으로 다뤄져

비싼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리나는 그 보석으로

가족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 합니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

꼭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고

반드시 죽어야만 합니다.


상대방,

그것도 솔직한 말로 아무래도 좋은 타인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거,

그건 다정함도 뭣도 아니야.

자기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데 대한

변명을 만들기 위한 단순한 도피지.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짓이고,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는 짓이기도 해.

행복한 삶을 살다 간 사람의 보석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리나는

반드시 근사한 청춘을 보내야만 해요.

친구, 공부, 절친, 연인

이것들을 반드시 이루어야

리나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다행히 리나에게는

리나만을 사랑하는 절친도 연인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리나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진주 양식의 제일 첫 단계로

조개 안에 이물질을 넣어.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조개는 너무너무 괴로워해.

조개는 이물질을 뱉어내지 못하거든.

그래서 고통을 완화하려고

이물질에 몇 겹이나 막을 씌워.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진주.

진주는 고통을 반짝임으로 바꿔낸 보석이야.

저는 책이든 영화든

한 번 본 작품은 다시 보지 않는 편이에요.

반드시 두 번 읽게 될 거라는 얘기는

말 그대로 광고 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책 후반부에 다다르면

물음표 수십 개가 떠오르며

뭐라고? 이거라고? 응? 이게 아니라고?

얘가 걔라고? 얘가 걔가 아니라고?

????????????????????

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돌아가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다시 보게 되죠.

십 대들의 풋풋한 사랑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까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었습니다.

(애니로 제작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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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생존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41
최현주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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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생존기>


미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료를 마친 후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단 하나, 유진이라는 아이가 마음에 걸립니다.

나는 분명 기억나지 않는 아이인데

그 아이는 나에게 뭔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아요.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몸속에 투입한 나노봇이

완전히 회수되지 못한 채 미나 몸속에 남아

미나의 기억을 지우고 다닙니다.

미나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그렇다면 유진이는

미나의 행복했던 기억일까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시작된 격리 생활.

늦은 밤 거실에서 나는 소리가 신경 쓰여

아무도 모르게 거실에 숨어든 나는

매일 밤 가족들의 모습을 몰래 지켜봅니다.

새벽에 깨어 거실에서 TV를 켠 채 잠드는 아빠,

베란다 창에 몸을 기대어

컵라면이 다 불도록 밖을 바라보는 언니,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다

"엄마..."하고 울음을 삼키는 엄마.

직접 다가가지 못하는 나는

달빛에 드리운 가족들의 그림자만

손끝으로 쓰다듬어 봅니다.


마스크는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려줍니다.

세수나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은 물론

웃는 얼굴이나

작게 속삭이는 말까지도 가려주니까요.

이제 곧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온다지만

나는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습니다.

내 남자친구가 나의 민낯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죠?

마기꾼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나요?


우리 세계에서 이 모든 건

재미를 위한 일종의 게임일 뿐이다.

술래잡기 같은 것이다.

술래가 다수라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이 게임에서는 술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눈치를 살피며 애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겉모습은 바꾸기 힘들어서

공격당하기 좋은 약점이 된다.

팬데믹 상황을 지나오며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과 고통,

그리고 이를 통한 성장의 과정을 그린

6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중 3이 된 우리 아이는

5, 6학년 때 친구들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학교를 가지 않은 날들이 너무 많았고

그나마 등교를 하는 날에는

언제나 마스크를 한 채 생활했기 때문일까요.

그 길고 지루했던 시간들이

더 좋은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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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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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로서의 각종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책과 도서관 그리고 사서라는 직업을 더없이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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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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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사서, 고생>


더울 땐 시원한 곳에서

추울 땐 따뜻한 곳에서

좋아하는 책이나 실컷 읽으며

바코드나 한 번씩 찍어주면 되니

얼마나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사서에 대해 가지는 환상.

저 또한 그런 생각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동네 작은 도서관에 이력서를 낸 적도 있어요.

지금도 사서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사서, 고생>을 읽고 나서

아주 조금 그 마음이 옅어지긴 했어요.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좋아하면 더 좋겠지만

책을 싫어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책만 좋아해서는 곤란해요.

사서는 아주 여러 가지 업무를 하거든요.


직장은 너무나 소중한 곳이래.

우리에게 고통을 주어 성장할 기회를 주잖아.

게다가 돈도 주니 꿩 먹고 알 먹고지.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

사서로서 책을 다루는 일만 해도

도서 선정, 구입, 정리, 대출, 반납 등

수만 가지 업무가 따라오는데

다양한 도서관 행사 진행은 물론

각종 민원 업무에

진상 이용자도 관리해야 하고

도서관에 있는 수영장, 헬스장도 관리해야 하고

리모델링이 진행되면 설계도면도 볼 줄 알아야 하니

우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일과 사람에 치이는 일반 직장인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언제나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는

달관의 경지에 이른 직장 동료가

부러울 지경이네요.


사서가 되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더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보고 정말 잘 지었다 생각했어요.

세상 편하게 일할 것이라는

사서에 대한 환상은 깨주면서

사서로서의 고충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거든요.

책 냄새, 책장 넘기는 소리, 조용한 발걸음,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공간 도서관.

그곳이 휴식처가 아니라 일터가 된다면

저도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사서로서의 각종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책과 도서관 그리고 사서라는 직업을

더없이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번 주에 도서관에 가게 되면

데스크에 앉은 이의 얼굴을

조금은 유심히 살펴보고

기회가 닿으면

고맙다는 인사도 꼭 전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책을 무사히 빌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노력 덕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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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공격 - 삶을 무너뜨리는 일상의 편견과 차별
데럴드 윙 수.리사 베스 스패니어만 지음, 김보영 옮김 / 다봄교육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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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무너뜨리는 일상의 편견과 차별

<미세공격>


미세공격이란?

미묘하고 의외이며 종종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비언어 교류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일

미세공격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인종차별 미세공격에만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미세공격은 인종차별, 성차별, 젠더리즘,

이성애주의, 계급차별, 장애인차별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소외집단에 가해질 수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조 바이든이

"명석하고 전과도 없고 잘생겼으며

주류 사회에 편입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나타난 거죠.

그건 동화 같은 얘기입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발언은

많은 흑인 사회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그들에게 이 발언은 인종차별 미세공격이었고

그가 오바마를 칭찬하기 위해 한 말은

대부분의 흑인들이 멍청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는

매우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며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말들이

미세공격에 해당된다는 사실은

거의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한 친절한 이웃이 유대인 여성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기독교인일 거라는

숨은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고,

유색인종에게

"나는 당신의 피부색을 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 또한 인종차별 없는 인종차별입니다.


미세공격은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계관이

유럽중심, 남성중심, 이성애중심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미세공격의 가해자가 되는 것일까요?

권력관계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만이

미세공격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유색인이 백인에게

인종차별 미세공격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가 이성애자라면 성소수자에게

성적지향에 관한 미세공격의 가해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미세공격 가해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편향을 알지 못하며

자신이 차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선의를 지녔으며

도덕적이고 대체로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미세공격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미세공격의 정의는 물론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미세공격의 위해를 개선할 수 있는

개인적, 제도적, 사회적 전략까지

체계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사례를 확인하며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왔던 표현을 바로잡고

미세공격의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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