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히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천륜도 쉽게 끊어버리는 신들이지만 결국은 권력자도 때가 되면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이치다. 크로노스도 우라노스처럼 아들의 손에 처치되었고 지하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갇혀서 신화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원히 살 것처럼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권력을 휘두르는 어리석은 군주들의 비참한 최후는 신화가 아닌 역사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비단 한 나라의 왕이나 한 국가의 위정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크고 작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식을 삼켜 먹는 만큼의 만행은 아니라 할지라도 일시적으로 주어진 권력의 만용으로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 그리스 신화의 신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신은 제우스 일 것이다. 신 중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제우스에게도 아버지가 있었다. 바로 여기서 등장하는 '크로노스'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 신족이다. 이들 신들 사이에서도 권력에 대한 암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부자지간에 말이다.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로부터 권력을 뺐었듯이, 크로노스도 그의 아들 제우스에 의해 권좌를 잃고 신화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졌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듯이 붉은 꽃도 아무리 길어봐야 열흘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국가나 기관, 어떤 조직의 권력을 가져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노란 숲속의 두 갈래 길 앞에서 <가지 않은 길>을 노래했다. 프로스트는 두 갈래 길 모두가 아름답지만 사람의 발자취가 적어 풀이 더 많은 길,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헤라클레스와 프로스트가 닮은 것은 아무나 쉽게 내딛지 않은 거친 길을 선택한 것이다. 훗날 한숨을 쉬는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나 동경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이 택한 길을 묵묵히 나아갔다는 것이다."
>> 내 기억 속 그리스 신화 최고의 영웅은 단연코 '헤라클레스'이다. 어렸을 때는 그의 용맹무쌍함을 바탕으로 한 영웅적인 행보에 감탄했었고,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신들의 축복을 받은, 요즘 말로 금수저로 태어난 그의 혈통을 부러워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혈통으로 누구보다 강한 힘과 용기, 지혜를 가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니 시각이 조금 바뀐다. 내가 헤라클레스였다면 굳이 그런 모험을 선택하여 고생을 자초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의 칭송과 찬사에 그저 안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가 결국 올림푸스의 신이 되었던 이유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여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