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인간의 선량함,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뇌과학자의 질문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는 반인륜적 범죄 사건과 그보다는 적은 비중으로 다뤄지지만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전자와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가지 상황을 보다 보면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

바로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선하게 태어난 것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짓는 '뇌', 바로 이 녀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한 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파헤친 은밀한 뇌구조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인간이 동물과 가장 구별되는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성'이다.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이지만 이러한 사회성은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게 되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에서 여러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과잉 평가'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경우 제3자인 상대방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보다 객관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

"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 즉 평판이 매우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비로소 나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우리에게 자아라는 것은 타인을 통해서만 인식 가능한 존재라는, 다소 철학적인 추론도 가능해 보인다. 우리는 출생과 동시에 타인(주로 엄마)에게 영향을 받기 시작하며, 발달 과정 내내 타인 혹은 사회가 규정한 가치들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한다. 사회적 가치와 규범은 곧 나를 정의하는 데 필수 재료인 셈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보면, 나를 인식하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평판 추구 동기와 관련된 뇌 부위와 동일한 곳이라는 사실이 별로 놀랍거나 낯설지는 않다."

​

'자아'에 대한 탐구는 철학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이러한 '자아'도 자기가 속한 사회, 조직, 규범, 가치 등과 끊임없는 영향을 받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자아'만을 분리해서 정의하고 탐구한다고 하면 진정한 '자아'에 대한 연구가 아닌 반쪽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인간이기에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아서도 안되겠지만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아서는 안될 것이다.


중독은 어떤 일에 대한 '몰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순기능적인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

도박, 마약, 술 등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서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독에 빠지는 주요 원인은 그것들이 주는 즉각적인 쾌감, 즉 다르게 표현하면 즉각적인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런 것들을 해서 놓치게 되는 보상은 중독에 비해 즉각적이지 않게 추상적인 형태의 보상인 경우가 많다.

​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형태의 보상의 가치가 기다림이 필요하고 추상적인 형태의 가치보다 크기 때문에 우리는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동작 관점에서 중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 자기 통제력 부족으로만 얘기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

"가령 음식은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상이지만, 돈은 음식뿐 아니라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 전자를 '일차적 보상(Primary Reward)'이라 하고 후자를 '이차적 보상(Secondary Reward)'이라 부른다. 이차적 보상은 일차적 보상에 비해 학습이 느리지만 여러 다양한 일차적 보상을 개별적으로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하나의 보상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유 효율적이다...사회적 보상은 앞서 언급된 여러 종류의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주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앞의 초콜릿 케이크를 무시하고 다이어트를 선택하는 사람은 달콤함이 주는 즉각적인 보상 대신 멋진 몸매와 건강한 신체를 통해 타인의 호감과 인정이 주는 보상을 선택하는 셈이다. 이렇듯 유혹을 이겨내는 힘을 가리키는 자기통제력은 넓은 의미에서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 보상을 얻기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즉 노력도 적게 들고 보상도 작은 선택을 하는 대신, 좀 더 노력이 요구되지만 더 많은 보상을 얻는 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

그리고 뇌는 일차적인 보상보다 이차적인 보상에 더 끌린다고 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한층 더 유리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차적 보상보다는 이차적 보상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및 분위기, 문화, 규범 등이 잘 정의되고 동작할 수 있다면 구성원들은 사회적 보상을 얻기 위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되고, 보다 건강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범죄 영화에서 처음 접해본 것 같다.

살인, 방화와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반사회적, 반인륜적인 성향을 일컫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다시 말하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지극히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

놀랍게도 이러한 '사이코패스' 성향은 범죄자 뿐만 아니라 성공한 CEO, 정치와 종교 분야의 지도자들 중에서도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들의 범죄자와 구분해서 '성공한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뛰어난 리더의 모습으로 거의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

'우리의 공감 가능 여부는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하지만 앞서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사실 공감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인 감정이며, 나의 과거 경험과 현재 신체 상태를 재료로 사용해 재구성한 감정 경험은 실제 타인의 감정과 일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

공감(共感)이란 무엇일까?

문자 그대로 상대방이 처한 현실이나 상황과 동화되어 동질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기와 상대방은 서로 다른 독립적인 인격체이고 서로 다른 성장 배경, 경험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기중심적인 감정일 수 있다. 게다가 사회나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어 권력을 가지게 되면 이러한 공감 능력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요즘 언론에 언급되는 기사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감 능력 결여자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

​

지금까지 상대방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그 사람의 행동, 성격, 말투 등 단편적인 부분에만 신경 써 왔는데 이 책을 통해 보다 근원적인 뇌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한 토대를 알게 되어 의미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차 보상과 자기 계발을 연계시켜 실천하면 지금보다는 좀 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