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발레 수업에 갑니다 - 더딘 걸음으로 나를 돌보는 시간
이지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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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좋아해서 읽기 시작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마흔'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새 저 역시 마흔이라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고,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삶의 방향이 달라지고, 몸은 조금씩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시기.


이 책은 그런 시간을 발레라는 취미를 통해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읽는 내내 밑줄을 많이 그었습니다.


'불편한 선택은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는 이야기에서는 육아를 떠올렸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라는 문장에서는 비교하지 않고 살아가는 연습을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남은 질문.


'나는 어떤 향을 남기는 사람일까.'


책을 덮고도 가장 오래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발레를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저는 그 안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삶과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용기를 읽었습니다.


오래 곁에 두고 한 번쯤 다시 펼쳐보고 싶은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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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개월만 더 살기로 했다 - 90일간의 생존 일지
김게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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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집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읽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읽으면 너무 오래 울 것 같아서요.


『나는 3개월만 더 살기로 했다』를 읽는 동안 저는 책 속의 작가님만 만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흘러내리던 산후우울의 시간 속 제 모습도 만났고, 일에 지쳐 "혹시 우울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어했던 남편도 떠올랐습니다. 유치원 적응이 버거워 한동안 잠만 자던 우리 아이도 생각났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살아오셨던 부모님 세대도 떠올랐습니다. 네 분 모두 좋은 분들이셨지만, 그 시대에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깊은 어둠이 내려앉는 장면에서는 함께 안타까웠고, 남편의 화는 마치 내 감정처럼 답답하게 다가왔습니다. 캐릭터가 하나둘 태어나는 순간에는 '아, 이제 한 걸음을 내디디셨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고, '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 때는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마지막에 등장한 '무지개 방패'였습니다.


작가님의 무지개 방패는 가족과 친구였습니다.


우울을 해결해 주려 애쓰기보다, 그저 곁을 지켜준 사람들.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


"많이 힘들었겠다."


어떤 감정을 쏟아내도 묵묵히 받아주던 사람들.


아무 말 없이 갈치를 사 와 안아주고 밥을 차려준 친구, 산책이 싫다는 말에 억지로 끌고 나가는 대신 베란다로 데려가 바람을 함께 쐬어준 남편.


거창한 위로나 특별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런 작은 다정함들이 모여 한 사람을 다시 삶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에 오래 머물게 되었습니다.


"우울의 시간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하지만 책은 절망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한 번 나왔다면, 내일도 아니면 모레도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 문장을 읽으며, 어둠은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따뜻함도, 사람도, 희망도 다시 찾아온다는 믿음을 함께 얻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저도 누군가의 무지개 방패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감정도 담담히 받아 줄 수 있는 사람.


작가님의 남편과 친구처럼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을 응원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지나온 우리 가족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함께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울을 이겨낸 이야기라기보다, 다시 살아가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조용히,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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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저택의 어린 할머니들 마법 책장 6
도미야스 요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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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리는 괘종시계와 오래된 저택, 그리고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약속.


'백합나무 저택의 어린 할머니들'은 판타지 동화이면서도 기억과 우정,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아이가 되어 꽃지할멈의 잃어버린 기억을 하나씩 함께 찾아가는 과정은 추리하듯 흥미롭게 이어지고, 공놀이 노래와 작은 단서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갑니다.


특히 오래전 전쟁 때문에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다시 이어 가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도, 기억해 내는 사람도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만 해.'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한 문장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대를 함께 이어 주는 따뜻한 판타지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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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선미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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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을 협찬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가제본으로 일부만 읽었는데도 이렇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던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이 책은 인플루언서 진다이아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기억과 관계가 하나씩 드러납니다. 특히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이다니가 진다이아의 추모 영상을 만들기 위해 그녀를 조사하면서, 사건을 따라가며 진실에 가까워지는 전개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겉모습'과 '속마음'이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서로를 얼마나 다르게 기억하고 이해하는지 보여 주는 점이 현실적이면서도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아직 가제본이라 결말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초반만으로도 흡입력이 상당했습니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 때문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고,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정식 출간본으로 꼭 끝까지 읽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추리와 심리 묘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기대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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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임금님 납시오
강혜숙 지음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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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도깨비들은 한 아이를 놀라게 하려고 찾아온다. 하지만 아이는 도깨비를 보고도 놀랄 틈이 없다.

할머니를 안마해 드리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고, 동생을 돌보고, 아버지 심부름을 하고, 서당 숙제를 하고, 틈틈이 일까지 도우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도깨비들이 묻는다.


"너는 뭐가 제일 무섭니?"


아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임금님."


밤낮없이 일해도 겨우 먹고살게 만드는 욕심 많은 임금님이 가장 무섭다는 아이의 말에 도깨비들은 서로 자신이 임금이 되겠다며 다투기 시작한다.

집에 가고 싶었던 아이는 재치를 발휘한다.


"가장 귀한 보물을 가져오는 도깨비를 내가 임금으로 뽑아 줄게."


약속한 날, 도깨비들은 저마다 최고의 보물을 가져온다. 요술구슬, 빨간 부채와 파란 부채, 투명감투, 소금 멧돌, 요술방망이…. 익숙한 전래동화 속 보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아이들도 "이거 알아!" 하고 반가워할 만한 장면이 이어진다.


아이는 "직접 써 봐야 어떤 보물이 가장 좋은지 알 수 있다."며 보물을 맡아 두고, 대신 아버지가 만든 멋진 모자를 도깨비들에게 선물한다.


모자를 쓴 도깨비들은 자신들이 이미 임금님이라도 된 듯 으쓱해하며 돌아가고, 아이는 환하게 외친다.


"진짜 임금님을 뽑을 때까지 너희 모두 도깨비 임금님이야!"


그렇게 손에 넣은 신비한 보물들은 욕심 많은 임금을 골려 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인다.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그 아이가 훗날 진짜 훌륭한 임금이 되었다고도 한다.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아이가 세상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는 점이었다. 기발한 꾀와 따뜻한 마음이 이야기 끝까지 유쾌한 웃음을 전해 준다.


사실 우리 집에는 원래부터 '도라네 도깨비 전설'이 있다.


밤 9~10시쯤이면 도깨비가 찾아오는데, 어른은 질기고 맛이 없어서 안 먹고 말랑말랑한 아이들만 좋아한다. 벽도 통과하고 눈은 잘 보이지 않아 소리로 사람을 찾기 때문에, 잠잘 땐 엄마 팔인 척, 엄마 다리인 척 꼭 붙어 있으면 절대 못 찾는다는 우리 집만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집 도깨비들도 저럴 것 같아!" 하며 깔깔 웃었다. 책 속 도깨비와 우리 집 상상놀이가 만나, 독서 시간이 훨씬 더 즐거워졌다.


무섭기보다 유쾌하고, 전래동화의 재미와 옛이야기의 지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그림책.



한 권의 책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 주고,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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