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명 수백 명을 대하는데 유독 눈이 가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들 말이다. 잠깐의 만남과 스침 속에서도 여운을 남기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찾아왔던 에너지 넘쳤던 아가씨와 그의 아버지. 하늘도 흐리고 숲도 어두컴컴한 데다 그 시간대에 손님도 단 두 분 밖에 없었다. 보통 봄비 내리는 날은 화사한데, 그날은 그야말로 시커먼 먹구름이었다. 날씨도 기분도 축축 처지는 날이라 실망하겠다 싶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둘이 동시에 '우와'하고 감탄하면 말했다.
"이런 날씨 덕분에 어두운 숲의 모습을 보는 것도 특별한 행운이네요. 왠지 탐험가가 된 것 같아요."
그 해맑은 목소리에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던 으슥한 숲을 나도 덩달아 기분 좋고 경쾌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 방청객처럼 크게 호응해 주는 손님들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술술 이야기가 풀린다. 밝고 긍정적인 반응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밝은 표정을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