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유전자 -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요아힘 바우어 지음, 장윤경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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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는 출판된 지 4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과학계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 불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책 제목 그대로 약육강식의 시대,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하나의 종(種)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듯이 유전자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종 자체의 생존을 위해 맹목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 주요 골자로 인간은 단순히 유전자가 살아남게 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최근 이와 정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도 <<공감하는 유전자>>이다.


어린 시절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어른'이 되기 위해 하루빨리 나이를 먹기를 바랐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는 순수하고 치기 어렸던 그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무엇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일까?

책임감과 인생의 무게감 등의 굴레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어렴풋이 느꼈던,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느끼는 '좋은 삶'은 마음의 평정, 공동체, 신체 활동, 탐구, 자연, 그리고 모험 등과 관련 있다"

이 좋은 삶이라는 것은 행복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며, 이러한 삶을 위한 마음 자세가 건강과 두뇌에 영향을 미치듯이 유전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결정적인 것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누군가가 '좋은' 또는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개별 인간의 삶 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어떻게 조절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각 인간은 스스로 영향을 가할 수 있다. 우리의 유전체는 극도로 활발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이다....자기 삶과 자신의 주변 사람을 대하는 내면의 기본 태도가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고 질병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엄청난 진일보이자 센세이션이었다...유전자는 도덕성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는 의미 지향적인, 인간 유대적인, 사회 친화적인 삶의 태도에 반응한다. 우리가 '선'으로 향해 가는 길에 유전자는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유전자는 선을 '가능하게'한다. 유전자는 선을 향한 애정에 대해 우리 건강에 유익한 활동 패턴으로 화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유전자는 선에 '호의적'이다.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전문 용어로 CTRA라고 하지만 저자는 좀 더 가벼운 표현으로 '위험 유전자 클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정확하게 53개의 유전자가 이 클럽에 속해 있다고 한다.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고 익히 알려진 음주, 흡연, 스트레스, 해로운 식품 섭취 등은 이러한 위험 유전자 클럽을 활성화시키게 되어 우리의 건강에 중장기적으로 해를 가할 수가 있다.

위에서 스트레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정신적인 요소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데 좋은 삶을 꾸리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면 위험 유전자들의 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유전자는 엄밀하게 보면 중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건강하고 바르고 좋은 삶의 자세를 가진다면 건강에 유익한 활동으로 화답하므로 인간이 '선'을 추구함에 있어서 호의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과 범죄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한 공감 결여를 그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공감은 당연히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릴 때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우리는 수도 없이 듣고 있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 교육을 아이의 학력과만 결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아이에게 일어난 공명의 전반적인 방향성에 따라 인격이 발달한다. 자기가 사랑받고 있으며 또 그럴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인격, 아니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인격으로 말이다. 더하여 아이에게 저장된 공감의 경험은 후에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직접 감정 이입을 하고 또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내면의 틀로 작용한다... 아이의 공감 능력은 직접 공감을 해보는 것으로만 발달된다. 이는 단순한 공감이 아닌, 아무 조건 없이 확고히 유지되는 깊은 신뢰 관계 속에서 경험한 감정 이입이어야 한다. '확실한 애착' 관계가 없으면 아이는 지속적인 불안과 걱정 속에 살게 되며, 이런 경우 아이는 공감 능력을 제대로 발달시키기가 너무나 어렵다."

아이를 키우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론과 실제는 너무도 다름을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라면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게 되면 단호하게 바로 잡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지시켜줘야 공감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선을 행할 수 있는 자유도, 악을 행할 수 있는 자유도 모두 가지고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지는 오롯이 본인의 선택이자 몫이겠지만 인간의 특성은, 우리 유전자의 특성은 서로 공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임은 분명한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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