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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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를 처음 접했던 때는 도서관 자기 계발 코너에서 여러 책을 뒤적거리다 '1천 권 독서법'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 잠시 잠깐 살펴봤을 때다.

그 후 3~4년의 세월이 흘러 이렇게 우연찮은 기회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당연히 저자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저자의 집필 도서 소개 글을 보고서야 생각이 났다.

흔하디흔한 자기 계발서의 하나로 생각하고 아주 잠깐 읽어보고 말았었는데 저자가 과거에 이렇게 큰 아픔과 상처를 가졌을 줄은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친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고아원에서 자라다 다섯 살에 입양을 하게 되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양어머니의 아동 학대. 27살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고스란히 정서적 폭력, 언어적 폭력, 신체적 폭력에 노출된 그녀의 과거 고백을 듣다 보면 감정이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슴에도 적지 않은 파문이 일렁임을. 양어머니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오름을 저자와 동일한 시점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매체의 발달과 인권 신장의 사회적 분위기로 아동 학대가 많이들 드러나고 사회적인 경각심도 예전에 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커졌지만, 3~40년 전만 하더라도 아동 학대는 훈육과 사랑의 매로 포장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가느다란 핏줄기와 함께 칼자국 근처가 부풀어 오르면서 간지러웠던 그 순간, '죽으려던 정신'과 '살려는 육체'의 상반된 모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참다못한 그녀는 결국 중2 때 자살을 시도하게 되지만 다행히도 살려는 육체의 아픔을 깨닫고 더 이상의 시도를 멈추게 된다. 괴로움과 아픔, 슬픔이 점철되어 삶의 포기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그녀의 삶에 도대체 어떤 희망과 의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견뎌왔던 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되어 살아 봐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오랫동안 수고했어. 살아남아 줘서 고마워. 지금 모습 그대로 한번 받아들여 보자'라고 나에게 속삭인다."

왜 사는지, 왜 살아가는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책의 마지막 챕터에 있는 글이 뇌리에 깊이 남는다.

"잘 살고 싶어서 펼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며 '내가 오늘도 죽지 않고,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뼈 때리는 질문을 마주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하면서 유시민 작가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은 '죽음'이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는 책 속 질문이 마음을 콕 찌른다. 네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러면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삶이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듯이 죽음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며, 어떻게 살지는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몫인 것이다. 삶의 시작은 주어졌지만 방향과 길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과거는 다시 오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나는 오늘을 살기로 했다.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고 누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을 수용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잊고 싶고 감추고 싶었던 과거를 고백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불안한 미래와 스트레스 받는 오늘의 삶 속에서 저자가 던지는 여러 메시지는 나에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서 한발 더 내디디라는 크나큰 응원으로 느껴진다.

감사합니다. 오늘을 살아 가게 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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