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 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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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한 육아에 있어서도 요즘은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이 얘기는 역설적으로 자존감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게 얘기하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남의 시선이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우리나라 사람들.

도대체 이 '자존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자존감은 유전적인 산물이 아니고 순수하게 개인적인 산물도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사회적인 산물에 가깝다. 사실 사람이 사회적 존재가 아닌 동물이었다면 자존감 문제는 아예 제기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이 사회적 쓸모가 있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기본 욕구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심리이다.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사람의 본성적 열망이 곧 자존감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를 떠나서는 자존감도 없다."

혼자나 극소수의 사람들만 모여 살아가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자신 내부의 성숙한 사고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씨족 사회에서 점점 더 발전하여 현대의 커다란 사회를 이루는 인간의 사회적인 습성의 특성상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구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잠재적인 열망이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사회적인 특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정의하고 있다.


"자기존중의 욕구는 인간 본성에 기초하는 기본 욕구이다. 따라서 건강한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자존감을 유지하고 높여나갈 수 있다. 반면 병든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자존감 손상이나 상실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자존감을 지켜주는 건강한 사회일까, 아니면 사정없이 파괴하는 병든 사회일까?"

우리 한국 사회가 자존감을 지켜주는 건강한 사회라고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다는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몇 년의 선거들을 보다 보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회적 갈등이 언론 지상에 오르내린다. 지역, 세대뿐만 아니라 최근의 젠더 문제까지 세월이 흐를수록 갈등이 해소되기보다는 점점 더 증폭되어 가는 느낌이다.

사회 내부적인 갈라 치기들이 실제 현상이든 아니면 의도한 바든 간에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 가슴이 아플 뿐이다. 사회에서 갈등은 없을 수 없겠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건전하고 발전적인 대화가 아닌 서로의 주장만 소리 높여 얘기해서는 평행선만을 달릴 뿐이다. 건강한 사회에서 건강한 자존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무력감과 정반대로 낮은 자존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존중받기 위한 도구에 집착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도구를 획득하면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이 또한 결국 가짜 자존감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대부분 존중받기 위한 도구를 획득하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존중받기 위한 도구란 한국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들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의 경우에는 성적, 여성의 경우에는 외모, 직장인의 경우에는 연봉이 존중받기 위한 대표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명품, 외제차, 학력, 사회적 지위 등도 이러한 도구로 간주된다."

다른 사람의 내면을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의 외부적인 모습들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외부적인 모습에는 외모, 지위, 권력, 명예, 돈 등이 있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고 실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외부적인 모습, 도구에 집착하여 스스로를 높이려고 한다.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갈망은 참으로 대단하다. 돈만 많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기도 하고 돈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물질 만능주의, 물질 숭배주의가 팽배한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 본성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에서는 이 자존감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는 아마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에도 나를 수용해 주며 사랑해 주고 존중해 주는 소속 집단의 존재는 잘못된 사회가 강요하는 스트레스를 치유해 주고 올바른 신념과 가치관을 굳건히 고수하도록 돕는다. 즉 선한 이웃들과의 굳건한 연대나 건강한 소속 집단은 자존감의 수호자이자 중요한 원천인 것이다."

집단이나 사회의 특성과 문화를 도외시한 채 혼자만 올바른 신념과 가치관을 고수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특히나 집단으로부터의 유무형의 압력을 견뎌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 보니 자기가 현재 속한 사회의 특성이나 가치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설령 혼자만 정상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회에서는 반대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 구성원들이 해야 될 의무이지 몫이다. 지금껏 존재해 왔던 수많은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왔던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보다 건전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다 보면 성숙된 사회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가짜 자존감이 아닌 진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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