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도깨비들은 한 아이를 놀라게 하려고 찾아온다. 하지만 아이는 도깨비를 보고도 놀랄 틈이 없다.
할머니를 안마해 드리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고, 동생을 돌보고, 아버지 심부름을 하고, 서당 숙제를 하고, 틈틈이 일까지 도우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도깨비들이 묻는다.
"너는 뭐가 제일 무섭니?"
아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임금님."
밤낮없이 일해도 겨우 먹고살게 만드는 욕심 많은 임금님이 가장 무섭다는 아이의 말에 도깨비들은 서로 자신이 임금이 되겠다며 다투기 시작한다.
집에 가고 싶었던 아이는 재치를 발휘한다.
"가장 귀한 보물을 가져오는 도깨비를 내가 임금으로 뽑아 줄게."
약속한 날, 도깨비들은 저마다 최고의 보물을 가져온다. 요술구슬, 빨간 부채와 파란 부채, 투명감투, 소금 멧돌, 요술방망이…. 익숙한 전래동화 속 보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아이들도 "이거 알아!" 하고 반가워할 만한 장면이 이어진다.
아이는 "직접 써 봐야 어떤 보물이 가장 좋은지 알 수 있다."며 보물을 맡아 두고, 대신 아버지가 만든 멋진 모자를 도깨비들에게 선물한다.
모자를 쓴 도깨비들은 자신들이 이미 임금님이라도 된 듯 으쓱해하며 돌아가고, 아이는 환하게 외친다.
"진짜 임금님을 뽑을 때까지 너희 모두 도깨비 임금님이야!"
그렇게 손에 넣은 신비한 보물들은 욕심 많은 임금을 골려 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인다.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그 아이가 훗날 진짜 훌륭한 임금이 되었다고도 한다.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아이가 세상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는 점이었다. 기발한 꾀와 따뜻한 마음이 이야기 끝까지 유쾌한 웃음을 전해 준다.
사실 우리 집에는 원래부터 '도라네 도깨비 전설'이 있다.
밤 9~10시쯤이면 도깨비가 찾아오는데, 어른은 질기고 맛이 없어서 안 먹고 말랑말랑한 아이들만 좋아한다. 벽도 통과하고 눈은 잘 보이지 않아 소리로 사람을 찾기 때문에, 잠잘 땐 엄마 팔인 척, 엄마 다리인 척 꼭 붙어 있으면 절대 못 찾는다는 우리 집만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집 도깨비들도 저럴 것 같아!" 하며 깔깔 웃었다. 책 속 도깨비와 우리 집 상상놀이가 만나, 독서 시간이 훨씬 더 즐거워졌다.
무섭기보다 유쾌하고, 전래동화의 재미와 옛이야기의 지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그림책.
한 권의 책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 주고,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