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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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의 뒤를 이어서 제갈량 편이 출간되었다.

삼국지를 대표하는 핵심 중의 핵심 인물로 너무나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도 많은 일화들이 있는데 심리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는 어떤지 한번 살펴보자.

제갈량이 쳐놓은 덫에 걸린 유비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즉, 개인 또는 집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행동을 택했는데 결국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이 행동함정은 ‘투자의 함정’이다... 투자의 함정은 실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투자한 회사에서 손실이 나면 사람들은 이 손실을 메우고 수익을 내기 위해 추가로 투자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산 주식이 원가 손실을 입게 되면 과감하게 팔아치우지 않고 오히려 손실을 메우기 위해 주식을 더 매입한다. 유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두 번이나 초가를 찾았지만 제갈량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다섯 번이나 다른 사람을 제갈량으로 오인했다. 이때까지 유비가 얼마나 많은 마음을 썼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유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끝장을 보기 위해 ‘추가로 투자하는 것’뿐이었다. 그러지 않고 관우와 장비가 말한 대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물러났다면 본전을 다 잃고 재기할 기회마저 잃는 셈이 되고 만다.

제갈량의 에피소드 중 절대 빠질 수가 없는 유명한 '삼고초려' 에피소드이다.

유능한 모사(謨士)가 없어서 아쉬웠던 유비가 제갈량이라는 걸출한 인재를 맞이하기 위해 겸손하고 간곡한 성의를 보였다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유비가 어떤 마음으로 찾아갔을지 그의 솔직한 속내는 본인만이 알 수 있겠지만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색다른 관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한두 번 찾아가도 자신의 요구에 확답을 듣지 못했던 유비는 아마도 어느 정도 오기(?)가 발동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했는데 언제까지 그럴지 한번 두고 보자', '내가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한 번 가보자'라는 속내가 있었을지 모른다.

책에서는 이를 '행동 함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특히나 예로 든 ''투자의 함정'에 많은 공감이 간다. 다행히 유비의 투자는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된 투자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기를 부려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지금까지의 기회비용이 아까워 오기를 부리기보다는 냉정한 시각으로 이성적으로 뒤돌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관우가 대노해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오! 군사께서는 걱정도 많으시오. 지난날 조조가 나를 두텁게 대한 것은 사실이나 나는 안량(顔良)과 문추(文醜)를 죽이는 것으로 이미 그 보답을 했소. 오늘 화용도에서 조조를 만난다면 내 어찌 그를 놓아주겠소!” 만사는 과유불급인 법, 사실 그쯤 하면 충분했지만 제갈량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덧붙였다. “만약 그대가 조조를 놓아주면 어떻게 하시겠소?”물러설 곳이 없는 관우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소!”... 관우는 누구보다 ‘결초보은’의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그가 화용도에서 적인 조조를 놓아준 사례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원래 제갈량은 관우를 굴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격장법으로 관우를 굴복시키려 했던 것이 오히려 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는 훗날 유비가 쇠망의 길을 걷는 빌미가 된다.

삼국지를 통틀어 가장 스케일이 큰 전투 중의 하나인 '적벽대전'과 관련되어 있는 에피소드이다.

제갈량은 동풍이 불 것이라는 천기를 읽고 이번 전투에서 조조를 패퇴시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문제는 전투에 패배해서 달아나는 조조를 확실히 붙잡을 수 있는 유비 측의 장수가 필요했는데 누구를 선정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유비의 의형제로 뛰어난 무력을 자랑하는 관우를 당연히 써야 하나 지난날 관우가 조조에게 잠시 의탁할 때의 은혜를 잊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우는 크게 화를 내면서 자기가 조조를 놓아주면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다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임무를 맡겨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게 된다.

결국 임무를 맡게 되었지만 결과는 제갈량의 예상대로 관우는 조조를 놓아주게 된다. 결과를 미리 예상했던 제갈량이 관우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 둘의 관계는 악화되고 말았고 훗날 촉의 쇠락을 가져오고 말았다.

살다 보면 상대방의 의도에 휘말려 자신의 정확한 역량과 위치를 돌아보지 못하고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삼국지의 이 에피소드를 잘 새길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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