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쓸모 - 치유 코드로 읽는 신화 에세이
오진아 지음 / 위시라이프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신화를 처음 읽었던 때가 초등학교였는지, 중학교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읽고 기억에 남은 이미지는 사랑과 질투의 화신이었던 인간과 유사한 신들과, 헤라클레스, 아킬레스 등과 같은 영웅과 영웅담이었다.

이렇듯 영웅적인 서사만 담은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치유 코드가 담겨 있다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세상에 영원히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천륜도 쉽게 끊어버리는 신들이지만 결국은 권력자도 때가 되면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이치다. 크로노스도 우라노스처럼 아들의 손에 처치되었고 지하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갇혀서 신화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원히 살 것처럼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권력을 휘두르는 어리석은 군주들의 비참한 최후는 신화가 아닌 역사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비단 한 나라의 왕이나 한 국가의 위정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크고 작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식을 삼켜 먹는 만큼의 만행은 아니라 할지라도 일시적으로 주어진 권력의 만용으로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 그리스 신화의 신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신은 제우스 일 것이다. 신 중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제우스에게도 아버지가 있었다. 바로 여기서 등장하는 '크로노스'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 신족이다. 이들 신들 사이에서도 권력에 대한 암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부자지간에 말이다.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로부터 권력을 뺐었듯이, 크로노스도 그의 아들 제우스에 의해 권좌를 잃고 신화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졌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듯이 붉은 꽃도 아무리 길어봐야 열흘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국가나 기관, 어떤 조직의 권력을 가져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노란 숲속의 두 갈래 길 앞에서 <가지 않은 길>을 노래했다. 프로스트는 두 갈래 길 모두가 아름답지만 사람의 발자취가 적어 풀이 더 많은 길,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헤라클레스와 프로스트가 닮은 것은 아무나 쉽게 내딛지 않은 거친 길을 선택한 것이다. 훗날 한숨을 쉬는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나 동경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이 택한 길을 묵묵히 나아갔다는 것이다."

>> 내 기억 속 그리스 신화 최고의 영웅은 단연코 '헤라클레스'이다. 어렸을 때는 그의 용맹무쌍함을 바탕으로 한 영웅적인 행보에 감탄했었고,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신들의 축복을 받은, 요즘 말로 금수저로 태어난 그의 혈통을 부러워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혈통으로 누구보다 강한 힘과 용기, 지혜를 가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니 시각이 조금 바뀐다. 내가 헤라클레스였다면 굳이 그런 모험을 선택하여 고생을 자초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의 칭송과 찬사에 그저 안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가 결국 올림푸스의 신이 되었던 이유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여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조각상도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정도의 기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랑과 정성을 쏟아부은 피그말리온의 영향력이 더 큰 것 같지만 교육학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갈라테이아 입장에서 설명한다. 즉, 사람이 긍정적인 기대를 받으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노력하여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를 로젠탈 효과라고도 하는데, 하버드 대학교의 교육심리학자인 로버트 로젠탈 박사의 실험에서 증명되었다."

>> 피그말리온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진심으로 사랑한 모습을 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얘기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 효과. 후대에 로젠탈이라는 교육학자에 의해 학업의 성취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기대와 관심에 의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는 로젠탈 효과로도 이어진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는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얘기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간절히'라는 의미를 인식하는 수준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라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기대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기대'와 '노력'이 같이 움직여야 되는 법이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읽은 그리스 신화는 확실히 학창 시절에 읽었던 느낌과 달랐다. 인생의 경험치가 그만큼 더 쌓였으니 시각 또한 달라졌으리라. 확실히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고전은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 그리스 신화를 통해 한 분이라도 더 치유를 받는 경험을 가지길 소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