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이 제갈량에 말하다'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삼국지 시간 순서상으로 제갈량의 중후반 에피소드를 현대 심리학과 결부하여 분석하고 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유비와 유장의 대립을 다룬 에피소드다.

같은 성씨에서 볼 수 있듯이 먼 친인척 관계로 인의와 명분을 중시하는 유비로써는 유장을 치려는 계획을 실제적으로 수행하기로 참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유비 내부적으로는 현재의 혼란한 상황을 종식하고 한나라의 뒤를 잇는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이에 제갈량에 필적하는 유명한 군사인 방통이 등장하여 유비로 하여금 도덕과 같은 규율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책략을 세우게 된다.

결론적으로 유장을 정벌하여 훗날 촉의 기틀을 세우게 되는데 이는 그간 유비와의 행동과는 결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내면의 태도가 외부의 행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행위가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다.

외부의 어떤 동력이 작용해 과거 자기 내면의 태도와 상반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자신의 언행을 일치시켜 내면의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내면의 태도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유비가 유장을 토벌한 것이 바로 전형적인 외부 행위가 내부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예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 내면의 태도가 외부의 행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다시 말해 행위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외부의 어떤 동력이 작용해 과거 자기 내면의 태도와 상반되는 행동을 하면 자신의 언행을 일치시켜 내면의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내면의 태도를 바꾼다... 다시 유비의 경우를 살펴보자. 유비도 이미 유장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유장의 문서를 찢고 그의 사자를 성도로 쫓아 보냈다. 그의 장수 두 사람을 죽이고 부수관을 빼앗았다. 이러한 행동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유비는 자신의 행위를 옹호할 충분한 이유를 찾아 합리화시키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면의 태도를 바꾸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러니 유비가 갑자기 낯선 사람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인지 법칙이 그를 딴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그 유명한 제갈량의 남만 정벌 에피소드다.

제갈량이 남만의 왕인 맹획을 7번 사로잡고 7번 놓아줘 진심으로 굴복하게 하였다는 그 유명한 고사 '칠종칠금'이 등장하는 바로 그 이야기다.

보통 한 국가나 지역을 정벌하는 기본 원칙은 군사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그 지역의 우두머리를 사로잡아 참수하거나 포로로 잡는 것인데 이는 폭력을 통한 강압적인 방법으로 언제든 다른 지도자를 내세워 저항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외적인 항복이 아닌 안으로부터 나오는 진정한 굴복을 위해 제갈량이 사용한 계책으로 실제적으로는 또 다른 참모였던 마속의 의견을 제갈량이 받아들여 남만 평정의 기본 방향으로 삼은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남만 평정에는 성공했지만 마속의 의견이 워낙 인상이 깊어 이후 제갈량은 스스로 인지를 속박하고 고정시키게 된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UN 가맹국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첫 번째 참가자들은 실험하기 전 먼저 룰렛 게임을 했다. 그 결과 바늘이 숫자 65에 멈췄다. 두 번째 참가자들도 같은 순서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룰렛의 바늘이 숫자 10에 멈췄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참가자들이 예측한 비율의 평균은 45%였고 두 번째 참가자들의 평균은 25%였다. 룰렛 판의 숫자와 UN 가맹국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룰렛 판에 나온 숫자의 영향을 받았다. 이 둘 사이의 관계가 보여주는 심리 인지 현상이 바로 ‘닻 내림 효과’다. 룰렛 판의 숫자는 ‘닻’처럼 참가자들의 인지를 속박하고 고정시킨다. 닻 내림 효과는 숫자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정보는 이후 내리는 판단에 닻 내림 효과를 발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