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의 철학 여행 - 소설로 읽는 철학
잭 보언 지음, 하정임 옮김, 박이문 감수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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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 것일까?

속세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아웅다웅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신이 본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동물과 인간이 차이 나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는 우리는 형이상학을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본연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래로부터 많은 철학자와 현인들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것은 필설로 형용하기 쉽지 않으므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이 책 <<이언의 철학 여행>>은 열네 살 어린 소년과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정의되지 않은 신비한 노인의 지적 모험을 그린 독특한 구조의 소설 작품으로 우리가 평상시 궁금해했던 형이상학의 여러 가지 논제들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철학서이다.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식, 과학, 참과 거짓, 신, 악, 자유의지, 논리, 윤리와 도덕 등 다양한 13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세계 철학사를 장식했던 153명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적 잠언들을 인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철학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요점은, 보이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말하자면 우리의 감각이 실재를 결정하는 적당한 도구는 아니라는 거지. 단지 실재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야.... 따라서 감각에 의존해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서는 안 돼. 무엇인가를 안다는 건 어느 정도 확신한다든가, 그럴 것 같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우리는 존재에 대한 지식을 원해. 하지만 그러한 의미의 지식은 불가능해. 조금 전에 감각을 통해서는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잖니."

>> 사람이 무엇인가를 믿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자기 눈으로 사실을 볼 수 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눈에 보이면 믿을 수 있을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감각들도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시각만 해도 그렇다. 인터넷에서 착시 현상 사진으로 검색하면 우리 눈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는 사진과 그림들로 가득하다. 보지 못하는 것들을 믿는 것이 더 높은 차원의 믿음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네가 더 이상 완벽해질 수 없는 완벽한 존재를 생각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그 존재는 존재해야만 해. 이러한 존재를 우리는 신이라고 부르지. 너도 알다시피 신은 정의상 콘 아이스크림과는 달라. 완벽한 존재는 더 이상 좋아질 수가 없어.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거야. 완벽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야.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조건이 남아 있는 것이고, 따라서 완벽할 수가 없어. 하지만 신은 완벽하기 때문에 존재해야만 할 거야."

>> 과학의 발달은 우주의 기원까지 연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주가 빅뱅 이전 한 점(특이점)을 이뤘을 때 그 한 점은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스스로? 아니면 신이라 불리는 누군가에 의해? 세계에는 수많은 종교만큼의 신이 있고 한편으로는 무신론자도 있다. 신이 없다고 하기에는 세상에는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자연의 법칙들이 있고 신이 있다고 하기에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무질서와 불평등과 악이 존재한다. 삶이 다하는 날 신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을까?


"먼저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다음에는 명예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거야. 마지막 욕망, 즉 욕망하지 않겠다는 욕망이 남을 때까지 네 모든 욕망을 차례로 버리도록 해라. 마지막 욕망마저 버리면 네게는 어떤 욕망도 남지 않을 거야. 두 번째는 그저 욕망을 없애다는 거다. 이유를 따지지 마. 그냥 하는 거야. 이건 힘들 거야. 하지만 일단 이루고 나면 네 자아는 사라지고 넌 열반에 들 수 있을 거다."

>> 7장 동양 사상 부분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언과 노인뿐만 아니라 동양의 현자가 등장하여 주인공인 이언에게 도를 설파하는 장면이다. 동양 사상의 전형적인 선문답 형태의 글로 느껴진다. 욕망을 버리면 열반에 들 수 있고 도를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욕망을 버리려고 하는 생각 자체도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100개의 욕망을 버리는데 성공하고 욕망을 버리겠다는 욕망 단 하나만이 남았다고 했을 때 이 욕망은 욕망이 아닌 것일까? 아니면 버리기 지극히 쉬운 아주 작은 욕망인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질문에 도리어 머리만 복잡해진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경지를 문자로 이해하고 문자로 물어 쓸려고 하기 때문에 도리어 생각의 폭만 좁아지는 느낌이다.


"나는 내가 진리라고 믿었던 것을 다시 되짚어 보면서 왜 그것들을 믿었는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어떤 것은 그저 습관에 따른 것이었다. 왜 믿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떤 것은 그렇다고 배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저 믿고 싶은 것도 많았다."

>> 인생을 살면서 지금껏 옳다고 생각했던 진리가 한순간에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개인의 도덕 가치, 종교적인 신념, 사회적인 규범과 통념 속에서 우리는 당연히 그렇다는 듯 별다른 의심 없이 무엇인가를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 과학의 발전이던, 사상의 발전이던 기존에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을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평상시 궁금했던 여러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에 대해 소설 형식의 접근과 함께 같은 페이지에 철학자들의 글귀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책 내용과 바로바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특히 맘에 들었다. 다른 철학서들에 비해 쉬운 편이지만 한번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주제들은 아니기에 틈틈이 계속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 거기다 코로나의 공포까지 더해진 복잡다단한 세상에 왜 철학적 사유까지 고민해야 되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잠시 멈춘 이 시기에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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