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어휘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빛'과 '그림자'일 것이다. 빛은 선이고 좋은 것이요, 그림자는 나쁘고 악한 것이라 분류하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선입견의 이분법적인 사고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정확히 어떤 직업인지, 어떤 조직에 속하는지 정보는 없지만 여주인공은 킬러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가 아는 일반 상식선의 킬러와의 차이점이라면 사람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그림자를 뽑아내서 처단하는 역할이다.
그림자를 빼앗긴 사람은 치료할 수도 해독할 수도 없다. 애초에 어떤 세균, 바이러스, 폭행, 독극물과 같은 그 어떤 자취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그저 깊은 잠에 빠져들고 깨어났을 때에는 백치가 되어 있을 뿐이다. 특이한 점은 밤이 되면 그림자를 잃은 몸은 어둠에 덮이지 못하고 빛이 없는 곳에서도 유독 희끄무레하게 빛날 뿐이다.
이 시나리오는 살을 붙이고 내용을 좀 더 확장하면 좋은 영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 밝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현대 사회에서 놓치고 있는 깊이 드리워진 그림자를 끄집어 내며 좋은 스토리 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