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 이근후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사는 법
이근후 지음, 조은소리.조강현 그림 / 가디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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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인생이 RPG(Role Playing Game)이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초보자로 시작하는 것은 똑같지만 게임에서는 잘못 살았다(?) 싶으면 리셋해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현재의 자기 레벨과 스킬을 알 수 있어서 자기가 어디까지 왔는지, 또 무슨 길(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반면에 인생은 누구나 단! 한 번만 살 수 있는 것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툴게 초보자로 살아간다. 자기가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또 어디로 나아가는 게 맞는지 알기도 무척이나 어렵다. 이게 인생의 묘미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생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노년의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사는 법'을 알려주는 작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이다.

"나는 2013년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수필집을 내어 4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고맙고 즐거운 일이지만, '내가 낸 수필집이 한두 권이 아닌데, 왜 유독 이 책만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전에 내었던 수필집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원고를 모아 출간한 것들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수필집은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획, 인터뷰, 집필 등의 과정을 통해 출간되었다... 명심하세요. 잘 기획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잘 기획한 인생은 '베스트라이프'가 됩니다."

>> 책을 읽다 보면 과연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유명인이 쓴 책이 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유명인은 아니지만 독자의 가슴을 울릴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별 준비 없이, 별 기획 없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도 별 준비 없이, 목적 없이 어영부영 되는 대로 살아간다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긴 어려울 것이다.

"내가 파는 우물은 하나지만, 그 우물과 관계된 우물은 수없이 많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좋을까? 여러 우물을 파는 것이 좋을까? 한 우물을 파되 그 우물과 연관된 여러 우물을 파는 것을 고려해 보자. 한 우물을 파면서 전혀 연관도 없는 다른 우물을 파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 그러나 연관된 소소한 우물을 여럿 파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우물'군'이 되고, 결과적으로 큰 우물 하나를 판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요즘은 깊이 아는 전문가보다 얕고 넓게 아는 사람이 더 전문가처럼 보인다. 나는 그때 이후로 이런 말을 할 때는 꼭 앞에 누구한테 들었는데, 아니면 어디서 읽었는데 등의 단서를 다는 버릇이 생겼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아는 체하다 보면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

>> 내가 학창 시절만 해도 한 분야를 깊게 파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인정받는 길이었다면, 요즘처럼 광활한 정보의 시대 속에서 융합적 인재를 요하는 사회에서는 다방면의 지식을 아는 전문가가 더 각광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우물 저 우물을 마구잡이로 파다가는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만 허비할 뿐일 것이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메인 우물을 깊게 파고, 그 과정에서 학습이 필요한 소소한 우물을 파다 보면 결국에는 그 우물이 넓어져 끊임없이 물이 솟구쳐 오르는 개천이 될 수도 있으리라. 이 과정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전까지는 얄팍하게 습득한 지식을 아는체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실수라고 하는 것은 깊이 파고들면 실수를 가장한 본심이거나 진담인 경우가 많다. 실수 없이 산다거나 대인관계에서 실수 없이 소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수는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실수의 의미를 혼자서 한번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인생을 살다 보면 참으로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인생을 사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실수일 것이다. 작은 실수에 너무 자책해서도 안되거니와 실수를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가는 자세도 피해야 할 것이다. 실수를 통해 성장하지 않으면 그러한 실수는 쌓여 결국에는 실패로 귀결될 위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면 젊었을 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모든 것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잠을 자고 나서 아침에 깨어나는 일도, 깨어나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소일거리가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 되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감사함이 느껴지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늦었지만 지금 이 나이에 범사라는 의미를 알아차렸다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지금은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시간이 걸려도 깨닫기만 하면 된다. 감사함을 모르고 일생을 마치는 사람도 많을 것이기에..."

>> 자기 계발서를 보다 보면 감사 일기를 써보라는 얘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감사 일기를 통해서 인생이 바뀌는 놀랄만한 경험을 많이 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은 것 같다. 인생의 무게감에 힘겨워 비틀거릴 때면 감사보다는 불평, 불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로의 원망이 먼저 떠오른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확실히 학창 시절 때보다 감사라는 감정을 느끼는 빈도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은 현재 시점에서 차마 얘기할 수 없는 단계인 것 같고, 주변의 소소한 부분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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