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정원이 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마지막 단계에서
잠시 멈췄던 건
한 장의 LP 음반 때문이었다.
수천 장의 음반 중
하필 그 순간 정원의 시선에 들어온
게리 카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아버지가 좋아하던, 아버지의 음반.
정원은 딱 그 음반만 한 번 더 듣고
죽으려고 했다.
정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LP 음반들이
쓰레기로 취급당하며 버려질 것이 아쉬워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 뒤 죽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허름한 상가 건물을 빌려
두 달 정도 음반들을 처분하려 자리를 잡았는데
문제는 LP 음반이 좀 많았다는 것.
6천 장이 넘는, 정확히는 6312 장에 달하는
중고 LP 음반들은
정원이 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 더 연장시켜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