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 사랑을 주든 받든, 모든 일들은 자격이 부족하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닻을 읽고 표류하는 대신 존재라는 사슬의 일부가 되어 사랑을 지속한다. 사랑이라는 헛된 시도는, 진공의 어둠 속에 둥둥 떠서 자신의 숨소리만 들으며 지구의 모드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우주 비행사를 우주선에 묶어주고 있는 끈이다.
이 끈이 없으면, 남는 건 오직 죽음 뿐이다.
천재 발레리나 나탈리아는 사고 이후 은퇴를 한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지난 날을 회상하며 제기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를 고통 속에 살게 했던 사람들과 마주하고, 아직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공연을 준비하는데.
상트페레르부르크,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을 하고, 혼을 녹여 발레라는 예술이 빠져든다.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읽다 보면 작가의 섬세한 문장 속에 스며든다.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여운은 짙게 남아있다.
작은 땅의 야수들로 유명한 김주혜 작가의 신작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설렘과 떨림을 느꼈다. 발레만큼 사랑과 잘 어울릴 예술이 또 있을까? 음악이 멈추기 전까지 우리들의 사랑은 계속 이어진다.
🔖 아무리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사실, 위대하려면 반드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한 가닥의 실이 매듭지어지고 다른 가닥이 끊기더라도, 영원히 흐르는 음악을 맞춰 계속 엮여지며, 오로지 무한대의 높이에서만 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원고료를 받아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