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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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품고 있던 생각은 은연 중에 말 또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적극적인 혐오나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은밀하게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생각이다. 클레이키건의 신작을 기대하며 펼쳤고, 아주 직설적인 그녀의 화법으로 전개하는 3편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아주 밀접하다. 누군가는 경험보았을 법한 일들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한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카헐. 그녀와 저녁 준비를 하고 결혼을 생각하지만 정작 장을 볼 때 지갑을 열지 않고, 반지의 치수를 교정할 때도 돈을 아까워한다. 그리고 그녀의 짐이 옮겨졌을 때 당황스러워하며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 다름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다.
“요즘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당신 또래의 남자 절반은 그냥 우리가 입 닥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바란대.“
카헐은 그말에 부인하고 싶었지만 진실에 불편할 정도로 가까워 아무 말도 못하고, 결국 그녀는 떠나간다. 뒤늦게 후회해보지만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다.

마음 깊은 곳까지 뻗어 있는 뒤틀린 혐오가 상대를 더 힘들게 한다.이 사실을 모른채 함께 살아간다면, 분명 아내는 불행할 것이고, 아이들도 그의 아버지를 닮아갈지도 모른다. 내가 받아 들일 수 없다면 둘 중에서 한명은 사라져야하는게 맞다는 사실. 이 책 첫장에 인용구의 의미를 실감한다.

🔖 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리뷰를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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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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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주든 받든, 모든 일들은 자격이 부족하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닻을 읽고 표류하는 대신 존재라는 사슬의 일부가 되어 사랑을 지속한다. 사랑이라는 헛된 시도는, 진공의 어둠 속에 둥둥 떠서 자신의 숨소리만 들으며 지구의 모드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우주 비행사를 우주선에 묶어주고 있는 끈이다.
이 끈이 없으면, 남는 건 오직 죽음 뿐이다.

천재 발레리나 나탈리아는 사고 이후 은퇴를 한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지난 날을 회상하며 제기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를 고통 속에 살게 했던 사람들과 마주하고, 아직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공연을 준비하는데.

상트페레르부르크,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을 하고, 혼을 녹여 발레라는 예술이 빠져든다.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읽다 보면 작가의 섬세한 문장 속에 스며든다.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여운은 짙게 남아있다.

작은 땅의 야수들로 유명한 김주혜 작가의 신작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설렘과 떨림을 느꼈다. 발레만큼 사랑과 잘 어울릴 예술이 또 있을까? 음악이 멈추기 전까지 우리들의 사랑은 계속 이어진다.

🔖 아무리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사실, 위대하려면 반드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한 가닥의 실이 매듭지어지고 다른 가닥이 끊기더라도, 영원히 흐르는 음악을 맞춰 계속 엮여지며, 오로지 무한대의 높이에서만 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원고료를 받아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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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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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이 되어야하는 가족이 가장 힘든 존재이기도 하다.
부양의 의무, 자녀 양육, 가정 불화 등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가족내 일들로 힘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줄 책 한권을 소개한다.

알코올 중독자 엄마와 어린동생과 함께 사는 틸다.
베를린으로 원하는 박사공부를 하기 위해 떠나고 싶지만 엄마의 주정과 어린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잡혀간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수영장에서 가서 스물두번씩 레인을 오가고, 마침 빅토르를 만난다. 그에게 점점 호감이 가고 위로를 받으며 자신이 짊어진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는다.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소녀가 사랑을 하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책임감, 부담감이 죄책감으로 연결되어 나 자신을 잃어버릴 때,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숨쉴수 있는 나만의 스물두 번째 레인을 마련하길. 나의 스물두번째 레인은 새벽달리기와 책이다.

🔖 매트리스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활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여름밤의 미풍을 맞을 때면 모든 것이 괜찮아 보이고 마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지금처럼 밤에 매트리스에 누워 있을 때면 바깥의 온갖 것들을 아직 한참 더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밤에 바람이 불어오는 한, 낮에 바깥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 맞서, 엄마의 기분에 맞서? 이 소도시에 맞서 치르는 전쟁에. 그리고 이다를 위해 치르는 전쟁에.
*소정의 원고료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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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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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외우는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 돼!”

얼마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아이와 다녀왔고 관람을 끝낸 뒤 아이가 한 말이다. 동서양의 역사적 사건과 철학자들의 사상을 머릿속에 쑤셔넣기 바빴던 기억으로 역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박물관을 방문하고 숨겨진 스토리를 알아가며 세계사에 점점 흥미가 생겼다. 스토리는 마치 소설과 같았다.

동서양 역사는 따로 구분할게 아니라 꼬리를 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류사다. 이 책은 시대순으로 정리하여 마치 소설 한편을 읽어나가는 느낌으로 가볍게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개연성과 사상과 철학의 탄생 배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문학작품들에 대한 내용도 수록되어 있어 만나봤던 작품에 대한 반가움과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 허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올해 꼭 읽어보려고 담아둔다.

누군가 인류사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 책부터 먼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자유롭도록 저주 받았다. -사르트르-
완전한 자유를 가진 인간은 자기 선택에 전적으로 책임져야한다. 인간은 자기 행동의 책임을 외부로 돌릴 수 없다. 사르트르는 사람들이 완전한 자유를 부정하고 신이나 운명 따위의 외부여인이 의존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모습을 자기기만이라고 했다. 다른 말로 핑계다. 인간은 언제든 자유롭게 변할 수 있지만 외부요인을 탓하면서 자신을 속이며 변화를 거부한다.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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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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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도 질감이 있을까?
상상해본적 없는 시간의 속성과 여러 시공간의 세계가 펼쳐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모티브로 시간을 소재로 한 소설을 소개한다.

물리학자이면서 인문학자의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꿈이라는 제목답게 그가 상상했을 시간이 다른 30가지의 세상 이야기를 담았다. 물리학자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를 읽은 것처럼 아름답다. 과학적 증명을 토대로 하는 이야기가 아닌 여러 가정 속에 만들어진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 시간이 가만히 서 있는 곳
•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가 잡혀 가는 곳
• 시간이 없는 세계, 오로지 고정된 상만 있는 세계
• 기억이 없는 세계
•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은 어떤 곳일까?
시간이 원처럼 뱅글뱅글 돌아 같은 삶을 반복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쇠약해지는 걸보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세계가 아닐까 싶다가도 과거의 시간에 사로 잡혀 늘 후회하며 마음 아파하는 세상. 같은 공간에 있지만 어쩜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를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요?

🔖 시간은 매끈할 수도 거칠수도 있지만 이 세계에서 시간은 정말 끈끈하다. 각자 일생의 한 시점에 들러붙어 벗어나지 못한다.
10년전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수 없었던 남자는 식탁앞에서 저녁을 먹을때마다 견딜수 없어 흐느낀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는 사실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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