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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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접한 한문 수업 시간에 논어의 한 구절을 만나면서 그렇게 시작되었다. 감히 논어가 나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첫인상도 그랬고 그 이후에 여러 번 책을 읽었을 때도 그 깊은 인상의 여운은 아직도 기억 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블로그에 서평을 쓰기 시작하고서도 두 권의 논어 책을 접하였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세 번째인 이번 책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제목도 그냥 '논어'가 아니고 '나는 불안할 때~'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구절이다.

아마도 논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학창 시절에 처음 접한 이 구절은 막연하나마 좋은 문장이었다는 느낌이었다면 그때보다 좀 더 인생을 산 지금의 입장에서는 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을 매일 듣는데도 어째서 제 삶은 더 좋아지지 않는 걸까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기 때문이다. 배운다는 건 지식을 이해하는 것이고, 익힌다는 건 배운 지식을 꾸준히 응용하고 시도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수많은 정의들이 있지만 요즘 가장 실감 나는 것은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대학교만 졸업하면 인생에 더 이상 공부는 없을 거라는 치기 어린 생각이 직장에 다니고 얼마 안 돼서 바로 깨져버렸다.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아니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불철주야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노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공부'다. 하지만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만 성과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자면 미약한 성과가 쌓이고는 있으나 전환점이 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아니면 아예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여기서 말한 제대로 된 노력은 바로 '익히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이 단순히 지식을 자기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이라면 '익힌다는 것'은 그것을 자기 몸에 새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머리에는 아무리 방대한 지식이 쌓여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 몸에 새겨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낱 껍데기뿐인 지식이다. 이런 지식으로는 결코 인생은, 삶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나름 열심히 독서를 한다고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공자의 논어를 읽든, 노자의 도덕경을 읽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학문이 단순한 공염불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염불은 입으로만 반복해서 외울 뿐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학문의 성과는 책 속에 담긴 지혜를 파악하고 깊이 체득해 삶을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넘쳐나는 소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외면의 미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쁘고 멋진 겉모습에 다들 열광을 하고 그들을 따라 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인다. 하지만 정작 훨씬 더 중요한 내면의 가꿈에는 관심이 적은 건 아닐까?

패션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외모나 말투와 같은 외면적인 모습만을 보고 쉽게 평가하고 재단한다. 주관이 개입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아울러 자기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종합해 보면 '현현역색'은 지나치게 외면의 것에 치중하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가 된다."


이 구절 역시 너무나도 유명하다.

공자가 자기 인생을 돌이켜 보며 스스로 나이별 단계를 일컬은 말이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공자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열다섯 살에 학문을 뜻을 두었다는 말부터 놀랄만하다.

열다섯 살이면 우리 나이로 따져보면 중2다. 요즘의 중2병이라는 표현은 차치하고서라도 학문에 뜻을 두고 공부를 한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뭐가 되고 싶어서 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었다기보다는 남들의 시선에,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좀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나의 인생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을 산 듯한 느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자가 이룬 경지를 책으로 읽고 마냥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자기 인생에 맞는 목표와 단계를 설정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

공자는 공자의 인생을 살았고, 우리는 우리 각자의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다.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하루 전진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면서 말이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경지가 있다. 우리가 굳이 공자의 인생 단계와 비교해 따를 필요는 없다. 그저 인생의 경지를 순차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만 이해하면 그만이다. 공자의 인생 경지를 참고해서 인생 수련의 방향을 이해하고, 잠재력을 발굴하며,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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