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스탠딩
래리 호건 지음, 안진환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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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틸 스탠딩(Still Standing)

작년 한해 미국의 코로나 팬데믹 대처 관련 뉴스로 한국 언론에 여러 번 언급되었던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의 자서전 제목이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실제적으로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미국에서 그나마 방역에 심혈을 기울인 몇 안 되는 주가 바로 메릴랜드이다. 코로나 방역과 함께 유명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한국 사위로 불리는 것이다. 20대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유미 호건(본명: 김유미)이 그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출처: 두산백과

래리 호건을 언급하기 전에 잠깐 메릴랜드 주에 대해서 알아보자. 메릴랜드는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주로써 수도인 워싱턴 DC와 바로 인접해 있으며 주도(주의 수도)는 아나폴리스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인데 공화당원이 주지사가 되었다. 그것도 역사적으로 재선에 성공한 두 번째 공화당 주지사이다. 한마디로 래리 호건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아버지 로렌스 호건은 연방 하원 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요즘 말로 금수저 출신의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의 나이 16세 때 부모가 이혼하게 되며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어머니를 따라 플로리다로 이주하였고 이후 그곳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였다. 대학시절 메릴랜드 주 의회에서 인턴십을 하고, 아버지 선거 캠프를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지역구인 메릴랜드 주에 자리를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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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원으로서는 너무 대담한 도전이었다. 그 어떤 선출직에도 뽑혀 본 적이 없는 인물로서는 더욱 그랬다. DC와 인접한 지역에 연방 근로자가 많은 데다가 주 전체에 걸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비율이 매우 높은 탓에 (남부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메릴랜드는 블루칼라의 비중 면에서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버몬트, 뉴욕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2년 주지사 선거에서 깜짝 승리를 거둔 밥 얼릭도 4년 후 재선 도전에서는 민주당 소속 볼티모어 시장 마틴 오말리에게 참패를 당했고, 2010년의 설욕전에서는 전보다 더 쓴 고배를 마셨다. 얼릭 이전의 공화당 주지사를 찾으려면 1966년의 스피로 애그뉴에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는 1988년 조지 H.W. 부시가 마이클 듀카키스를 간신히 이긴 이후 메릴랜드주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2014년 메릴랜드는 민주당 등록 당원의 비율이 미국 어느 주보다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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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의 나이에 당시 주지사의 지명으로 메릴랜드에서 특임장관으로 일한적은 있지만 선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그가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지고 승리를 쟁취하게 된다. 당시 주지사였던 오말리의 실정에 따라 메릴랜드의 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짐에 따라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시대의 소명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잊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어떤 당의 지지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일부터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우리의 위대한 메릴랜드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이 심각한 문제는 공화당 문제도 아니고 민주당 문제도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앉아 서로 손을 부여잡고 실제적이고 초당적이며 상식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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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해 문외한이긴 하지만 자신을 지지해 준 사람으로 인해 당선이 되면 그 사람들을 우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존 주지사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 분열된 여론을 통합하고, 민주당이냐 공화당의 색깔론을 넘어선 초당파적 협력을 추구하였다. 아마 이런 그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이 메릴랜드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고 그를 재신임하게 되었을 것이다.


"4월 18일 토요일, 아내와 나는 천 마스크를 쓰고 볼티모어 워싱턴 국제공항의 저 멀리 구석진 활주로에 서 있었다. 오전 10시 50분 대한항공 보잉 777이 우리 앞에 멈춰 섰다. 14시간을 비행해 여기에 도착한 그 매우 특별한 전세기는 5명의 승무원만 태웠을 뿐, 승객은 없었다. 볼티모어 워싱턴 국제공항에 착륙한 최초의 대한항공 여객기였다.

악의적인 팬데믹은 이미 1만 2,761명의 메릴랜드 주민을 감염시켰고, 그중 463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그 숫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50만 개의 랩지노믹스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키트보다 더 귀중한 화물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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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을 언론에서 처음 접했던 기사가 바로 우리나라의 코로나 진단키트를 수입했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가 근무하고 있는 워싱턴 DC와 바로 인접하고, 그와 같은 공화당 소속으로써 어찌 보면 트럼프의 의견에 반기를 들기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유의 실용주의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트럼프에 번번이 반기를 들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코로나 진단키트 수입을 통한 팬데믹 상황 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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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리스크를 걸기보다는 잠시 눈을 질끈 감고 소신을 접으며 살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올바른 처세술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만 있으면 세상이 더 나아지거나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험난하다고 할 수 있는 정치 세계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거기다가 탁월한 리더십까지 보여준 래리 호건. 비록 그가 우리나라 정치인은 아니지만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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