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6년이 되었을 때 누구나 한 번씩 겪는다는 그 시점에 '내가 왜 회사를 다니고 있나'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라 회사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시기가 생각이 난다.
이러다가는 그냥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갈 것 같다는 생각에 당시 환경으로는 쉽지 않았던 금요일 오후 반차를 쓰고 무작정 겨울 산행을 감행했다. 산 정상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었었는데 산 정상에서 지상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감흥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을 잘 보이지도 않았고 건물이나 자동차가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던 그때.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가 마치 티끌처럼 느껴지며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기운을 느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때 그 당시를 떠올리며 우리가 산과 같다면, 산과 같은 여유가 있다면 많은 번뇌와 스트레스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히 쳐다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이 되어 맞이한 하루를 상상해 봅니다. 해가 뜨고 사람들은 당신을 만나러 올라옵니다.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산에 가야 했다며 후회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산이 된 당신은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으로 모든 일을 담담하게 지켜봅니다. 하루, 또 하루가 가도 평온합니다."
20대, 30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나는 감정에 별 동요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삶의 무게가 인생의 험난함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약하디 약한 외부 자극에도 감정이 요동침을 쉽사리 느끼게 된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 머나먼 부에 집중하며 정작 훨씬 더 중요한 나의 마음은 챙기지 못했던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