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어릴 때만 하더라도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립체가 될 거라 생각했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야 어른들도 아이만큼 연약할 수 있고, 스트레스에 압박을 받을 수 있으며, 남이 생각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쓰러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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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이만 먹고 신체가 커진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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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아동기에 겪은 여러 부정적 경험과 상처가 성인기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나 질병과 연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 <<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는 어른이 된 지금의 불안과 우울, 이유 없는 신체의 통증, 낮은 자존감,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과 고통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임상심리전문가인 저자가 이해를 돕고자 쓴 책이다.


"살면서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견디고 넘어갈 만한 수준이 되려면 그 충격을 완화해 줄 외부의 어른이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일관되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안정감 있는 어른의 존재가 절대적입니다. 안전하고 보호받는 관계 속에서만이 우리는 건강한 스트레스 조절 장치를 발달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내 안에서 여전히 스트레스 신호와 알람이 과도하게 울리고 있다면 그건 내가 원래 까탈스럽고 예민해서가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 새끼 쥐에게 핥아주고 털을 다듬어주는 어미 쥐가 있었듯이, 아이에게는 다독여주고 위로해 주고 안아주는 어른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런 대상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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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후성 유전학(Social Epigenetics)'이라는 연구가 있어 생애 초기의 다양한 환경 자극뿐만 아니라 엄마의 양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아기의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위험 상황이 닥치면 스트레스 시스템이 작동하고, 위협이 사라지면 스트레스 시스템 작동이 멈추는 자연스러운 호르몬 조절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게 되는데 양육이 충분치 못하여 후성 유전적 변화로 스트레스 시스템을 켜고 끄는 조절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멈추지 않아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잘 다스릴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를 단순히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관점에서 생각을 했었는데 어릴 때의 양육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랐고 성장 과정에서의 부모로부터의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부모는 자녀를 부수적인 존재로 만듭니다. 책임감으로 최소한의 부모 역할은 하지만, 사실 어린아이에게도 개별적인 감정이나 욕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전혀 공감해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고 호감을 표현할 때 상대를 잘 믿지 못합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상상조차 못하는 것입니다. 깊은 내면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진정한 사랑을 그토록 원하면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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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워보니 양육한다는 것이 말로나 글로써 쉽게 형용할 수없이 어려운 것임을 매번 느끼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만 하더라도 어느 부모 못지않게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니 자만에 가까운 생각이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이 새삼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하고 짜증이 난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지 못하고 나의 생각과 입장만을 아이에게 주입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도 하나의 엄연한 인격체이고, 그렇다는 얘기는 그들만의 감정과 욕구가 있다는 것인데 그걸 먼저 자각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게 첫 번째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사랑받고 존중받은 아이가 커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존중을 줄 수 있는 법이다.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그 신호를 잘 읽을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위험에 처했을 때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외부에 그럴 대상이 없다면 우리 내면에 안식의 근원이 되는 대상이나 안식처를 만들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린아이에게는 실제적인 애정의 대상이 생존에 절대적이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각자의 내면에 ‘안전지대’를 만들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습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치료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정이 내 안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안전이라는 말이 너무 생소하면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을 느꼈던 순간을 찾아보세요. 나의 내면 여러 부분이 지금 현재에 머물러 안전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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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안가(安家)'라는 존재다. 악당에 쫓기는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잠시 휴식하며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안전 가옥을 의미한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삶에 그런 물리적인 위험이 닥칠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정신적인 위험에는 끊임없이 자주 노출되게 마련이다. 쌓이기만 하는 스트레스를 그냥 방치하거나 술 등으로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해결책이다. 우리의 정신 내면에 스스로의 '안가'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명상을 그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잘 실천하지 못하는 점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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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시대에 너무 돈과 물질만 바라보며 앞만 달려왔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물질과 정신은 양분할 수 없는 것이며 둘 사이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정서적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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